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에서 썰매 타고 돌아와 방으로 들어선 오빠가 코를 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습니다.
"아니야. 나 똥 안 쌌어. 왜 그래. 나 똥 안 쌌단 말이야!"
"그럼 방귀 뀌었니, 맞지? 구린내 나잖아."
"아니라니까. 엄마 나 방귀 안 뀌었지?"
빛나가 약이 올라서 엄마에게 응원을 청했습니다.
"메주 뜨느라고 그래. 조금만 참아. 잠깐이면 곧 괜찮아진다."
엄마가 점심상을 들이며 말했습니다.
"에이, 꼭 이렇게 메주를 방에서 띄워야 돼요? 냄새 나잖아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한 밥 위에 절인 콩잎을 싸서 먹으며 오빠가 궁시렁거렸습니다.
"네가 먹고 있는 그 콩잎은 간장에 절였고, 이 고추는 된장에 박아 두었던 거야. 여기 멸치는 고추장에 볶은 것이고. 간장, 된장, 고추장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 지 알아? 모두 이런 메주를 띄워서 만드는 거야. 얼마나 귀한 메주라고! 메주꽃이 하얗게 예쁘게 피라고 기도를 잘 해야 올해도 맛있는 장맛을 볼 수 있어."
오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밥 한 그릇을 다 먹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메주꽃이 아주 예쁘게 피었구나. 이제 장 담가도 되겠다."
할머니는 방 한 쪽에 놓여 있던 메주를 안팎으로 살피며, 냄새도 맡아 보았습니다.
"메주꽃이 피었다구요? 어디 봐요. 에게게. 무슨 꽃이 이래요? 썪은 거 아니예요?"
빛나가 할머니와 엄마 얼굴을 번갈아 보며 코를 씰룩거렸습니다.
"이건 하얀 곰팡이인데, 작은 미생물이 생겨서 발효한 거야. 이 메주꽃이 어떻게 피었는가에 따라 각 집마다 장맛이 달라진단다. 우리 집은 해매다 할머니가 메주를 예쁘게 빚으시고 메주꽃을 예쁘게 잘 피워서 장맛이 최고인 거야."
빛나가 메주꽃을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저만큼 달콤한 냄새도 숨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하얗게 핀 메주꽃을 깨끗이 씻어 내고 장독에 메주를 넣은 후 소금물을 가득 부었습니다. 메주가 동동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장독에 붉은 고추를 띄우고 빨갛게 달군 숯도 넣었습니다.
"자 이제 장이 탈나지 말라고 버선도 뒤집어 붙였고 햇볕도 좋으니, 우리 집 장이 맛있게 익을 게다. 빛나도 간장에 비벼서 밥 많이 먹고 쑥쑥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