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마늘 이야기

미국 갔던 웅녀가 돌아왔다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정읍시농업기술센터
한국인의 마늘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하다.
1년에 1인당 6kg이 넘는 마늘을 소비하며 마늘 소비량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구미에 딱 맞는 토종 마늘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커다란 알맹이가 특징인 코끼리마늘이다.

덩치는 커도
톡 쏘는 냄새는 적어

코끼리마늘
마늘은 맵싸한 맛을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국 종류 중에서 마늘의 신세를 지지 않는 국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김치나 나물 같은 밑반찬에도 마늘이 빠지면 심심하다 느낄 정도니 한국인에게 마늘은 향신료를 넘어 뿌리채소나 다름없다.
그런 한국인들에게도 코끼리마늘은 생소한 존재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키우던 것이 6·25전쟁 이후 미국에서 종자를 수집하면서 미국으로 유전 정보가 넘어갔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코끼리마늘이 돌아온 것은 2007년이다. 미국에서 농촌진흥청 유전자원센터로 코끼리마늘의 유전자원을 영구 반환하면서 코끼리마늘을 복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한 통이 작은 양파 정도로 크기 때문에 미국에는 코끼리마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왕마늘’, ‘웅녀마늘’로도 불렸는데 ‘대왕마늘’ 역시 그 특출한 크기 때문에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웅녀마늘’은 단군신화에서 따온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마늘 냄새에 민감한 일본에서는 ‘무취마늘’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아린 맛과 먹고 난 뒤 마늘 특유의 냄새가 덜했기 때문이다.

유전자 복원부터
기존 종자 증식까지 활발

마늘
현재 코끼리마늘의 대표 산지는 충청남도 태안, 전라남도 강진, 경상북도 의성 등이다. 태안에서는 한 중학교 교장이 2006년부터 미국에서 가져온 코끼리마늘을 몇 년간 시험재배를 한 끝에 천리포 수목원에서 소량 판매를 시작했다. 또한 충북농업기술원이 2014년 코끼리마늘 조직배양을 통해 대량증식 기술을 개발하면서 특산물 육성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강진군에서는 코끼리마늘이 소량으로 재배되고 있었는데, 이 마늘 종자들을 모아 실증재배를 진행한 끝에 2015년 증식에 성공했다.
코끼리마늘을 식재료로 대량 재배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살균·항균 작용이 있는 알리신 함량은 일반 마늘과 비슷하고, 자양강장 기능이 있는 스코르디닌 성분은 일반 마늘의 2배에 달해 식재료로서 훌륭한 가치가 있다. 당뇨로 손상된 혈관을 보호하는 S-알릴시스테인도 함유되어 있는데, 익혀서 섭취하면 그 함량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이 흑마늘이나 진액으로 가공하기에도 좋아 건강보조제 재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마늘 맛이 순하면서도 조리하면 단맛이 돌아 굽거나 볶은 요리에 쓰기에도 좋다.
밀림의 왕은 사실 사자가 아닌 코끼리라는 말이 있다. 큰 덩치에 힘이 세서 웬만한 동물들은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한 코끼리의 이름이 붙은 우리의 코끼리마늘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강자로 우뚝 설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