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한우 등 멸종위기의
가축유전자원을
복원·보존하다

가축유전자원센터 이성수 센터장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이제형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능력이 있는 소수의 개량 가축 품종들이 확산됨에 따라
비교적 생산이 저조한 지역토착 품종들은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해당 품종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의 환경적응성 등 고유한 유전자원이 소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는 지난 2013년 멸종위기인 백한우를 복원하는 성과를 냈다.
이성수 센터장을 만나 가축유전자원과 백한우 복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생물유전자원
다양성 확보와 안전보존 필요

가육유전가원센터 이성수 센터장
가축유전자원센터는 지난 2015년 1월 6일 설립된 국가 가축생명자원 책임기관이다. 국가 주요 종축 및 유전자원을 악성질병과 천재지변 등에 의한 소실에 대비하여 안전하게 보존할 필요성에 의해 설립되었다. 특히 국제적으로 가축유전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재래가축의 분자유전학적 특성평가 등을 통해 가치를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가축유전자원센터는 관리평가연구실, 보존이용연구실, 소재개발연구실로 구성되어 있다. 관리평가연구실은 가축생명자원의 안전보존을 위한 국가관리 체계 확립과 특성정보 파악 및 유용형질 발굴업무 등을 담당한다. 보존이용연구실은 가축생명자원의 보존 및 복원기술 확립, 가축의 정자·난자·수정란 등 생식세포의 안전보존 및 이용기술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소재개발연구실에서는 염소·사슴 유전자원의 개량 기반 구축 및 생산성 향상기술 개발, 염소·사슴의 성장 특성 분석 및 사양관리 기술 개발 등을 연구한다.
“가축유전자원이 왜 중요할까요? 현재 세계적으로 가축 생산 형질의 향상과 외모 특성 고정 등을 위한 선발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수한 소수의 개량 품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가축유전자원의 다양성을 빠른 속도로 줄어들게 만들었지요. 특성 가축 품종이나 집단이 완전하게 소실되면 해당 품종이나 집단이 보유하고 있던 그 지역의 환경 적응성과 풍토병 저항성 등 고유한 유전자원이 함께 소실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외 가축유전자원을 지속적으로 수집·보존하며 특성평가를 통해 유용 형질을 발굴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지요.”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보존·관리하고 있는 가축유전자원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축산법 제2조제1항에서 정의하고 있는 가축에 해당된다. 가축유전자원센터는 해당 가축들에 대한 멸실 방지를 위해 생축 및 동결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있다. 또한 생축 복원체계 구축을 위해 가축유전자원센터를 포함한 5개소의 분산보존기관을 지정하여 돼지와 닭 생축을 분산보존하고 있다. 동결자원의 경우 소와 돼지에 대한 동결자원을 2개 기관에 분산보존하고 있다.
“만약 해당 자원이 멸실했을 시를 대비하여 분산보존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분산보존 중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여 안전하게 복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지요. 지난 2019년 11월 전북 남원에서 경남 함양으로 가축유전자원센터를 이전한 것도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기반조성을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고, 2018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되면서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 등이 국가 간 큰 관심사가 되었다. 이에 따라 생물유전자원의 다양성 확보와 안전보존, 자원의 국가 주권화를 위한 연구 확대가 필요해졌다. 가축유전자원센터는 가축유전자원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 및 기반조성을 위한 인프라 확대를 위해 함양으로 이전하면서 정액, 수정란, 체세포, DNA 등을 보존하는 데 필요한 액체질소 자동충전저장시설과 연구시료를 100만 점까지 수용 가능한 규모로 확대했다. 또한 사육시설은 차단방역을 크게 강화하면서 가축 질병 예방에 빈틈이 없도록 구축·운영하고 있다.
가육유전가원센터
가육유전가원센터

