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된 농약 안전성 연구로
농업의 발전을 이끌다

글 ㅣ 김주희 자료 ㅣ 국립농업과학원 독성위해평가과

농업의 역사와 함께해온 농약 사용

인류는 기원전부터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농사를 지어왔고 병해충 예방 효과를 내는 방법들을 사용해왔다. 당시에도 해충은 작물의 정상적인 생육을 방해했는데, 사람들이 해충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유황가루를 사용한 것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5세기에는 수은, 납, 비소와 같은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해 해충을 박멸했으며, 유황증기와 청산가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1850년대까지 계속 사용되었다. 우리나라는 과거 해충을 쫓는 데 마른 쑥이나 재 등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1429년 발간된 ‘농사직설(農事直說)’에 기록되어 있다.
지금의 유기합성 농약은 193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사용되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은 세계 2차 대전을 앞두고 농약의 원료가 되었던 자원을 아프리카나 아시아로부터 운송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유기염소 계열의 농약인 DDT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 각국에서 BHC, 파라티온 등 새로운 유기합성 농약을 속속 개발하였다.
유기합성 농약
유기합성 농약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DDT다. 처음 실용화될 당시에는 강력한 살충효과를 가지면서도 인간에게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농업에서 농약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1957년부터 DDT의 유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특히 조류에 대한 유해성이 많이 지적되면서 1970년대 들어와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DDT를 농약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처럼 농약은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소비자나 취급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고, 환경뿐만 아니라 환경 중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많은 우려와 함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농약에 의한 취급자의 급성중독은 취급 부주의나 오·남용 등으로 일시에 다량 노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관리와 예방책을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나, 환경과 농산물에 잔류되는 농약의 영향은 보편적이고 광범위하며 그 개방성 때문에 위해를 예측하거나 회피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그 위해성 정도를 평가하기는 더욱 어렵다. 따라서 농약이 갖고 있는 이러한 독성과 위해성을 관리하기 위하여 국가마다 적절한 독성평가를 통한 규제를 정책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고, 우리나라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농약 연구·평가의 발전

우리나라 농약 안전성 연구는 지난 1962년부터 시작되었으며 1990년대 이전까지 농약의 급성독성, 자극성, 급성 어독성 등 급성독성 위주의 자료를 요구하여 독성을 구분하였다. 반복 노출에 의한 독성시험은 주로 JMPR 보고서 등 선진국의 독성 성적 요약서를 받았으나 특별한 평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자몽의 잔류농약 사건을 계기로 국내 농산물에 대한 위해성평가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일본농약초록, 유럽 및 미국 평가보고서 등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 제출되는 독성성적도 요약보고서 수준으로 상당히 개선되었고, 1993년도에 화학농약과 생물농약에 대한 평가기준을 설정하였다. 1997년에는 농약 고시제에서 등록제가 되었으며, 1일섭취허용량(ADI) 개념을 도입하고 안전성소위원회 자료작성 시 독성항목별로 평가한 검토 자료를 제출하였다.
2000년에는 바이엘크롭사이언스에서 세계 최초로 등록 신청한 펜트라자마이드에 대한 평가보고서 작성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간단한 독성평가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농약의 인·축에 대한 독성은 물론 환경과 주변 농업생태계에 대한 독성까지 시험성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안전성이 확보될 때 생산과 사용을 허가하기 시작하였다.
농산물안정성부
농산물안정성부
현재 국립농업과학원은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 등 농약원제 506종, 가스가마이신 액제 등 농약품목 2,071종에 대한 안전성평가를 완료했으며, 농약등록 신청자료의 심의관리, 농약의 인축독성·환경생물독성·생물활성·이화학성·잔류성 평가 및 평가기준 개선 연구, 농약의 사용실태 모니터링을 통한 사후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등록 농약에 대한 평가를 선진화하기 위해 OECD 등 국제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평가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아울러 등록 신청농약 및 안전성재평가 대상 농약의 등록평가를 위하여 이화학, 약효약해, 잔류, 독성 등 각 전문 분야별로 검토한 후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농약전문위원회의에 상정하여 등록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농업현장의 어려움 해소와
동물 복지까지

독성실험실
농약의 안전성 연구도 중요하지만 실제 농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일도 국립농업과학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농약은 등록신청농약과 직권등록농약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벼, 고추, 사과 등 주요 농작물은 등록 농약이 많지만, 엽채류, 엽경 채류 등 소면적 재배작물은 등록 농약이 부족한 실정이다. 면적이 작은 작물의 경우 경제성이 낮아 농약회사에서 농약 등록 확대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약관리법에 근거해 농약현장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하고 약효·약해 및 잔류성 시험을 직접 수행해 농약 직권 등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약효·약해시험에는 그룹등록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작물 및 병해충을 개별 시험해왔던 것을 동일 병해충 발생정보가 있는 소면적 작물을 유사 작물군으로 분류한 후 해당 작물군의 대표작물로 시험하면 해당 그룹 내 작물까지 등록이 가능한 제도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2019년 1월, PLS(Positive List System, 농약 허용기준강화제도)가 전면 시행되면서 등록 농약을 구하기 어려운 소면적 농업인들의 어려움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물에 대한 보호와 복지를 위해 실험동물을 이용한 농약 독성시험법을 대신할 수 있는 동물대체시험법 연구를 확대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동물 수를 줄이고(Reduction. 감소), 실험동물을 세포로 대체하고(Replacement. 대체), 고통을 경감시키는(Refinement. 경감) 3R 동물대체시험법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농약 등록시험 방법과 기준」에 고시했으며, 2022년부터는 다양한 인체세포나 동물의 일부 조직을 이용한 대체시험법 연구를 진행하고 추가 고시할 예정이다.

농약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농업 안정으로 이어져

농약은 병해충과 잡초를 효과적으로 방제하고 농업생산성을 높여 급격히 증가하는 인구의 식량문제 해결에 많은 공헌을 한다. 또한 식물생장조절제는 농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킬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수확시기를 조절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을 연중 공급할 수 있게 해 가격을 조정하는 효과도 있다.
농약의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화된 농약 안전성 연구과 독성 평가, 잔류성 검토를 통해 작물 중에 농약이 남아 있더라도 인체에 무해한 양을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농업인의 농약 안전사용기준을 정하고 있다. 등록된 농약을 안전사용기준에 맞게 사용하여 재배한 농산물은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섭취 가능하다.
농업에서 필수불가결한 농약의 안전성 연구·평가 제도를 신뢰하고 우리 농산물을 섭취한다면 우리 농업의 더욱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