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재미, 펀펀한 체험
농촌 여행 사용설명서

- 경상북도 편

글 ㅣ 김그린
경상북도는 예와 전통을 지키는 선비문화가 강하게 반영된 고장으로 유명하다.
성리학 유파인 영남학파가 만들어질 정도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경상북도에 위치한 체험마을 중에는 이러한 선비문화와 기풍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가득하다.
세상이 변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 보석같이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보자.

최부잣집의 자취,
‘경주 교촌마을’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최부잣집의 교훈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난한 이웃들을 살피고 권력과 탐욕에 휘둘리지 말라는 가르침을 지키며 살았던 최부잣집이 있는 곳이 바로 경주 교촌마을이다. 향교가 있던 곳이라 교촌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이 일대는 지금도 최씨 고택을 중심으로 한 전통한옥이 많이 남아있다. 신라 유적으로만 떠올리기 쉬운 경주에서 조선시대 전통 한옥을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곳이다.
교촌마을의 또 다른 강점은 자신의 흥미에 따라 다채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여러 체험들이다. 양갱이나 앙금플라워 같은 체험은 10명 이상 단체로 신청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누비로 장신구를 만들거나 부채, 주령구 만들기 체험 등은 개인으로도 가능하다. 한복을 빌려 입고 고색창연한 한옥 사이에 난 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도 여행사진을 남기기에 더없이 좋은 체험이다. 매해 1박 2일로 열리는 경주 문화재야행도 교촌마을을 찾는 즐거움을 한껏 끌어올리는 요소다. 밤의 월정교를 배경으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처용설화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탈 대동놀이도 펼쳐진다. 경주 최부잣집부터 향교, 월정교까지 해설사가 안내해주는 문화재 답사도 문화재야행이라는 축제 이름에 걸맞은 체험이다.
최부잣집의 교훈과 가치를 교육해나가기 위한 교육 시설도 있다. ‘최부자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연령별, 기간별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단순히 옛 전통의 편린을 즐기고만 가는 공간이 아니다. 오래도록 지켜왔고 미래에도 가치 있는 정신문화를 전달하는 곳으로서 교촌마을은 지금도 그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경주 교촌마을
경주 교촌마을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교촌길 39-2
전화 | 054-760-7880
주변여행지
교촌마을 주변은 신라인들이 신성하게 여겼던 숲인 계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일대는 월성과 대릉원 등 다양한 유적지가 산개해 있어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역사 속 여행이 가능하다. 아니면 잠시 눈을 돌려 꽃구경을 떠나는 것도 가능하다. 첨성대 주변에는 황화코스모스와 핑크뮬리 군락지가 조성되어 있어 햇살 아래 그들의 색채를 완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오후에 가서 꽃과 함께 산책을 한 뒤 첨성대를 들리면 늦은 밤 은은하게 빛나는 특유의 야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영남 사대부의 주택 양식,
‘영덕 괴시리 전통마을’

괴시리 전통마을로 가는 길에는 영해평야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동해안의 3대 평야 중 하나인 이곳이 마치 앞뜰마냥 드넓게 펼쳐져 있는 것을 보면 이 마을의 세도 예사롭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 생긴다. 실제 이곳은 고려 말 문신인 이색 선생이 태어났던 곳으로 마을 이름 역시 이색 선생이 지은대로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원나라에서 돌아온 이색 선생이 구양박사의 괴시마을과 자신이 태어난 마을의 경치가 실로 흡사하다 하여 마을 이름을 괴시라 고친 것이다.
영덕 괴시리 전통마을
영덕 괴시리 전통마을
1630년 영양 남씨가 괴시마을에 정착하면서 지금은 영양 남씨의 괴시파 종택을 비롯해 영남지역 사대부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괴시파 종택은 조선 후기 주택 구조가 잘 남아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외에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단정한 한옥들이 적지 않다. 그런 만큼 고택 숙박으로도 열려있는 곳들이 있다. 경북 문화재자료 424호로 지정된 영감댁, 문화재자료 393호로 지정된 주곡댁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ㅁ’자 형의 영감댁은 안채 우측 상방 외부에 툇마루를 설치해 경북지역 한옥 중에서도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걷기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마을을 지나는 영덕 블루로드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영덕 블루로드 C코스는 17.5km의 긴 거리로 축산항부터 고래불 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그 중간 지점에 괴시리 전통마을이 위치해 있어 트레킹을 하다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초반에는 죽도산을 오르내리며 산길을 걷다가 괴시리 전통마을을 지나고 나면 바닷가로 난 길을 계속 걷게 되니 이 길의 대표적인 이정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소 |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
전화 | 054-730-6114
주변여행지
영덕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강구항을 가볼 만하다. 영덕 대게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강구항은 해안가 도시의 가장 활기찬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차로 10~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여행 중에 들리기도 쉽다. 대게 철은 11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니 여기서 든든하게 대게를 먹고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물이 돌아나가는 곳에 섬처럼 있는,
‘영주 무섬마을’

영주 무섬마을
영주 무섬마을에 가보면 물돌이 마을이 무엇인지 바로 깨닫게 된다. 둥글게 물이 흘러가는 내성천과 서천은 마을의 3면을 감싸고 돌아나간다. 이러한 연유로 이 지역은 육지의 섬이라 하여 수도리, 혹은 무섬마을 등으로 불려왔다. 은백색 백사장에 햇살이 만나 반짝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런 아름다움에 방점을 찍는 것은 전통 방식으로 재현한 외나무다리다. 길이가 150m에 다다를 정도로 길지만 그 폭은 30cm가량으로 매우 좁다. 이 외나무다리를 직접 걸으면서 눈으로 보았던 풍경에 자신을 함께 그려넣는 경우도 적지 않다. 30년 전까지는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던 유일한 통로이기도 한 외나무다리이기에 더욱 그 위를 걸을 때의 감흥이 각별하다.
무섬마을 안에서는 전통적인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무섬문화촌은 약 100여 명이 숙박할 수 있는 한옥체험관이다. 기업체 단체 연수, 청소년 캠프, 문화행사 등을 개최할 때 가장 먼저 쓰이는 곳이기도 하다. 반면 가족 단위 한옥체험은 무섬마을 내 여러 집에서 할 수 있다. 날아갈 듯 기와를 곱게 깔은 기와집에서 숙박을 하는 것도 가능하고, 조촐하지만 사람의 손이 안 닿은 데 없는 초가집에서 묵는 것도 가능하다.
마을의 풍경을 직접 몸으로 누비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전거를 빌려 한 바퀴를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영주시에서는 무인자전거 대여시스템이 총 5개소에 구축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무섬마을에 있다. 무섬마을 자전거 탐방로 구간도 11.2km에 달하는 만큼 운동이 부족했다면 아름다운 무섬마을 곳곳을 누비는 것으로 한층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주소 | 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전화 | 054-638-1127
홈페이지 | http://www.facebook.com/Yeongjumuseom
영주 무섬마을
영주 무섬마을
주변여행지
영주는 오랜 역사여행의 목적지로 알맞은 곳이다. 영주 부석사를 비롯해 선비촌, 소수서원 등 여러 여행지가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뭔가 새롭게 만들어보는 것을 원한다면 영주생탁을 제조하는 만수주조라는 양조장을 들러볼 것을 권한다. 이곳에서는 발효체험학교 띄움이라는 체험장이 열려 여러 발효체험이 가능하다. 나만의 전통주 빚기나 막걸리 식초 만들기, 누룩 쿠키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있어 주조장이라고 어린이를 배제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