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양봉,
소박한 농가카페,
다음 세대로 이어나간다

선우벌꿀 이재승 대표

글 ㅣ 김희정사진 ㅣ 전예영
선우벌꿀 이재승 대표가 고양시로 귀농하게 된 것은 2016년의 일이다.
반도체 회사에서 물리학 지식을 발휘하던 그가 고양에서 아버지의 양봉업을 정식으로 물려받은 지 5년 차가 되었다.
양봉에 대한 지식도 많이 늘었지만 꿀 원물을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하며 쌓인 노하우도 적지 않다.
양질의 원물을 바탕으로 유통망 확대를 노리는 선우벌꿀의 이재승 대표의 귀농귀촌기를 들어보았다.

선배들의 경험에
나만의 시도를 더하다

선우벌꿀 이재승 대표
이재승 대표가 양봉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꼈던 것은 일의 리듬이 그전에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었다. 양봉을 하면서 계절별로 해야 할 일도 달라지는 상황은 그 전의 회사 업무와는 전혀 달랐다. 일의 흐름이 장기적인 만큼 여름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가을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어려움이었다. 이상기후로 인해 한 해가 다르게 날씨가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경험과 노하우 없이는 어려웠다. 학생일 때나 직장인일 때 가끔 부모님의 양봉을 도운 것만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같은 계절이라고 해도 12월에 해야 할 일과 1월에 해야 할 일이 다르고, 4월과 5월이 또 다릅니다. 때로는 며칠 사이로 꿀의 생산량이나 꿀벌의 번식이 차이날 수도 있고요. 제 경우에는 부모님이 오랫동안 양봉을 하셨던 것도 있고 주변에도 양봉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곁에서 봐오기도 했고 여러 조언을 들은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었죠.”
선배들의 경험을 바탕삼아 벌을 키웠지만, 초보 농업인으로서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봄과 초여름이 지난 뒤 벌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양관리였다. 벌들이 식량으로 저장해두었던 꿀을 가져간 만큼 이를 보충하는 먹이를 줄 필요가 있었다. 설탕을 물에 녹여 급여하는 것뿐이지만, 적은 인원으로 수백여 개의 벌통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인건비의 부담이 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재승 대표가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 양봉업의 기계화다. 다른 농축산업과는 달리 양봉업은 기계화나 스마트팜의 도입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최근에 등장한 것이 물과 설탕을 미리 기계에 세팅해놓으면 자동으로 섞어서 녹여주는 기계, 그리고 벌통 안의 먹이 그릇에 자동으로 설탕물을 급여해주는 기계다.
“양봉업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 드신 부모님 세대에서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노동력을 덜 들일 수 있는 기술 위주로 양봉업이 발전하고 있죠. 양봉 농가들이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인건비를 절감해야 할 필요도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기계화를 꾸준히 도모하고 있습니다.”

