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기도
소비하기도 쉬운
인삼 개발을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인삼과 현동윤 과장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인삼은 전통적으로 국산이 좋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작물로 손꼽힌다.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고려인삼을 귀하게 대접을 한 것이나,
고려인삼의 값어치를 지키기 위해 인삼을 태우기까지 했던 개성상인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고려인삼의 현대적 계승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가 있다.
바로 농촌진흥청에서 유일하게 단일작물을 과 단위로 담당하는 인삼특작부 인삼과가 그곳이다.

인삼 종자 육종부터 재배법 개선,
친환경 생산까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인삼과 현동윤 과장
인삼특작부 인삼과는 크게 세 연구실로 나눌 수 있다. 인삼육종연구실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 마커를 개발하는 일을 담당한다. 재배품질관리연구실은 재배법 개선 연구와 더불어 원재료에 대한 품질 기준을 확립하고 표준화하는 일을 맡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삼을 절편, 추출액, 분말 등으로 다양하게 가공해서 수출할 때 각각에 대한 품질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생산연구실에서는 인삼에 생기기 쉬운 뿌리썩음병이나 곰팡이병에 대한 방제법 등을 연구하는 일을 한다. 인삼은 한 번 심었던 데에는 근 10년 이상 인삼을 다시 심지 않는 것이 좋다. 연작을 할 경우 뿌리썩음병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뿌리썩음병과 연작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기존에 사용하는 방제법이 효능이 없을 때 그 이유를 진단해 다른 농약이나 방제법을 추천하는 것까지도 친환경생산연구실의 업무다.
“2003년 이전에는 한국담배인삼공사 소속 연구원에서 인삼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민영화가 되면서 인삼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 기능이 국가기관으로 이전됐죠. 인삼공사에서 진행했던 연구는 사업 위주 기술개발로 돌아가는 경향이 강했어요. 하지만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농가생산 중심,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이 되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인삼농사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들어가는 농사로 손꼽힌다. 이러한 작업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과 같은 재배시설 현대화와 함께 작업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인삼과의 가장 큰 숙제다. 단순 수확량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품질 향상에 대한 고민을 함께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기도 하다.

몸에 좋은 인삼,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세계시장 노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인삼과 현동윤 과장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인삼은 80%가량이 홍삼으로 가공된다. 뿌리홍삼으로 만든 인삼의 엑기스를 뽑아 다양한 건강식품으로 만들어 먹는 식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인삼을 섭취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에너지 드링크나 감기약 등에 인삼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을 먹고, 동양에서는 인삼과 좋은 약재를 배합해 술로 담가 먹거나 홍삼을 먹는 식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인삼을 섭취하는 추세였지만, 지금은 동남아에서도 인삼의 섭취가 늘어나고 있다. 수출하는 국가마다 주로 수출하는 품목도 달라진다. 고려인삼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강한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도 품질이 좋은 제품이 주로 수출되는 편이다. 반면 베트남에는 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중저가 제품을 주로 수출한다.
“보통 세계시장에서는 중국, 캐나다, 미국과 항상 경쟁하게 됩니다. 다른 나라는 수출을 홍콩시장에 주로 하는데, 수삼을 말려 딱딱하게 만든 ‘백삼’을 벌크 형식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삼은 완제품으로만 수출을 합니다. 홍삼 농축 파우치나 절편, 건강식품 등으로 다양하게 가공해서 수출하기 때문에 제품 다양성이 월등하죠. 질적인 면에서 월등하기 때문에 해외소비자의 반응도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가격경쟁력은 다른 경쟁국가가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내의 인삼 소비도 한층 늘어나고 있다. 홍삼의 사포닌 성분이 면역성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식약처에서도 고시했을 정도로 공인된 성분인 만큼 생활 속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인삼 식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삼을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을 비롯해 배즙에 홍삼 추출액을 첨가한 과즙상품, 약초와 녹용 추출물을 넣은 농축액 상품 등도 다양한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아울러 수삼은 뼈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어 어르신들에게 권장할 만하다.
새싹인삼과 같은 신소득 작물 재배법 개발이나 항산화 성분을 크게 높이는 가공기술을 개발한 것도 가공상품을 다양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원래 새싹인삼은 수경재배를 통해서 화장품 원료에 들어갈 수 있게끔 했어요. 화장품 원료는 소비자 신뢰성 때문에 완벽한 무농약이 되어야 하는데, 수경재배가 거기에 딱 들어맞았거든요. 그게 점차 발전해서 한달만 키워도 새싹인삼으로 자라서 줄기와 잎을 모두 섭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식단에 올라오기 시작했죠. 더 나아가 가공해서 차로 만든다거나 분말로 만들어서 홈쇼핑에서도 소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죠. 주로 소비되는 쪽은 음식점인데, 새싹인삼을 고기와 함께 싸먹는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어요.”

이상기후도 견뎌낼 수 있는 인삼,
매일 먹어도 좋은 인삼

다양한 작물들이 이상기후의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인삼에 미치는 영향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5~6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봄과 여름의 이상기후가 작황을 망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월동기간인 3월에는 따듯하다가 4월에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거나, 여름철에 30℃를 훨씬 넘는 고온이 지속되면 인삼농가에서도 근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돌려짓기를 해야 하는 것도 농토에 대한 부담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인력을 수급하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사실 이상기후에 대한 문제는 근본적인 재배기술 개발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중구조 하우스를 도입해 온도를 낮추는 방법 등이 필요하죠. 여기에 염류에 견딜 수 있고 고온이나 병해충에도 강한 인삼 품종을 개발하는 것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연작기술 보급은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보이고 있죠. 2022년 정도에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거란 전망입니다. 결국 기계 재배와 재배기술이 발달돼야 인삼농가의 부담이 덜어질거라 생각해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인삼과 현동윤 과장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인삼과 현동윤 과장
한편 소비자들에게 인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 인삼에 대한 대표적인 선입견으로는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인삼을 먹으면 안된다던가, 승열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현동윤 과장은 이러한 선입견이 실제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청양고추를 먹은 뒤 열이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거든요. 수삼도 비슷합니다. 중국과 국가공동과제로 지속적 복용에 문제가 없는지 안정성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승열효과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기도 했어요.”
인삼에 대한 안전성도 소비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다. 농약이 기준치 이상 나오지는 않는지, 가공식품에서도 안전성이 보장되는지 등이 주요 이슈다. 실제로는 원료에 대한 기준이 강화가 되어있는데다 수삼도 농약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들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서 보다 안전적인 생산기반과 제품의 질을 갖추기 위해 인삼과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인삼과 현동윤 과장

이중구조 하우스를 도입해
온도를 낮추는 방법 등이 필요하죠.
여기에 염류에 견딜 수 있고
고온이나 병해충에도 강한 인삼 품종을
개발하는 것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