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경 대표가 농가맛집 ‘보자기’를 운영하게 된 건 계획하거나 목표했던 일이 아니었다. 원래 그녀는 1994년부터 남편 김재규 씨와 함께 큰 비용을 들여 시설원예 양액재배를 했었다. 하지만 농사에 실패하면서 재기를 못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졌다. 파산하기 직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담양군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향토음식사업에 대한 조언을 얻게 됐다.
“2000년도부터 생활개선회와 음식연구회 활동을 했었거든요. 향토음식을 접할 일도, 직접 만들어볼 기회도 많았죠. 2004년에 곰보배추를 알게 되면서 곰보배추 된장과 음료 등을 만들어 특허를 받기도 했고요.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진흥청의 향토음식자원화사업 신청을 권유해주셨어요. 음식점을 운영하는 건 생각도 안 해본 일이라 한참 고민하다가 사업에 지원했는데, 덜컥 선정되면서 지난 2009년 ‘보자기’를 열게 되었어요.”
곰보배추는 만병을 다스린다고 해서 ‘만병초’, 하늘에서 내린 풀이라고 해서 ‘천상초’라고 불리기도 하는 채소다. 비염, 천식 등 기관지 질환에 특히 효과적이고 자궁염, 관절염, 피부염 등의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보배추는 기관지와 호흡기 건강에 정말 효과적이에요. 저희 가족들이 기관지가 안 좋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곰보배추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 지금 ‘보자기’로 이어진 거죠. ‘보자기’의 대표메뉴인 ‘곰보배추 우렁이쌈밥정식’의 우렁이된장, 우렁이회무침, 돼지고기 수육 등은 모두 곰보배추 진액으로 맛을 냈어요. 또한 곰보배추를 쌈채소로 무한 제공하고 있지요.”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곰보배추와 우렁이를 주 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낯설게 느끼는 고객들도 있었고, 흔히 먹을 수 있는 시골밥상과 다른 점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최미경 대표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모든 음식을 한상에 차려놓고 고객들의 의견에 따라 레시피를 보완해 나갔다.
“찾아오는 고객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맛있고 건강한 지금의 식탁을 차릴 수 있었어요. 자신의 일처럼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죠. 그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데요. 어느 날 70대 노신사께서 식사를 하신 후 ‘소박한 밥상이었지만 어머님이 차려준 것 같은 행복한 밥상이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정직한 식재료로 속이 편안한 밥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 하게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