꿀벌과 함께하는 1년,
밀원의 중요성을 깨닫다

우리나라에서 양봉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동 양봉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각 지역에 따라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지는 만큼 꽃으로부터 꿀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이다. 선우벌꿀도 벌을 키우고 분봉을 하는 것은 정해진 장소가 있지만, 5월부터 7월 초까지는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를 거치며 꿀을 생산하는 시간을 가진다.
“벌이 꿀을 생산하는 시기는 1년에 3달이 채 되지 않아요. 1년의 수확이 이때 이루어지죠. 그런 만큼 나머지 10개월 동안은 벌을 키우는 데 공을 들입니다. 1월부터는 벌의 겨울잠을 깨워서 겨울 벌치기를 시작해요. 이 때 화분떡이라는 재료를 투입하는데, 꽃가루인 화분을 비롯해 단백질, 설탕물 등을 개어서 넣어주면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을 때의 좋은 양식이 됩니다. 이후 봄꽃이 피어나면서는 봄꽃에서 벌들이 양식을 얻게 되죠. 반면 7월 초부터는 분봉 준비를 시작해야 해요. 새로 태어난 벌들과 여왕벌을 새로운 벌집에 이사시켜주는 과정입니다. 바깥에서 일하는 벌들은 이미 그 벌집에서 오래 살아서 분봉이 되지 않아요. 하지만 새로 태어난 벌들은 집을 구분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안에서 머무르면서 유충을 키우고 벌통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요. 그렇기 때문에 분봉을 해도 문제가 없죠. 이렇게 따로 벌들을 분가시킨 뒤에는 내년을 위해 벌을 열심히 키워줍니다.”
선우벌꿀 이재승 대표
이 과정마다 이재승 대표가 향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분봉을 한 벌들을 따로 키워주기 위해 8월에는 강원도 춘천으로, 11월 말에는 벌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겨울 날씨가 온화한 고흥으로 향한다. 봄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 피는 곳을 찾아 남쪽에서부터 북쪽까지 돌아다닌 뒤 수고한 벌들을 돌보기 위해 고양시의 농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뒤 다시 분봉을 하고 춘천으로 향한다. 그중에서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꽃의 꿀을 따오는 5월과 6월은 한 해의 수확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기다. 꿀의 원천이 되는 식물들이 심긴 밀원은 한 명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부분이기에 긴장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펀딩사이트에 벌꿀 상품을 펀딩하면서 했던 것이 고양시에 유채꽃밭을 조성하는 것이었어요. 펀딩으로 모인 돈으로 유채꽃밭을 만들기로 한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열심히 모았던 꿀을 사람에게 주는 꿀벌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3월 중순에서 4월 초에 개화하다 보니 아직 꽃이 드문 초봄에는 꿀벌에게 큰 도움이 되거든요. 다른 하나는 밀원이 소실되어가는 것의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밀원이 벌목이나 재해, 각종 개발로 사라지는 경우들이 생기면서 꿀벌들은 갈 곳을 잃었고 좋은 꿀을 얻을 수 있는 확률도 줄어들고 있어요.”

판로 확대의 꿈,
기본에 충실한 자세에서
다시 출발한다

2019년부터 2020년은 선우벌꿀의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시간이었다. 선물용 도자기 꿀이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스틱형 꿀 등의 상품부터 다른 브랜드와 협업으로 색다른 조합을 진행해보기도 했다. 2016년 양봉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양봉농협이나 농업기술원 등을 통해 벌 사육에 대해 꾸준히 배우고 기본 실력을 다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농업기술원의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양한 용량을 소화할 수 있는 용기들도 준비를 갖췄다.
“펀딩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현재의 판촉 상황에서 꿀 원물만을 파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꿀 자체가 젊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느낌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래도 근 2년 동안 다양한 상품을 시도해보았으니, 앞으로는 개발한 제품들의 판매 활성화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2020년 말에는 소비자와 한층 가깝게 판매 창구를 열기 위해 선우벌꿀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열기도 했어요. 그 외에도 고양시 로컬푸드 매장에 꾸준히 납품하고 있고요. 아버지가 양봉장을 꾸리실 때는 단골들의 입소문을 통해 고객을 확보했지만, 이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판로 개척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유통사와도 꾸준히 접촉 중이에요.”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꿀을 전달하기 위해 생산시설도 꾸준히 업그레이드 중이다. 제품 안에 꿀이 아닌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정제시설도 최신식으로 구축했다. 여기에 한층 박차를 가해 HACCP 인증 기준에 맞춘 시설을 갖추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꽃과 꿀벌이 만나 귀한 천연 벌꿀을 만들어낸 만큼 소비자들에게도 그 가치를 훼손 없이 전달하겠다는 의지로 진행하는 일이다.
“벌꿀도 천연벌꿀과 사양벌꿀로 종류가 나뉘는데, 사실 외양이나 맛으로 구분하기는 어려워요.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한 검사 성적서로만 구분이 가능하죠. 하지만 각종 미네랄이나 영양성분에서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사양벌꿀은 벌이 설탕물을 먹고 생산해냈기 때문에 미네랄 함량이 떨어지지만, 천연벌꿀은 그 작물의 영양 성분이 영향을 미치거든요. 약꿀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식물들에서 유래한 성분이 꿀 안에 담겨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고요. 부담 없이 가까이 하실 수 있는 천연 기력보충제인 만큼 일상에서 자주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잼 대용으로 빵이나 요거트에 뿌려 먹는다거나, 과일을 꿀에 재워 청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생활 속에서 꾸준히 드시면 면역력 강화와 피로 해소에도 좋거든요. 그 꿀을 안전하게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제 경우에는 부모님이
오랫동안 양봉을 하셨던 것도 있고
주변에도 양봉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곁에서 봐오기도 했고 여러 조언을
들은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었죠

선우벌꿀
선우벌꿀
주소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서리골길 149-23
연락처 : 010-8244-9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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