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작물
도입·재배기술 보급은
미래를 위한 일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아열대과수연구실 임찬규 농업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이제형
지난 10년 간 평균 기온은 30년 전보다 0.6℃ 상승했으며, 앞으로 평균기온이 2℃ 올라가면
농작물의 재배적지 변동 등 농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미래 먹거리 확보와 농업의 안정성에 큰 영향을 준다.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작물 개발·연구가 중요한 이유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아열대과수연구실 임찬규 농업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망고·용과 등 국내 재배에
적합한 아열대 과수 선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아열대과수연구실 임찬규 농업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아열대과수연구실 임찬규 농업연구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 위치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원예특작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해외에서 열대·아열대 작물을 도입해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재배조건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아열대과수연구실 임찬규 농업연구사는 아열대 과수의 유전자원 도입, 국내 환경 적응성 평가 및 재배기술 확립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사과와 배 등은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재배적지가 변동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재배되었던 감귤도 이제는 내륙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재배 가능한 아열대 작물을 우선 도입하고, 선도적인 재배기술 확립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 20종을 선발한 이후 다양한 아열대 작물의 국내 적응성을 검토해 왔다. 현재 아열대 과수에서는 19종을 대상으로 유전자원도입평가를 실시했으며, 이 중 망고, 용과, 백향과, 아보카도, 리치, 페이조아, 올리브 등 7종을 우선 선발하고 재배기술을 확립·보급하고 있다.
“망고, 용과, 백향과, 아보카도, 리치, 페이조아, 올리브 등은 우리나라 기후에서 재배 가능성이 높은 아열대 작물입니다. 이미 망고와 용과, 백향과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열대 작물은 시설재배를 하기 때문에 특별한 재배적지는 없지만, 제주도와 같은 따뜻한 지역은 난방비 절감 면에서 유리합니다. 또한 올리브는 제주도와 일부 남해 해안 지역에서 노지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겨울철 내한성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아열대 작물을 선발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조건은 내한성이다. 시설재배를 하더라도 최대한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과일 자체가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향과 색, 당도, 산미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렇게 선발된 아열대 작물들은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조성된 온실과 하우스시설에서 시범 재배된다. 그러나 그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다. 우선 아열대 작물의 묘목을 들여와 1년 정도 격리 재배온실에서 식물검역을 받으며 시설재배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이후 2~3년 동안 묘목을 키워 환경적응성 포장을 조성한 시설하우스에서 본격적인 재배를 하게 된다.
“직접 재배를 하면서 생장 과정을 관찰하고, 국내에 유일하게 구축된 옥외생장상, 온도구배하우스, 실내생장상 등에서 온도와 이산화탄소량에 따른 생육 시험을 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영향 평가와 연구를 진행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확에 성공하면 시설재배에 알맞은 나무 모양을 개발하고 고품질 과일을 생산하기 위한 재배기술 연구 등을 수행하게 됩니다.”
올리브 나무

우리나라에서 재배 가능한
아열대 작물을 우선 도입하고,
선도적인 재배기술 확립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재배 매뉴얼 확립 및
국내산 아열대 과수 경쟁력 향상

임찬규 연구사는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스타프루트 재배에 성공했으며, 2016년에는 망고 품종에 대한 국내 시설재배 가능성을 검토하여, 국내 재배에 적합한 망고 6개 품종을 선발했다. 선발된 캐리어, 초크아논, 알폰소, 도트, 란세틸라, 핀커링 등의 품종은 기존 망고품종인 ‘어윈’보다 당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임찬규 연구사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아열대 작물 품종을 선발하고 시설재배에 적합한 재배법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그 결과, 2020년 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아열대 작물 재배농가는 1,376호, 재배면적은 311ha, 생산량은 5,697톤에 달한다. 이중 아열대 과수는 망고, 백향과, 바나나 순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망고, 파파야, 용과, 올리브의 재배면적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아열대 작물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재배 매뉴얼을 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농업인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망고를 예를 들면, 시설재배는 면적이 제한되기 때문에 높이를 낮추어 재배하는 저수고형 수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저수고형 재배는 열매가 달리는 위치가 낮아 작업시간이 단축되어 노동력 절감효과가 있으며 과실품질이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지요.”
올리브 유전자원 환경 적응성 평가 장소
올리브 유전자원 환경 적응성 평가 장소
아열대 과수에 대해 설명하는 임찬규 농업연구사
아열대 과수에 대해 설명하는 임찬규 농업연구사
이렇게 재배되고 있는 망고, 용과, 파파야, 백향과 등은 수입산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국내산 망고와 수입산 망고를 비교했을 때 수입산 망고는 과실파리라는 해충 검역을 위해 훈증처리를 한다. 국내에서 바로 생산된 망고와 비교하면 식감이 물러지고 향이 사라진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아열대 과수는 신선과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기본적으로 수입산보다 맛과 품질이 뛰어납니다. 시설재배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재배되기 때문이죠. 수입과정, 검역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일도 없습니다. 유통적인 측면에서 소비자 분들은 가장 신선한 과일을 맛보실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차별성으로 인해 국내에서 생산된 아열대 과수들은 프리미엄 과일로 인정받으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제주도산 망고의 가격이 수입산보다 월등히 높음에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농업인 적극 지원할 것

현재 폭염, 한파, 집중호우 등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체감하며 작물 변경을 고민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똑같은 방식으로 재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비해 생산량이 현저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에 따라 아열대 작물 재배를 고려하는 농가들이 있지만, 재배경험이 없어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임찬규 연구사는 아열대 작목이라고 해서 특별히 재배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화훼나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재배하다가 아열대 과수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존 작물은 노동력이 많이 들어서 재배하기 편한 작물을 찾다가 아열대 과수를 선택하게 되셨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오히려 아열대 과수는 다른 작목에 비해 재배가 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만 보고 아열대 작물로 작목을 전환하거나 농장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아열대 작물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는 작물을 선정하기 전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와 같은 전문 연구 기관의 조언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재배기술은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는지, 재배과정에서 문제는 어떤 게 있는지, 생산 후 판로는 갖춰져 있는지 사전에 전문가와 상의해서 판단하는 게 좋습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자문이나 교육을 요청하시면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배도 개별적으로 하는 것보다 각 개별농가가 조합 등 단체를 형성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기관 문의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재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통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되면 보다 안정적으로 아열대 작물을 생산할 수 있어서 소득작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아열대 작물 연구·개발은 미래를 보고 하는 일이다. 당장 재배 면적이 늘지는 않더라도 미래 기후변화에 대비해 우리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를 위해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임찬규 연구사는 국내 재배에 적합한 기술 개발과 우수한 품종을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재배도 개별적으로 하는 것보다
각 개별농가가 조합 등
단체를 형성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기관 문의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재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홍보관에서 임찬규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