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실현한
새로운 농업 브랜드

카페 감자밭 이미소·최동녘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전예영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라는 동시가 있지만, 자주색 감자를 접해본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흔히 감자는 품종이 아니라 크기대로 나누어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감자시장은 단일품목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미소·최동녘 대표의 카페 ‘감자밭’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소 대표가 아버지와 함께 농사지은 로즈감자로 감자 모양의 감자빵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동녘 대표는 청년농들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과일음료를 고안해 독특함을 더했다.
우리 농산물로 아이디어가 실행되고 있는 카페 감자밭의 이미소·최동녘 대표를 만나봤다.

소양강을 바라보며
맛보는 감자빵

카페 감자밭은 SNS에서 날로 유명해지고 있는 카페 중 하나다. 소양강을 가까이하고 있어 2층에서는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볼 수 있고, 1층과 야외에서는 계절별로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밭이 펼쳐진다. 여기에 맛있는 빵과 음료수를 즐길 수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춘천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대표 메뉴로 꼽히는 것은 이미소 대표가 카페를 운영하면서 고안해낸 감자빵이다. 처음 카페 감자밭을 열면서 특별한 대표 메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감자를 이용한 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여 개의 레시피를 완성했지만 특별함이 없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쯤 이미소 씨는 아버지인 이청강 씨가 지나가듯 말했던 ‘감자 모양의 빵’을 떠올렸다.
“감자빵은 아버지가 투자하셨던 로즈감자라는 품종으로 만들었어요. 로즈감자는 포슬포슬한 식감과 달달한 맛이 특징이에요. 처음 드셔보시는 분들은 고구마라고 착각하시기도 하죠. 이 특별한 로즈감자의 본연의 맛과 특성을 살린 빵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카페 감자밭 이미소·최동녘 대표
감자빵의 겉은 국내산 찹쌀가루를 사용하고, 속은 삶아서 으깬 로즈감자를 듬뿍 넣어 쫄깃하고 달달한 감자빵을 완성했다. 특히 맛도 맛이지만 감자를 똑 닮은 모양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크기와 모양이 시중에서 흔히 보는 감자와 비슷하고, 겉면에는 흑임자와 콩가루를 입혀 감자밭에서 막 캐낸 감자라고 착각할 정도다.
“고객 분들이 감자빵의 모양만 봤을 때는 어떤 맛인지 상상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감자빵을 한 입 베어 물면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라고들 많이 해주세요. 감자라고 하면 약간 밋밋한 맛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희 감자빵은 자연스러운 달달함과 촉촉함을 가지고 있거든요. 특히 진짜 감자 같이 생겨서 고객 분들이 더 재미있게 즐기시는 것 같아요.”
제철 농산물을 이용해 계속 바뀌는 음료 메뉴도 다양하다. 이름하여 ‘제철매철, 밭에서’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음료들이다. 서리태라떼나 인절미라떼처럼 고소한 콩 맛이 나는 라떼와 제철과일을 이용한 에이드나 주스 등으로, 계절이 바뀌면 판매가 종료되기도 해 방문했을 때 맛보지 않으면 다음해를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과일이나 작물은 지역의 청년농업인 등과 최동녘 대표의 친구들에게서 구입해 가져온다. 최동녘 대표가 한농대를 다니면서 인연을 맺은 청년농부들이기에 품질을 믿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최동녘 대표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귀하게 농사지은 농산물들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 고객들에게 그 농작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상기시키는 것이다.
“음료에는 농부들의 이름을 넣어서 작명해요. ‘인제 오창언 농부의 블랙커런트 에이드’, ‘김창후 농부의 양구 생메론우유’, ‘곽정토 농부의 유기농 청귤에이드’ 등이죠. 농부의 이름을 걸고 판매를 할 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고객 분들도 다시 한 번 농작물의 소중함을 일깨워드릴 수 있지요. 저는 사과농사를 지으니까 고객 분들에게 어떻게 키운 사과로 정성껏 주스를 만들었는지 직접 설명해 드리기도 해요.”
감자빵
카페 감자밭

