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국수로 즐기는
메옥수수 이야기

글 ㅣ 김제림사진 ㅣ 강원도농업기술원
옥수수는 현재 여름철 즐겨 먹는 별미이자 간식이 되었지만,
50여년 전만 해도 가난한 이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구황작물이었다.
또한 땅이 척박해 쌀 재배가 어려운 강원도 산간지방의 주요 식량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금도 강원도에는 옥수수를 대량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은데,
우리가 흔히 먹는 찰옥수수나 초당옥수수가 아닌 토종옥수수인
‘메옥수수’를 소량으로 대물림해서 심어오는 농가들이 있다.

낟알이 꽉 찬 메옥수수

올챙이국수
메옥수수는 196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중요한 식량작물로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많이 재배해온 토종옥수수다. 줄기는 원통형이며 바깥쪽은 강한 조직으로 되어 있고 안쪽은 연한 속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 메옥수수의 특징은 한 자루에 낟알이 평균 450여 개가 붙어 있을 정도로 크기가 크다는 것이다.
전국을 돌며 토종씨앗을 수집하는 활동을 해온 안완식 박사가 강원도 평창에서 발견한 메옥수수는 한 자루가 35cm나 되고, 옥수수 알이 한 줄에 48알씩 12줄이었다고 하니 메옥수수 한 자루에 무려 576알이 달려 있는 것이다. 메옥수수를 평생 심어온 김춘기 할머니가 알게 모르게 해마다 큰 메옥수수만 골라 심으면서 육종을 해온 덕분이기도 하지만, 메옥수수가 원체 큰 종자인 것은 틀림없다.
옥수수는 신장병에 효과가 있고 옥수수 수염은 예로부터 이뇨제로 사용하여 왔다. 옥수수를 차로 끓여 마시면 고혈압 및 소화에 효과적이고 피로회복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메옥수수 속대를 차로 끓여 마시면 다른 옥수수에 비해 진하고 구수한 맛이 뛰어나다.

배고픔을 달래준 올챙이국수

메옥수수와 찰옥수수의 차이는 바로 전분 함량에 있다. 옥수수의 주 성분은 전분으로 아밀로펙틴 100%면 찰옥수수이고 70% 선이면 메옥수수다. 강원도에서는 찰기가 부족한 메옥수수를 가지고 국수로 만들어 먹는데, 바로 이름도 특이한 ‘올챙이국수’다. 올챙이국수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올챙이가 들어간 국수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이름이 붙은 데에는 찰기가 없어 국수가 뚝뚝 끊어진 모양이 올챙이를 닮았기 때문이다. 면이 흐물흐물해 젓가락으로 잘 집히지 않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이 보통인데, 처음 먹으면 심심한 맛이라고 느끼기 쉽지만 두세 번 먹어보면 구수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올챙이국수는 여름철 장마가 끝나고 옥수수가 익어갈 무렵부터 늦가을까지 평창장, 진부장, 대화장, 봉평장, 미탄장 등 평창지역에서 열리는 5일장 장터에서 주로 맛볼 수 있다. 이때는 전국의 미식가들이 올챙이국수를 맛보러 평창을 찾는다. 아직은 메옥수수를 재배하는 곳이 많지 않고, 흔하게 먹지도 않지만 올챙이국수라는 강원도 지역의 음식이 알려지면서 메옥수수의 새로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역의 문화가 담긴 음식을 알리는 일, 그리고 새로운 조리법으로 음식을 개발하는 일이 우리 토종종자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메옥수수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