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농업,
우리 농업의 미래를 책임지다

디지털농업추진단 허승오 연구관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최성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혁신 기술들이 만들어지며 우리는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1차 산업으로 대변되는 농업에도 ‘디지털’이 적용될 수 있을까?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1월 17일 디지털농업을 촉진하기 위해 ‘디지털농업추진단’을 출범했다.
디지털농업추진단은 앞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농업 연구·개발 및 보급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디지털농업추진단 허승오 연구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공지능·빅데이터를 활용한
유망작목 발굴

디지털농업이란 농업 현장을 데이터로 진단하고 인공지능(AI)으로 처방해 작목 추천, 정밀 재배, 스마트한 유통·관리로 농업 분야의 편리성과 생산성을 구현하는 것을 뜻한다. 디지털농업추진단은 농가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시설농업을 중심으로 개발했던 디지털농업을 노지분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농촌은 농가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그동안은 시설원예와 축산 중심으로 스마트팜이 개발·보급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디지털농업을 노지분야로 확대해 신규 농업인의 진입장벽은 낮추고 수익성과 편리성은 강화해 청년이 돌아오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어나가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디지털농업추진단
디지털농업추진단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농업을 노지와 시설농업의 생산·유통·소비 등 전 과정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급성과 실현 가능성, 파급성 등을 감안해 단기, 중기, 장기 과제를 선정·추진해 나가고 있으며, 먼저 기후와 인구구조의 변화와 소비트렌드를 분석해 공급과잉 작목을 대체하는 유망작목을 발굴할 예정이다.
“유망작목 발굴은 곧 기상과 토양 적지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많은 작물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사과의 경우 기온이 올라가면서 재배지가 점점 북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사과 재배지에는 무엇을 심을 것인가가 숙제인데요. 기온이 올라가면 아열대 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기상과 토양을 분석해서 유망작목을 발굴하고 적지에 심어 재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유망작목 발굴 등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데이터다. 그동안 농촌진흥청은 몇 십 년 동안 자체 수집해온 토양, 기상 데이터를 비롯해 영농·연구현장에서 현장실증을 추진해 온도, 습도, 일사량, 토양수분데이터, 지온 등을 센서로 수집할 계획이다. 센서를 컨트롤하는 것에 따라 초, 분 단위로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유망작목을 발굴할 때 유의미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지 디지털농업 기반 구축할 것

현재 스마트팜이 개발되어 시설농업 현장에 도입되고 있지만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중·소규모 농장에서는 사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노지재배를 하는 농업인들이 스마트팜의 혜택을 보기 어려웠고, 농사를 지을 때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는 부분이 농업인들에게는 큰 부담이자 어려움이었다.
“현재 농촌의 소멸화가 진행 중입니다. 청년들은 도시로 나가고 남아 있는 농업인들은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는 상황이지요. 이런 현실에서 디지털농업은 농촌 소멸을 막고 고령화된 농업인들의 일손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농사를 지으려면 항상 농장으로 나가 일을 하고 모든 부분을 직접 관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농업이 도입되면 농업인들이 농장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농사를 쉽게 제어·조정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농업이 도입되면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서리가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을 시엔 휴대전화로 서리와 관련된 피해예방 조치 정보를 받고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 또한 파종과 수확까지 전부 자동화된 기계를 사용할 수 있으며 병해충을 발견하고 방제하는 것도 로봇이 대신하게 된다. 가공, 유통 과정에서도 사람의 손이 가지 않고 무인화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농업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고효율 스마트 정밀농업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농업의 전 과정을 자동화해서 최적의 의사결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농사의 편리성과 품질향상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즉 이전에는 농업인이 농업 전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직접 했다면, 이제는 데이터 기반의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농업 과정을 정밀 관리하기 때문에 환경에도 이롭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첨단 디지털농업은 앞으로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열어가는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미국 등 농업 선진국들 역시 데이터 관리·분석·활용을 종합 지원하며 디지털농업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농업추진단 허승오 연구관

디지털농업을 향한 이러한 노력들은
농촌소멸을 막고
식량자원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하며,
소비자들에게도
안전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농업추진단은 양·수분 정밀제어 기술, 영상정보를 활용한 병해충 자동 진단기술 등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팜 기술을 노지로 확대하고, 드론, 위성, 자율주행로봇 등을 활용한 노지 디지털 기반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농업 기술을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는 시설온실, 식물공장 등 시설농업 부분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노지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현장실증을 통해 노지 디지털농업 모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콩, 사과, 고추 등 작목별로 농가 20곳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후 상위농가의 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합니다. 이 데이터를 농업인들에게 제공하면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농업인과 소비자를 위한
디지털농업

디지털농업추진단 허승오 연구관
디지털농업을 확산시키려면 기술 개발과 함께 농업인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령화된 농업인들에게 디지털농업 기술을 활용하기란 어려운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농업추진단은 농업인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디지털농업이란 결국 IT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의사결정까지도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을 시스템 안에서 고려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고령화된 농업인들은 IT기기의 전원이나 버튼을 끄고 켜는 정도로만 사용하도록 교육하고, IT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농업인들을 대상으로는 수리방법까지도 교육해나갈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디지털농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자체 개발한 디지털농업 기술들을 개방·공유하고, 농림축산식품부, 디지털농업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과 데이터를 연계해 새로운 가치 창출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디지털농업을 향한 이러한 노력들은 농촌소멸을 막고 식량자원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하며, 소비자들에게도 안전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들을 생각하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 디지털농업입니다. 지난 2015년 밀라노 농업엑스포에서 유럽의 큰 슈퍼마켓 체인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사과를 하나 집으면 화면에 생산자, 비료 사용, 탄소 발생, 유통 등의 정보가 모두 제공되는 것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농산물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농업인들 역시 안전한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비대면 중심의 코로나19 시대에도 디지털농업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상을 통해 농업현장에서 농업인이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농작물을 생산하기 전에 계약을 한 후 생산과정을 지켜보고 비료, 물, 토양 등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면 대기업을 통하지 않아도 농작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우리는 결국 디지털농업으로 가야하는 상황입니다. 시대적 변화 그리고 시대적 요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디지털농업이 발전·확산되기 위해서는 정책과 연결되어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디지털농업촉진 기본계획은 기술보급과 확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정책적인 지원이 동반되어야 농업현장에 실제 반영될 수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서도 디지털농업이 반영되어 관련 인재들을 양성한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입니다. 디지털농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