직접 키운 감자로
판로를 찾고 꾸려낸 공간

카페 감자밭 이미소·최동녘 대표
이미소 대표가 지금의 공간을 꾸미고 국내산 농산물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카페를 운영하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고 경영학을 부전공했던 터라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지만, 회사까지 그만두고 춘천으로 오게 된 것은 아버지의 감자농사가 실패하면서였다.
“몇 십 년 동안 아버지는 강원도에서 개발된 로즈감자를 지키기 위해 감자농사를 지어오셨어요. 로즈감자는 강원대학교 연구원에서 개발했는데, 아버지가 연구비를 투자하셨지요. 그런데 시중에는 수미감자가 보급종으로 많이 소비되는 상황이라 로즈감자를 비롯해 청강감자, 썸머·윈터감자 등 국내 품종을 재배하신 아버지는 판로를 찾기 어려우셨던 거예요. 결국 2억 원에 이르는 감자를 폐기하게 되셨어요. 어느 날 전화를 하셔서 마케팅 등을 통해 감자농사를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게 춘천으로 내려왔지만 66,115m2(약 2만 평)의 감자밭을 눈앞에 두자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감자농사를 짓는 모습을 봐왔고 일을 도우기도 했지만, 이번엔 책임이 막중했다. 처음 1년 동안은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투자 수익률을 계산했고, 농업인력 고용비, 종자 생산비용 등을 감안하여 수익구조를 개선했다.
“투자 위험성이 크지 않도록 최대한 직거래를 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감자밭 규모도 절반으로 줄이고 온라인 홍보를 통해 일반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거나 호텔, 기내식, 레스토랑에 감자를 공급했지요. 저희가 생산하는 감자는 일반 시중에서 흔하게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나름의 경쟁력이 있었어요.”
그렇게 3년 동안은 감자재배와 판매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마련해나갔다. 그리고 이미소 대표는 또 한 번 도전의 기로에 서게 됐다. 우연한 기회로 청강대 푸드스쿨에 입학하면서 거창에서 유기농 베리를 사용해 빵을 만드는 곳으로 견학을 간 것이다.
“빵집의 대표님도 원래 농사를 짓거나 빵을 만드셨던 분이 아니라 저처럼 패션디자인을 전공하셨더라고요. 그런데 거창에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메뉴 개발을 해서 성공을 하신 거예요.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도전했을 때 20대였기에 가능했다고 하시더라고요. 20대엔 열정과 에너지가 있었다면서요. 꼭 그 말씀이 저한테 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용기를 얻어 카페 감자밭을 오픈하게 된 거죠.”
카페 감자밭

이대로는 안 된다는생각에
투자 수익률을 계산했고,
농업인력 고용비,
종자 생산비용 등을 감안하여
수익구조를 개선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남길

지금은 춘천의 명물이 될 정도로 유명한 카페가 되었지만, 오픈 초기에는 운영이 쉽지 않았다. 농장이라는 콘셉트는 있었지만 막상 방문하면 특색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어려움을 겪던 중 이미소 대표는 운명처럼 최동녘 대표를 만났다. 농촌진흥기관에서 육성하는 청년4-H연합회 조직 활동을 통해 미래에 대한 또래 정서를 공유하고 친구처럼 지내며 농사와 카페 운영 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중 하나하나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카페 감자밭에 마련된 넓은 해바라기밭은 최동녘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한농대를 다니면서 농업마케팅과 브랜딩에 관심이 많았어요. 농작물을 활용한 공간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었죠. 그런데 이미소 대표가 카페 감자밭의 운영을 고민하고 있었고, 저는 넓은 밭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해바라기와 호밀, 유채꽃, 맨드라미, 양귀비 등을 심어 고객이 일정 금액을 내고 마음껏 꽃을 따서 가져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고객들은 아름다운 꽃밭을 거닐며 한 아름 딴 꽃을 다른 사람 또는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했다. 인증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본 최동녘 대표는 꽃밭에서 직접 꽃을 따는 행위가 도시민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카페 감자밭은 확실한 콘셉트를 가지면서 한 주에 2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20대에 큰 성공을 했기에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뒤에서는 실패를 겪으며 부단히 노력한 두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페 감자밭
“사실 농업으로 자리를 잡기란 정말 힘든 일이에요. 이미소 대표도 저도 실패를 하면서 지금까지 왔거든요. 최근 귀농이나 청년창업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지원도 늘어나면서 많은 청년들이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 같아요. 하지만 현실은 정말 힘들고 또 정착금 등을 대출받는다고 해도 결국 갚아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다른 농가 등 비빌만한 언덕에서 열심히 배우고 경험하고 가능성을 찾은 다음에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옆에서 최동녘 대표의 말을 듣고 있던 이미소 대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아버지가 일궈온 감자밭이 기반이 되었지만, 그러한 상황에도 시행착오를 겪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목표를 갖고 열심히 준비해서 농촌에 정착하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저희가 그런 청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고요. 또 청년들이 농업과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려면 소비자 분들의 관심이 필요해요. ‘저희가 피땀 흘려 생산한 것이니 사주세요’가 아니라 정말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평가해서 구입해주셨으면 해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필요한 존재가 되는 브랜드로 더욱 발전하고 싶습니다.”
카페 감자밭
주소 :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74
연락처 : 033-253-18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