멸종위기의
우리 백한우를 복원하다

2021년은 신축년 흰소띠의 해다. 흰소는 우직함, 충직, 근면, 성실함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가인 이중섭이 그린 유화 ‘흰소’에서는 백의민족인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흰소를 그리고 있다. 이렇듯 전통적으로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흰소는 우리나라에서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가축유전자원센터가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적용하여 백한우를 복원에 성공하면서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
흰소와황소
“백한우는 일반적인 황색 한우 사이에서 모색유전자의 변형으로 나타나는 돌연변이 개체입니다. 개체수가 적기 때문에 멸종위기의 가축유전자원으로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계통을 유지해 나갈 필요성이 있었지요. 가축유전자원센터는 경상대학교 이준희 교수팀과 함께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통해 폐사된 백한우 씨수소 체세포의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하고, 이를 대리모에 이식함으로써 백한우 복원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복원에 성공한 이후엔 해당 품종의 멸실 방지를 위해 정액, 수정란 등 생식세포를 영구보존하고 있습니다.”
백한우는 현재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26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색발현과 수정란 이식의 연구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돌연변이 개체로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증식·보급 등 산업적 활용에 있어 한계가 있어 체내수정란 생산효율 향상을 통한 근친제어 축군 증식과 함께 유전특성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또한 미래 차별적 특성들을 구명해나가는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가축 유전자원의 가치를 확보할 계획이다.
“가축유전자원을 활용한 과제 수행을 통해 여러 실용화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고밀도 SNP Chip 데이터를 기반으로 희소한우 품종인 칡소와 백한우를 판별할 수 있는 마커 개발이 있습니다, 재래흑염소 3계통을 식별할 수 있는 마커 또한 개발하여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이밖에도 정액·수정란 등 동결자원을 효율적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적용해 여러 실용화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백한우 복원과 함께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축종 외에도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계대를 유지·보유하고 있는 재래닭에 대한 분산보존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매년 각 관리기관으로부터 종란을 도입·갱신함으로써 해당 자원의 멸실에 대비한 안전한 보존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지난 2018년 경기도축산진흥센터에서 수년간 보존 중이었던 재래닭을 AI확산에 대비해 살처분했었으나,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분산보존하고 있던 개체들을 활용해 복원할 수 있었다. 만약 재래닭 유전자원을 분산보존하지 않았더라면 영영 되살리지 못했을 아찔한 경험이었다.

가축유전자원 활용에
중점을 두고 연구 진행할 것

가축유전자원센터는 국가 주요 가축생명자원, 재래가축 및 천연기념물 등 국가 중요 가축유전자원의 안전한 보존과 관리뿐만 아니라 미래가치를 높이는 데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염소산업의 외연 확대에 따라 재래흑염소의 성장특성 뿐 아니라 번식능력, 도체특성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친자감별 시스템 및 세대별 근교계수 분석과 계획교배로 재래염소의 혈통정립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가축유전자원의 활용을 위해 국내외 연구기관과도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흑염소 개량지원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 축산연구기관과 협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축양동물의 안전 보존 및 멸실 방지를 위해 문화재청 및 제주축산진흥원과 협업하여 생축 및 동결유전자원 보존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국외적으로는 AFACI 사업을 통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아시아 11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가축유전자원의 활용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축유전자원센터는 이 사업을 통해 각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워크숍 및 현지점검 등을 통해 가축유전자원 기초특성평가 기술을 전수했다. 또한 각 회원국으로부터 다양한 가축유전자원을 수집·활용하여 특성평가를 진행함으로써 여러 가지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그동안 가축유전자원센터는 가축유전자원의 수집과 안전하게 보존하는 방법에 초점을 두어 연구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가축유전자원의 활용성 측면에 초점을 두어 보유하고 있는 가축유전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체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가축생명자원 소재은행을 구축함으로써 해당 자원의 이용 활성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흰소

흰소는 우리나라에서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가축유전자원센터가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적용하여
백한우를 복원에 성공하면서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