우리 버섯,
건강을 지키는 귀한 식재료

글 ㅣ 김주희자료 ㅣ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처음 버섯을 먹어볼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습한 곳에서 어느 날 갑자기 출현했다가 홀연히 사라지곤 하는 버섯은 옛날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생물체였을 것이다.
지금도 일상적으로 먹던 버섯에서 새로운 효능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버섯,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버섯, 왕들의 식탁에서
우리네 식탁에 오르기까지

옛날부터 버섯은 미식의 재료이자 건강과 제례에 쓰이는 귀한 식재료였다. 로마의 황제는 버섯을 캐오는 사람에게 후한 보상을 주었고, 파라오는 버섯이 신의 음식이니만큼 신의 아들인 파라오만 먹을 수 있다는 법을 만들었다. 동양에서도 영지버섯을 신령스러운 버섯이라며 높게 쳤고, 고려시대 문신인 이규보는 신선이 되는 지름길로 송이버섯을 먹는 것을 꼽았다. 신과 만나기 위한 종교의식에서 환각 효과가 있는 버섯을 썼던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이곤 한다.
이렇게 귀하게 대접받던 버섯은 인공재배 방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반인도 쉽게 접하게 되었다. 17세기 프랑스에서 양송이 재배법이 확립되었고, 18세기 우리나라에서 나무에 표고버섯을 인공재배 하는 방법이 ‘증보산림경제’에 수록되는 등 버섯의 인공재배 방법은 점차 확대됐다. 인공재배가 어려운 트러플 같은 버섯을 제외하면 수십 가지의 검증된 식용 버섯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다.
버섯 이미지
버섯 이미지

버섯, 대량생산을 넘어
고품질 다양화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재배되는 버섯은 정해져 있다. 때로는 새로운 품종의 버섯을 보급하는데 성공할 때도 있지만, 주로 소비되는 품목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으로 꾸준히 수출되는 버섯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큰느타리(새송이)와 팽이버섯이다. 다만 이 외의 품종은 수출량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양송이는 1970년대 수출 효자품목이었지만 중국산 통조림 상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채산성이 떨어져 수출길이 좁아졌다. 현재도 값싼 동유럽산이 꾸준히 수출시장에 유입되면서 수출 저변이 그리 넓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키운다는 느타리도 생산량은 3만 5,000톤이 넘는 데 반해 200여 톤 정도만 수출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호주에 불고 있는 한국 버섯 열풍은 시사점이 크다. 2018년 기준 호주 수입버섯 시장의 한국산 비율은 약 82%에 달한다. 중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낮지만 건강에 좋고 이국적인 이미지로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노루궁뎅이버섯은 치매나 퇴행성 신경질환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소개되면서 건강식품의 원료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버섯,
어떻게 몸에 좋을까?

버섯 이미지
버섯은 건강에 좋은 영양소가 많이 함유돼 있다. 식이섬유와 체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과 면역 조절에 뛰어난 베타글루칸이 풍부하다. 버섯으로 섭취할 때의 베타글루칸은 분자량이 큰 편인데, 특이한 것은 이 분자량이 크면 클수록 면역 활성 작용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장에서 흡수되기 전부터 면역을 활성화시키다가 이후 세포가 이를 잘게 흡수하면서 신체 전반적으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식이다.
버섯별로 색다른 효능을 지니기도 한다. 가령 느타리는 수분과 섬유소, 섭식억제물질 등으로 인해 비만 예방에 특히 우수한 특성을 보인다. 반면 노랑느타리는 고혈압, 당뇨, 통풍, 신장암 억제 등에 효과가 있다. 큰느타리(새송이)는 트레할로스 함량이 높아 골다공증 예방에 좋으며, 폴리페놀과 베타글루칸 함량이 높아 아토피 피부염에도 좋다. 팽이버섯은 칼륨과 식이섬유가 많아 대장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며, 위암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노루궁뎅이버섯은 치매나 퇴행성 신경질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신경성장인자의 생성을 유도하는데 효과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종류와 효능을 지닌 식용 버섯들은 우리 몸을 지켜주는 중요한 식품원료라 할 수 있다.

