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다한 건강밥상부터 밀키트 개발까지

청호재 민혜경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하지홍
경남 양산시 상북면에 위치한 청호재는
민혜경 대표가 가장 품질 좋은 식재료만 선별해 근사한 한상을 선보이는 농가맛집이다.

청호재의 음식을 맛보려면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을 차로 10여 분 올라가야 하지만,
그 고생이 모두 잊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과 정갈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농가맛집으로
평생의 꿈을 이루다

청호재를 찾아가는 길, 안내를 따라 산길을 올라가면서도 과연 이곳에 음식점이 있을지 갸우뚱하게 된다. 반신반의하며 5분가량을 올라가자 ‘청호재’라고 쓰인 작은 표지판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비로소 이층 벽돌집이 나타난다. 능소화가 탐스럽게 피어있는 정원을 지나자 출입문까지 마중을 나온 민혜경 대표가 웃으며 반갑게 맞는다.
“찾기 힘들진 않으셨어요? 대로변에서 10분 정도만 올라오면 되는데 초행길이신 분들은 찾기 좀 어려워하세요.”
청호재 민혜경 대표
청호재 민혜경 대표
청호재는 민혜경 대표가 지난 2016년 시작한 농가맛집이다. 지금 청호재 자리는 귀촌한 민혜경 대표가 생활하던 곳으로 농가맛집을 시작하며 지원받은 사업비에 자비를 더해 1층을 음식점으로 꾸몄다. 식기세척기, 개수대 등 주방설비를 갖추고 거실에는 10명 정도가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음식점을 목적으로 지은 집이 아니라서인지 오히려 고향집에 온 듯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여긴 아이가 어릴 때 천식을 앓아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지은 집이었어요. 주말 동안 이곳에서 쉬면서 주변의 산과 들에서 산나물을 채취해 음식을 만들고 장아찌를 담그곤 했지요. 그러다가 이웃들에게도 식사 대접을 몇 차례 했는데,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면서 농가맛집에 추천을 받았지요. 원래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해서 음식점을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농가맛집을 시작하면서 민혜경 대표는 농촌에서도 충분히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향토음식, 궁중음식, 사찰음식 등을 조합한 한식을 기본으로 하되 샐러드 등 양식을 곁들여 다채로우면서도 조화로운 상차림을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청호재 밥상
청호재 밥상
“청호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는 곤약우엉잡채가 있어요. 칼로리가 낮은 곤약에 장에 좋은 식재료인 우엉과 버섯을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한 음식이에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건강한 음식이라고 많이들 좋아하세요. 그리고 볶은 마, 버섯, 가지, 돼지고기 등에 소스를 곁들여 먹는 마샐러드도 인기가 많습니다.”
‘삼장수 밥상’은 떡갈비, 곤약우엉잡채, 마샐러드, 장아찌 등을 기본으로 계절마다 직접 채취한 나물과 약초를 활용해 조금씩 음식구성이 달라진다. 봄에는 산에서 채취한 나물로 만든 전이나 샐러드, 여름엔 호박꽃만두와 호박잎쌈 등이 상에 올려진다. 그리고 '청호재 밥상'은 삼장수 밥상에 전복, 문어 등 고급식재료를 사용한 요리가 주메뉴로 함께 나오는 구성이다.

음식 맛의 비결은
토굴에서 숙성시킨 장맛

갈은 배에 말차가루를 올린 디저트
갈은 배에 말차가루를 올린 디저트
청호재의 맛은 바로 손수 담근 장에서 나온다. 지금은 90세가 넘은 민혜경 대표의 어머니는 1990년대 초반에도 음식에 관심이 많아 농업기술센터(구, 농촌지도소)에서 요리를 배웠다. 아침에 도매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고 손수 장을 담가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주었고, 그 음식을 먹고 자란 민혜경 대표는 어떤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인지를 알아갈 수 있었다.
“저도 젊을 때는 플레이팅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깨달은 게 밥을 먹을 때는 반찬이 맛있어야 한다는 거였죠. 그러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중요한 건 음식의 ‘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니는 손수 장을 담그고 소금도 숙성해서 쓰셨는데, 저도 그 비법을 배워 매년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직접 다 담그고 있습니다.”
민혜경 대표는 장맛을 살리기 위해 직접 토굴까지 파는 정성을 들였다. 소금은 신안 염전에서 직접 구입해 항아리에서 10년 정도 숙성한다. 간장을 뜨지 않고 메주를 물에서 발효시킨 울산막장, 밀로 띄운 왜간장, 엿기름을 넣어 삭히는 찹쌀고추장 등 어느 하나 민혜경 대표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게 없다.
“장아찌, 반찬 등 모든 음식에는 장으로 간을 하기 때문에 장맛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식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으면서 간이 잘 맞는 음식들을 만들 수 있지요. 그래서 어떻게 간장만 넣었는데 이렇게 맛있느냐고 묻는 고객 분들도 계세요.”

