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품종,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나간다

황영감 황성수 대표

글 ㅣ 김제림사진 ㅣ 최성훈
농업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특히 과수 농사의 경우,
새로운 외국 과일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품종과 농법에 대한 식견이 필요하다.
해남에서 단감 농사를 짓는 황영감 농원의 황성수 대표는
독특한 품종과 친환경적 농법으로 색다른 판로를 개척해가며 자립농으로서 앞날을 탄탄하게 가꾸고 있다.
한농대를 졸업 후 황성수 대표가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쉽지만은 않았던 과정을 들어보았다.

독특한 품종과 맛으로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다

황영감 황성수 대표
황영감 농원에서 주로 키우는 단감 품종은 다른 농원과는 조금 다르다. 보통은 11월에 주로 먹을 수 있는 부유라는 품종을 주로 키우지만, 황영감 농원에서 황성수 대표가 주로 키우는 품종은 태추라는 품종이다. 보통 단감이 고운 주황색일 때 출하가 되지만 태추는 그렇지 않다. 껍질 색이 연녹색일 때도 출하된다는 것이 태추 단감의 특징이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배를 닮았다고 하여 배단감으로도 불리는데, 완전히 주황색으로 물들면 특유의 식감을 잃게 되어 껍질에 초록색이 남아있을 때 출하하는 것이다.
“보통 9월 말부터 수확하는데, 식감과 과즙이 풍부해서 새로운 과일에 관심이 많으신 젊은 분들이 신기해하며 찾으시는 경우가 많아요.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농사짓기가 까다롭고 부유 품종이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 많이 알려지지는 못했죠. 한 5년 전부터 시장에서도 알아주고 판로가 많이 개척되고 있어요.”
일반 단감보다 크기가 크고 무게가 있어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에 가지가 잘 끊어진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특유의 맛 외에도 태추만이 지니고 있는 장점이 있다. 바로 자웅동체라는 점이다. 일반 단감나무에서는 수꽃이 피어나지 않아 수꽃이 피어나는 수나무를 따로 심거나 접목해야 하는 등의 수고가 필요하지만 태추는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함께 피어난다. 부유와는 달리 9월 말에 수확하는 조생종이라 다른 품종들과 덜 경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감은 같은 나무라도 위아래 햇빛이 닿는 정도가 다르면 가지마다 당도가 다를 정도로 섬세한 작물이에요. 하지만 저와 아내가 철저하게 선별하려고 노력해서 그런지 소비자분들이 맛있다고 해주시는 경우가 많아 보람을 느끼죠. 보통 나무를 심어서 5년 정도는 키워야 결실을 보는데, 저는 이 나무들에서 열매를 수확한지 3년 정도 되었어요. 나무도 한창 자라는 중이라 수확량은 찬찬히 증가할 것 같아요.”
황영감 황성수 대표

태추는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함께 피어난다.
부유와는 달리 9월 말에 수확하는
조생종이라 다른 품종들과
덜 경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농대,
실전으로 배우고
인연으로 이어나가다

황성수 대표는 한농대에서 과수학과를 졸업했다. 한창 놀고 싶은 대학교 시기에 실습으로 농사를 배우다 보니 아쉬운 마음도 컸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많이 배웠던 시기도 그때였다. 창원의 다감농원에서 10개월 동안 실습을 받았던 것도 한농대라는 이름이 있기에 가능했다.
“다감농원이 6차산업으로 정말 유명하고 대표님도 뛰어난 현장 교수님이셨어요. 원래 귀농한 사람들이 가면 만나기도 힘든 분인데, 한농대 실습생이었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죠. 당시에는 학생이라기보다 노동자 느낌이라고 생각해서 불만도 많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데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운 시기였어요.”
졸업하고 난 뒤에는 한농대의 네트워크를 다시금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영농 후계자들의 모임인 4-H에서도 한농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15년 전부터 해남에서 농사지은 선배들이 있는 만큼 농사를 지으면서 궁금증이 생길 때도 주변에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경험 많은 선배들이 있어 심적으로도 든든하다. 황성수 대표도 4-H 모임에서 총무를 맡을 정도로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강한 만큼 지자체에서도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면 호의적으로 봐주시는 경우가 많지요.”
자기 농사를 짓는다는 책임감으로 농원을 운영하는 것도 한농대를 다니며 배웠던 전문 지식에 한층 날개를 달아주는 계기가 되었다. 아버지도 단감 농사를 지으시기 때문에 가족끼리 서로 도와주긴 하지만, 농장과 사업자 등록 번호는 따로 있어 매출이나 세금도 따로 잡힌다. 황영수 대표의 부모님이 가장 원하셨던 ‘자발적으로 농사에 임한다’는 마음가짐도 자신의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잡혔다.
“아버지가 제게 한국농수산대학을 권하셨을 때도 주변 농가에서 자녀와 갈등이 있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셨어요. 또 백세시대인 만큼 본인이 단감 농사를 물려주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고요. 처음에는 농사를 하면서 이것저것 시키시는 게 있으셨는데, 그러면서도 항상 시키는 것만 하지 말고 찾아서 일하라고 말하시곤 했어요. 그런데 한 3~4년 차부터 제 스스로 결정한 것을 지켜보고 도와주시더라고요.”