버섯,
그 무궁무진한 활용 잠재력

싸리버섯이나 달걀버섯, 노루궁뎅이버섯, 꾀꼬리버섯 등은 한국에서 자생하는 대표적인 식용 버섯이다. 그러나 위의 버섯을 대형 마트나 동네 슈퍼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인터넷, 혹은 아는 지인을 통해 구할 수 있는 정도이다.
버섯 농가에서는 한번 버섯을 출하할 때마다 일정 물량 이상을 생산하는 것이 단가를 줄이는데 적합하다. 이를 위해선 소비자들의 구입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버섯과 조리방법이 시중에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맛과 건강에 좋은 버섯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버섯 관련 상품의 확대도 필요하다. 요즘은 간편식이 각광받는 시대다. 버섯이 부재료로 들어가는 간편식이 호응을 얻는다면 버섯 소비의 새로운 판로가 될 수 있다. 송이차, 영지버섯 음료처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종류도 좋다. 혹은 버섯칼국수나 버섯볶음밥, 컵밥이나 말린 버섯과자 등 버섯 특유의 식감이나 향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의 확대도 노려볼 만하다.
솔타리

솔타리

느타리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버섯 중 하나로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하고 면역체계 조절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산 품종이 시장에서 많이 거래되고 있어 농촌진흥청에서 새롭게 국산 품종을 육성했다. 2016년 개발된 ‘솔타리’는 대가 굵고 육질이 탄탄한 것이 특징이다. 다소 높은 온도에서 잘 자라 여름철 외부 기온이 차단되지 않는 농가에서도 재배하기 용이하다.
금빛

금빛

2006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는 칼라버섯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중 ‘금빛’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노랑느타리 품종이다. 금빛으로 수놓은 저고리를 입고 춤을 추는 여인의 모습에서 이름을 따왔다. 생육 온도가 19~24℃ 사이로 다른 버섯에 비해 여름철을 견디기에도 적합하다. 면역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베타글루칸의 함량이 37.7%로 높아 여름철의 건강식으로도 좋다.
송아

설송

소비자들에게 큰느타리라는 버섯 이름은 생소하지만 새송이버섯이라는 이름은 친숙하게 다가온다. 가장 많이 보급된 큰느타리 2호는 일본 유전자원을 도입해 육성되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품종으로 설송이 개발되었다. 설송은 기존 큰느타리 품종과 품질 면에서 대등하며 저장성이 우수하고, 재배사 내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맥송

맥송

2017년에 개발된 맥송은 현장실증재배를 앞두고 있다. 생김새는 새송이버섯과 비슷하지만, 아위느타리라는 또 다른 품목이다. 큰느타리에 비해 다소 가느다란 모양과 버섯의 갓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위느타리 특유의 성분인 에르고치오네인 함량이 기존 품종보다 높아 항염증,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대가 길고 곧아 상품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도담

도담

국내의 균주를 모아 만든 국산 양송이 품종이다. 야무지고 탐스럽다는 우리말을 따서 지었는데 버섯의 갓과 대 모두 단단하고 뽀얀 흰색이 돌아 유통과정에서 변질의 우려가 적은 편이다. 특히 생육온도가 13~18℃ 사이라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다. 겨울철에도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승

백승

팽이버섯은 한국에서 재배되는 버섯 중 가장 많은 수출량을 자랑하지만 일본산 품종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한국 고유의 백색 팽이버섯으로 여러 품종이 개발되었다. 그중 백승은 2017년에 개발되었는데, 대가 단단하면서 굵고 긴 편이라 식감이 좋고 특유의 시원한 단맛이 강하다. 생육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고온에서도 버섯이 웃자라는 현상이 적은 장점이 있어 보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