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재배에
디지털을 더하다

흙없는상추 국성근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전예영
구운 삼겹살을 먹을 때 빠지면 아쉬운 것이 쌈 채소다.
쌈을 싸는 것은 복을 싸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쌈 문화는 정겹고 익숙한 식문화이기도 하다.
특히 상추는 아삭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자꾸 입맛을 당기는 대표적인 쌈 채소다.
이런 상추 재배에 수경 스마트재배 시설을 도입해 선도농가로 입지를 단단히 굳힌 곳이 있다.
전북 완주군에서 ‘흙없는상추’라는 브랜드로 상추를 출하하고 있는 국성근 대표에게 수경 상추재배 도전기를 들어보았다.

농업에 대한 관심,
꾸준하게 발전시키다

국성근 대표가 농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부터다. 큰 국화가 피어난 것을 보며 식물을 키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던 소년은 자연스럽게 농업고등학교 원예과로 진로를 정했다. 다양한 원예 분야 중에서도 국성근 대표가 관심을 가진 것은 채소 재배였다. 당시만 해도 화훼는 꽃 소비량이 많지 않았고, 과수는 나무를 10년 이상 키워야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에 선진농업을 하고 싶다는 도전심이 합쳐져 나온 것이 토마토 수경재배였다. 그렇게 수경재배를 하며 경험을 쌓다 쌈 채소 수경재배로 재배 품종을 전환했다.
흙없는상추 국성근 대표
“수경재배에도 종류가 있는데, 고형 배지에 식물의 모종을 고정시키는 고형배지경과 뿌리가 오직 양액에만 잠기는 순수수경이 있어요. 그 순수수경에서도 물을 특정한 높이로 담아서 재배하는 것을 담액재배라 부릅니다. 담액재배로 하기 쉬운 종류가 잎채소 종류인데 그중에서도 쌈 채소가 고부가가치에 속하는 작물이라 쌈 채소 위주로 전환했지요.”
이런 쌈 채소 수경재배에서 지금의 ‘흙없는상추’로 전환하게 된 것은 IMF 때문이었다. 쌈 채소는 직거래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졌지만, 마트나 식당들이 대거 문을 닫는 상황이다 보니 판로가 순식간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농산물 시장에 주로 출하할 만한 작물을 찾다 보니 꾸준히 소비가 이루어지는 상추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수경 상추재배는 쉽지 않았다. 당시 국성근 대표가 시도했던 것은 우레탄 스펀지에 상추를 심어 수경재배를 하는 고형배지경 방식이었다. 그러나 양액을 적정온도로 유지하는 관정 시설이 없고 우레탄 스펀지로 덮인 양액의 온도도 28~30℃로 올라가는 바람에 심은 지 3일 만에 상추가 고온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스펀지를 사용해 심을 때는 1년에 한두 번은 상추가 3일 만에 죽어 버려서 상추 모종을 다시 심곤 했어요. 죽은 상추는 다 뽑고 스펀지를 다 새로 씻어서 말린 뒤 다시 심는 과정이라 가족들도 많이 고생했어요.”
흙없는상추
흙없는상추

