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피서,
농촌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는?

글·사진 ㅣ 여행작가 이정석

와~ 여름이다.
작렬하는 태양, 푸른 바다와 시원한 계곡 생각에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인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여름 휴가지를 선택하는 데 빨간불이 켜졌다. 어느 때보다 국내 관광지에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도 휴가철에는 전국 어디를 가나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작년 한 해 동안 해외로 출국한 사람은 2,800만 명. 이 중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 출국한 비중은 36%에 달한다.
어림잡아 1천만 명이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고 국내 관광지를 찾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올 여름 휴가는 어디로 떠나야 할까?
다행히도 방법은 있다. 우리네 농촌을 찾으면 된다.
복잡한 관광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농촌 체험 휴양마을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농촌 여행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시세끼’나 ‘도시어부’ 등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왁자지껄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조용한 농촌에서 소확행을 즐기며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 농촌을 찾는 관광객 수를 보면 2016년 1천만 명에서 2018년 1,237만 명으로 2년 만에 24% 증가했다.
우리나라 농촌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2016년 16만 명에서 2018년 22만 명으로 35%나 늘었다.
농촌을 찾는 목적을 조사한 결과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치 않다.
2017년 농촌진흥청이 실시한 ‘농촌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촌 방문 목적 중 휴식과 휴양이 23.6%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자연명승과 풍경감상이 22.7%, 지역 음식과 맛집 체험이 18.9% 등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전체 관광 중 농촌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재방문 의향은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응답자 중 75.4%가 재방문 의사를 나타냈다. 또 농촌 관광에 대한 만족도는 78.3점으로 ‘만족’ 수준을 보였다.
농촌 관광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 역시 2003년 43%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73%로 크게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촌 체험 휴양마을 숫자도 크게 늘었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에 1,115곳이 운영 중이며, 연간 방문객 수는 1,307만 명에 달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생활 속 거리두기는 여행이라고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여름 가볼만 한 농촌 체험 여행지는 어디일까?
남녀노소 온 가족이 만족할 수 있는 농촌 체험 휴양마을 두 곳을 소개한다.

치즈&아이스크림,
직접 만드니 더 맛있네!
#효덕목장
효덕목장
목장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송아지가 반긴다. 아직 어려서인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없다. 송아지 얼굴에 손을 갖다 대자 젖이라도 나오는 줄 알고 힘차게 빨아댄다. 아직 건초를 먹기 전이라 매끄러운 혀의 촉감이 부드럽고 따뜻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로 시끌벅적하다. 오늘의 과제는 치즈와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치즈를 녹이고 잘라 식히는 과정까지 척척해낸다. 드디어 고대하던 시식 시간이다. 신선한 우유로 금방 만들어 낸 치즈는 고소함이 남다르다. 시중에서 파는 치즈의 냄새를 상상했지만 완벽한 반전이다. 이번엔 아이스크림을 만들 차례다. 녹인 치즈에 설탕을 넣고 얼음이 담긴 그릇 위에서 한참을 젓자 점점 걸쭉해 진다. 팔이 아파올 즈음 맛본 아이스크림은 역시 꿀맛이다. 이탈리아의 유명 젤라또가 부럽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고소하다.
1986년 천안에서 문을 연 ‘효덕목장’은 치즈 만들기 체험 목장이다. 이전에는 젖소를 키우다 2010년 치즈 제조와 체험을 병행하는 목장으로 변신했다. 현재 70마리의 젖소를 키우며 ‘썬러브치즈’라는 브랜드로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4천여 명이 방문한다. 체험학습에 대한 반응을 묻자 이선애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이나 아이들 모두 공기 좋고 한적하고 자유로운 걸 좋아해요. 송아지와 닭, 오리들이 친구가 돼 놀아주거든요. 물론 맛있는 치즈와 아이스크림도 좋아하죠. 너무 맛있어서 더 가져가겠다고 떼쓰는 아이들이 꽤 많아요.”
올해 여름 피서지에 대한 걱정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올해는 복잡한 관광지에 가지 마세요. 한적한 농촌에서 자연과 벗 삼아 쉬다 보면 그게 진짜 휴가이고 피서라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아날로그 감성 듬뿍,
‘목공예 체험 마을’
#루돌프
루돌프
버려진 나뭇가지가 틀에 걸려 빠르게 돌아간다. 조심스레 칼을 갖다 대자 국수 가락 같은 톱밥이 쓸려 나온다. 여러 모양의 칼날로 이리저리 갈아내니 유선형의 펜대가 모양을 갖춘다. 거친 표면을 사포로 문지르고 오일까지 발라주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샤프펜슬이 완성된다. 꽤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서인지 아이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마당에서도 재미있는 놀이는 이어진다.
보랏빛으로 잘 익은 블루베리는 따자마자 입속으로 골인, 달콤한 향에 고사리 같은 손이 바빠진다. 바로 옆 계곡에서는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풍덩 물 속으로 뛰어든 아이들이 물장구에 여념이 없다. 뱃속이 출출해질 즈음 피크닉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얘들아, 어서와~ 고기 먹자.”
여주 주록리 계곡 ‘루돌프’는 2006년 문을 연 목공예 체험마을이다. 각종 농사와 두부 만들기, 썰매타기 등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체험 활동을 제공한다. 루돌프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사슴마을이라 불리던 주록리의 지명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이곳은 2개의 계곡 물줄기가 감싸고 있어 특히 여름철에 인기가 좋다. ‘계곡 팜파티’라는 이름의 피크닉 공간에서는 하루 1인당 1만 원만 내면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다. 또 황토로 지어진 4채의 민박에서 건강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이곳은 2006년 4월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하기도 했다. 원래 2시간 정도 머물다 갈 예정이었지만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4시간 넘게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임기 2년을 앞둔 시점에서 퇴임 후 봉하마을을 구상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됐다는 후문이다. 주록리는 경기도 이천과 광주 등 접경지에 위치한 데다 고속도로 북여주 나들목과도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연간 1만 5천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이미 입소문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