농사를 지으면서 궁금증이 생길 때도
주변에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경험 많은 선배들이 있어
심적으로도 든든하다.

황영감 황성수 대표

색다른 이름과
다양한 판로 개척으로
소비자를 만나다

황영감
황영감 농원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이고 농사를 지으면서 황성수 대표가 고민한 것은 판로 확보였다. 아버지는 주로 가락시장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셨지만 보다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판로를 찾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큰 벤더사를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노출이 되지 않으면 판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찾은 것이 네이버 직거래카페였다.
“처음에 카페에 가입해서 판매를 잘하시는 분들 게시물을 보면서 어떻게 판매를 하시는지 봤어요. 그리고 태추를 소개하니 새로운 품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아서 반응이 좋았죠. 아내랑 번갈아 가면서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빠르게 응대를 했는데, 그런 점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어요.”
직거래로 하다 보니 실제로 들어오는 매출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한층 뿌듯했다. 단감을 지어 돈을 벌어 보니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층 농사에 집중하게 되기도 했지만, 늘어나는 수확량이 인터넷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원래 농약을 많이 쓰지 않고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단감을 재배하는 것을 강점으로 삼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받기도 하면서 다양한 벤더사에 어필하기도 했다. 그중 마켓컬리와 백화점에 납품하는 벤더와 연결되면서 또 다른 판로를 개척한 것은 큰 성과였다.
“처음에 마켓컬리에 납품을 할 때도 품종 덕을 보았어요. 기존에 계약한 농장이 있으면 들어가기 힘든데 태추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품종이라 마켓컬리에서도 계약을 맺은 곳이 없었거든요. 그동안에는 빠른 회전과 입소문을 내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태추가 맛있는 품종이라고 소비자의 인식이 뿌리내렸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물량을 공급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단계에 왔죠.”
처음 농사를 지으면서 스스로 땅을 사고 자기 농원을 가꿔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과수농사는 농사 초기 5년 정도에는 버는 돈 없이 투자만 해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많다. 전문기술을 갖추거나 후계농으로서 어느 정도의 기반이 없다면 초기 5년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처음 수확을 하더라도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데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장점을 갖추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후계농이나 귀농자는 약 2억 원 가량의 대출을 받을 수도 있지만, 거치기간 3년이 끝나면 원금을 다시 상환해야 해요. 과수농사는 수확을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많아 이런 자금 대출만을 믿고 하기는 어렵죠. 여기에 종자와 묘목을 산다고 생각하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요. 농사나 지어야겠다고 쉽게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그렇게 농사를 쉽게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버티는 지도 미지수고요. 저도 아버지 밑에서 농사를 지었던 기반으로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만큼, 농사를 지으려면 철저한 준비를 통해 들어오라고 전하고 싶어요.”
황영감 황성수 대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받기도 하면서
다양한 벤더사에 어필하기도 했다.
그중 마켓컬리와 백화점에 납품하는
벤더와 연결되면서
또 다른 판로를 개척한 것이다.

황영감
주소 : 전라남도 해남군 계곡면 법곡길 60
연락처 : 0507-1454-5329
홈페이지 : https://taechu.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