다슬기탕 등
밀키트 사업 준비

민혜경 대표는 텃밭에서 양파, 마늘, 상추, 깻잎 등 다양한 작물을 친환경으로 직접 재배한다. 화학비료는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대신, 다른 영양분을 약 1년정도 발효시켜 미생물과 함께 작물에 영양분을 주고 있다. 고기도 산지에서 바로 공수하고 생선은 매일 아침 경매를 통해 구입해 회도 직접 뜨고 있다. 식재료 조달부터 음식을 만드는 일까지 모두 직접 하기 때문에 힘들 법도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저는 음식을 굉장히 행복한 마음으로 만들어요. 지금도 요리 이야기만 하면 웃음이 나오고 행복하거든요. 제가 만든 음식이 좋은 에너지를 가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드시는 분의 건강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청호재는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며 코로나19 전에는 두달치 예약이 다 찰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고객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예약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장과 식초를 많이 담가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특히, 민혜경 대표를 닮아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치과의사인 아들과 함께 밀키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젊은 분들이 집에서 만들어 먹기 어려워하는 생선조림과 다슬기탕 밀키트를 개발하려고 해요. 산지에서 구해온 싱싱한 생선을 바로 손질해서 양념장과 함께 포장해 드리면 집에서 끓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리고 다슬기탕은 들깨를 갈아서 넣어 서양 스프처럼 드실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에요. 청호재까지 찾아오기 어려운 분들에게 밀키트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호재 민혜경 대표
청호재 민혜경 대표
청호재
주소 :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수서로 567-211
연락처 : 055-374-8841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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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맛집 >
청호재 레시피

#01
호박꽃만두
재료

호박꽃, 밀가루, 애호박, 오이, 표고버섯, 소고기, 두부, 숙주

만드는 법
1. 호박꽃은 수술을 제거해 준비한다.
2. 호박꽃 안에 밀가루를 넣어 골고루 묻도록 살살 털어준다.
3. 애호박, 오이, 표고버섯, 소고기는 채 썰거나
잘게 다져 수분을 제거한 후 팬에 볶아준다.
4. 두부, 숙주는 데친 뒤 수분을 제거하고 잘게 다진다.
5. 준비한 재료들을 잘 섞어 만두소를 만들어 준다.
6. 호박꽃 안에 만두소를 넣어준다.
7. 찜기에 넣고 약 7분 정도 쪄준다.
 
#02
마샐러드
재료

마, 가지, 연근, 돼지고기, 버섯, 청국장, 적양파, 무, 어린잎

만드는 법
1. 마는 1x1x5cm 크기로 썰어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한다
2. 가지는 1x1x5cm 크기로 썰어 소금으로 밑간 후 말리듯이 팬에서 살짝 볶는다.
3. 연근은 소금을 넣고 삶은 후, 얇게 썰어 비트로 물들인다
4. 버섯은 찢어 밑간을 한 뒤 살짝 볶는다.
5. 돼지고기는 얇게 썰어 끓는 물에 녹차를 넣고 데친다.
6. 무과 적양파는 얇게 채 썰어 물에 담가 매운기를 빼준 후 물기를 제거한다.
7. 큰 접시에 무, 가지, 연근, 돼지고기, 버섯, 청국장 순으로 돌려 담고
가운데에는 무채, 양파채, 어린잎을 섞어 올린다.
8. 소스 재료를 섞어 곁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