농장의 시설 투자,
노동력 절감으로 돌아오다

흙없는상추 국성근 대표
근 5년간 상추 수경재배를 하면서 국성근 대표가 관심을 둔 것은 어떻게 하면 보다 편리하면서도 질 좋은 상추를 출하할 수 있는지였다. 우레탄 스펀지를 사용한 농법에서 전환한 것도 보다 힘이 덜 드는 농업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시설들을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결과다. 그중에서도 일손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양액 위에서 상추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양면 재배상판이다.
“기존의 상판은 모종을 심는 모양이 네모난 모양으로 파여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만든 상판은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네모난 구멍이 좁아지는 형태입니다. 그러니 모종을 그대로 심기만 하면 돼요. 예전에는 칼집을 낸 스펀지에 모종을 꽂아서 심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3,305m2(1,000평)의 농장에 상추 모종을 심으려면 두 명이서 해도 한 달이 걸렸어요. 지금은 두 명이 이틀 만에 상추모종 정식을 끝내버리죠. 그리고 사다리꼴 모양으로 구멍을 파니 모종이 고정이 잘 되어서 수확할 때도 훨씬 편리합니다.”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야 하는 냉난방 문제도 지하수를 끌어올린 관정 시설과 스마트팜 기기들로 해결했다. 국성근 대표의 농장은 보일러도 필요 없을 정도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한 농장 안에서도 상부의 온도와 하부의 온도가 차이 나기 쉬운데, 이곳은 상하부의 온도가 동일하게 유지되다보니 그만큼 냉난방 비용도 줄이는 효과를 보았다.
“심고 수확하는 것 빼고는 대부분이 스마트팜 시설로 처리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찬바람을 막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 커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게 설치를 해서 커튼과 바닥의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커튼을 하나는 위에서 아래로 다른 하나는 아래서 위 방향으로 이중으로 칩니다. 그렇게 하니 바람이 불어도 틈새가 없어서 비닐하우스 안으로 잘 들어오지 못합니다. 노하우가 생기고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국성근 대표는 2017년에 스마트팜을 도입하면서 비닐하우스 관리 앱을 주도적으로 개발해 한층 농작업의 편의성을 높였다. 상추를 가득 실은 박스도 사람이 일일이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천장에 설치한 운반구를 통해 이동시키는 모습은 다른 농가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특히 직접 만든 손목시계형 리모컨으로 운반구를 작동시키는 모습은 국성근 대표가 스마트팜을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흙없는상추

지금의 ‘흙없는상추’로
전환하게 된 것은 IMF 때문이었다.
쌈 채소는 직거래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졌지만,
마트나 식당들이 대거
문을 닫는 상황이다 보니
판로가 순식간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키운 농장,
지식이 널리 퍼지길 바라

국성근 대표도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각종 설비를 도입하는 데도 억대의 돈이 들었다. 이 부담을 줄여준 것은 완주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이었다.
“농촌진흥청이나 농업기술센터에 스마트팜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문의를 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공공기관에 연락을 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한번 연락을 해보니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더라고요. 저희 농가가 직접 오셔서 스마트팜 설비를 보고 가시기도 하고요.”
이렇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은 것들을 다시 다른 농업인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게 국성근 대표의 바람이다. 인건비나 노동력 절감을 위해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은 농가가 교육이나 실습을 요청할 때는 교통비 정도만 받고 달려가 도와줄 때도 많다. 지금도 국성근 대표의 농장에는 청년창업농, 예비 청년농업인들이 와서 실습을 받고 있다. 대부분 국성근 대표의 스마트팜 노하우를 보고 배운 농업인들은 자신의 농장에 맞는 스마트팜을 구축하지만, 그저 보는 것으로 끝나는 농업인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흙없는상추 국성근 대표
“저희 농장에 적용한 상판 시스템을 보고 가셨는데도 아직도 스펀지를 잘라서 상추 모종을 정식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손도 훨씬 덜 가고 간편한 방법인데도 상판 시스템 도입이 어렵거나 변화가 두려워서인지 활용을 못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궁금하신 점은 다 알려드리고 직접 도움도 드렸는데도요. 사실 비용도 크게 들지 않거든요. 그런 경우 같은 농장 규모임에도 저희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게 상추를 수확하시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스마트팜을 도입하면 노동력을 절감하면서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스마트팜을 설치하기만 하면 높은 매출을 올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국성근 대표는 스마트팜을 도입할 때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농업에 대해 심도 있는 이해 없이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것은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을 도입한다고 해도 그 스마트팜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이 필요하다. 자신의 농장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높은 비용을 들여 스마트팜을 설치하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국성근 대표의 생각이다. 그 역시 스스로 연구하고 도전하면서 지금의 결실을 이뤘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을 도입하면서 투자한 돈은 2년 안으로 회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를 실천해 왔어요. 스마트팜을 도입할 때는 재배하는 작물에 어떤 시스템이 적합한지, 단점은 어떻게 보완할지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저렴한 가격에 효율성 높은 스마트팜을 활용할 수 있어요. 스마트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시면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적극 돕겠습니다. ”
흙없는상추
주소 : 전라북도 완주군 비봉면 눈기러기로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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