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부부가 가꾼
소박한 농가카페,
농촌의 맛과 이야기를 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홍성으로 귀농한 데에는 큰 목표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우연희, 이태호 대표는 그저 ‘끌림’이 있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IT업계에서 일하던 이태호 대표는 아내인 우연희 대표의 권유로 귀농을 결심했고 다양한 귀농지를 살펴보던 중 홍성 구항면을 알게 됐다. 작은 농촌마을이지만 정겨운 마을 분위기에 이끌려 지난 2018년 7월 홍성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두 사람의 보금자리로는 60년이 넘은 구옥이 선택되었다. 오래되어 수리할 곳이 많았지만 그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귀농을 했을 때는 카페를 운영할 계획을 하진 않았었어요. 그런데 매수할 수 있는 농지 면적으로는 저희 부부가 생활하기 어려운 수익이었지요. 그래서 특기를 살려서 수제마카롱부터 디저트, 과일청 등을 만들어서 마을 축제와 행사에 참여했는데요. 마을 이장님께서 보시곤 농가카페를 차려보는 게 어떤지 권유하셔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우연희 대표는 귀농 전부터 디저트나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드는 일을 즐겨 했다. 기성품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우연희 대표만의 감성과 정성이 담겨 있어 그 자체로 특별함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한 끝에 농가카페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인위적인 부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리를 해나갔다.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천장의 서까래와 흙벽을 그대로 살리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불편해 하실 부분만 고쳐나가는 식으로 인테리어를 구상했습니다. 내부는 아내의 취미인 바느질과 퀼트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몄고요.”

약 2,644m2(800평) 규모의 농가카페를 만들어나가는 데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마을 어르신들의 도움도 컸다. 작물을 심는 시기에는 모종을 가져와 심어보라고 알려주었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저녁시간에도 영업할 수 있도록 배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농장의 용도와 토질, 물길 등을 알려준 것도 농장을 꾸미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마을의 어르신 다섯 분은 점심식사를 하시면 어김없이 저희 카페에 오셔서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를 외치세요. 그 모습을 보면 정말 든든해요. 저희는 어르신들을 히어로 영화인 ‘어벤져스’를 살짝 변형시켜 ‘할벤져스’라고 부르거든요. 어르신들을 비롯해 마을 주민 분들 덕분에 저희가 홍성에 잘 정착할 수 있었어요.”

‘홍담’에서는 특별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그중 직접 재배한 블루베리와 생강, 오디로 만드는 음료들은 우연희 대표가 가장 추천하는 음료다. 블루베리로 만든 라떼와 요거트, 스무디는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고, 겨울에는 생강차와 생강라떼, 여름에는 오디스무디를 계절메뉴로 선보인다. 취약계층과 함께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풀꽃농장’에서 납품받는 메리골드 꽃차도 인기 음료 중 하나다. 이밖에도 홍성에서 재배되는 딸기와 복숭아, 자두, 작두콩, 구아바잎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음료와 차도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저희가 직접 재배하는 농작물 양으로는 부족해서 마을 주민들과 지역 내 청년농부들에게 농산물을 구입해오고 있습니다. 조금 가격이 높더라도 유기농 인증제품을 구매하는 편인데요. 저희도 올해 무농약 인증을 시작으로 유기농 인증을 준비하고 있어요. 함께하는 청년농부들도 유기농 인증을 목표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지요.”

‘홍담’은 지역 주민들과도 함께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농장 내에 99m2(30평) 규모의 하우스를 지어 마을 아이들이 시험기간일 때는 도서관으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는 극장으로, 홍성 마을교사로 활동하는 우연희, 이태호 대표의 방과후 체험프로그램장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야외활동이 제약된 마을 아이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또한 ‘도농교류 활성화를 통한 공동체 공간 조성’으로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며 지난해 2월 청년단체 ‘왓슈(홍성에 청년농부들 왓슈)’ 팀을 조직하고, ‘홍담’을 활동 거점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왓슈’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0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서 전국 1등을 하며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농촌에 정착하길 희망하는 청년들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렇듯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고 지역 내 아이들, 청년들과 함께하면서 ‘홍담’이라는 카페 이름이 가진 의미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이태호 대표의 아버지가 농가카페 주변에 연산홍을 심어서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붉게 물들이’라는 의미에서 ‘홍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지금은 지역과 함께하며 ‘홍성을 담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홍담’을 운영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희, 이태호 대표는 농촌진흥청 ‘귀농창업 활성화 지원’을 받아 새로운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1차 산업인 농업, 3차 산업인 체험은 진행하고 있지만 2차 산업인 가공은 아직 첫발을 내딛지 못한 상태다. 두 사람은 수제청을 개발하고 ‘귀농창업 활성화 지원’ 사업비를 활용해 시제품 제작과 포장 평가, 브랜딩 등을 진행한 후 정식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6차 산업 인증을 준비하며 개인적으로도 성장하기 위해 충남농업마이스터 대학에 진학할 계획입니다. 농사 부분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 출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힘들 것 같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마을 주민 분들, 그리고 ‘왓슈’ 청년들이 있어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홍담’을 가꿔나가는 과정과 ‘왓슈’ 활동 등을 SNS에 공유하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특별히 홍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진심이 담긴 우연희, 이태호 대표의 조용한 행보들에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연희 대표는 농가카페 창업은 힘들고, 수익과 연결하기 어려워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농가카페는 가격이나 접근성 면에서 다른 카페들과 경쟁하기 힘듭니다. 좋은 면만 보고 도전했다가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농가카페를 자신의 농장과의 마중물로 생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창구로 여긴다면 정말 좋은 보금자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농가카페 창업은 어떤지 묻는 분들에게 분명히 말씀 드려요. ‘농가카페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없지만, 내 터전이기 때문에 내가 가꿀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적극 권한다’라고요.”

앞으로도 우연희, 이태호 대표는 ‘홍담’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고, 홍성에 정착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적극 도울 예정이다. 10년 후에도 ‘홍성에서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두 사람의 밝은 미소가 농촌의 희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