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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에 꽃이 피었어요

엄마가 빛나를 안아주는 모습
  • "아아~~앙!"
  • "왜? 우리 빛나, 왜 그래?" 엄마가 고개를 돌리며 묻습니다.
  • "오빠가 나보고 소 눈 닮았다고 자꾸 놀려요!"
  • 빛나 얼굴을 감싸 안고 한창 동안 빛나 눈을 들여다보던 엄마가 말합니다.
  • "어? 맞네, 우리 빛나 눈이 소 눈이네! 크고 맑고 순한 눈, 소 눈 맞는걸?"
  • 빙그레 미소 지으며 엄마는 앙앙 거리는 빛나를 가슴에 꼭 안아줍니다.
  • '소 눈을 닮았다고? 소 눈이 크고 맑고 순하다고?'
  • 빛나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외양간 쪽을 바라봅니다.
  • "어멈아. 내일 모레면 입동인데, 메주 만들어야겠구나. 메주콩 좀 살펴두어라."
  • 안방에서 나오시던 할머니가 엄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네."
메주콩을 헹구는 엄마와 구경하는 빛나
  • "엄마 뭐 하는 거예요?"
  • 커다란 고무 통에 메주콩을 가득 담고 깨끗한 물로 연거푸 헹구고 있는 엄마를 보며 물었습니다.
  • "메주 만들려고 콩을 씻고 있지. 내년에도 맛있는 된장과 고추장을 먹으려면 지금 메주를 만들어야 하거든."
  • 살짝 추운 날씨에 빨개진 얼굴로 엄마가 커다란 고무 물통에 가득 담긴 메주콩을 뒤적입니다.
  • "올해 메주콩은 아주 잘 생겼지? 내년 장맛이 아주 좋겠구나. 깨끗하게 잘 씻어서 덮어 두어라. 오늘 밤 불려서 내일 삶아 메주를 만들자꾸나."
  • 할머니가 물속의 콩을 건져 사랑스러운 듯 펼쳐보며 말했습니다.
메주콩 간식을 먹고있는 빛나
  • 할머니는 가마솥에 부글부글 끓고 있던 삶은 콩 몇 알을 꺼내 손가락으로 으깨보고 또 입 속에 넣고 씹어보셨습니다.
  • "우리 빛나, 이것 좀 먹어보렴. 할아버지도 잡수시라고 좀 갖다 드리고."
  • 할머니는 삶은 콩에 설탕을 살짝 뿌려 주셨습니다. 달콤하고 고소한 콩 맛에 빛나가 자꾸자꾸 집어 먹었습니다.
  •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 아빠 입에도 좀 넣어드리렴."
  •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때며 돕던 아빠가 빛나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 아빠와 빛나가 "냠냠" 메주콩 간식을 먹으며 마주보고 웃습니다.
  • "어멈아. 콩이 제법 잘 삶아졌구나. 밖으로 퍼 옮기고 두 번째 콩을 올려라. 뜨거운데 조심하고! 아범이 좀 들어주렴."
  • 아빠와 엄마가 가마솥에서 잘 익은 메주콩을 부엌 앞 커다란 통에 옮겼습니다.
  • 할머니는 깨끗한 자루에 삶은 콩을 가득 퍼 담고 자루 입구를 묶었습니다.
콩을 밟고 있는 아빠
  • "되었다. 애비야. 좀 밟아라."
  • 깨끗하게 씻은 하얀 고무신을 신고 아빠가 메주콩 자루 위에 올라섰습니다.
  • 이쪽 저쪽, 자루 위에서 아빠가 꾸욱꾸욱 힘을 주어 밟았습니다.
  • 할머니는 옆에서 절구에 콩을 넣고 찧었습니다. "쿵, 쿵, 쿵 쿵!"
  • "아빠 콩을 왜 발로 밟아요? 뜨겁지 않아요?"
  • 아까부터 할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던 빛나가 물었습니다.
  • "응, 괜찮아. 콩이 뜨거울 때 밟아서 빨리 으깨야 메주를 잘 만들 수 있대."
  • "푸욱, 푸욱, 푸욱!"
  • 아빠가 몸을 지딱거리며 재미있는 듯 콩자루를 밟았습니다.
아빠에게 안겨 콩을 밟고 있는 빛나
  • "아빠. 나도요. 나도 밟을래요."
  • 빛나가 아빠 엄마 얼굴을 번갈아 보며 자루를 조심조심 밟아봅니다.
  • 웃으며 지켜보던 아빠가 빛나를 번쩍 안아 올리며 자루 위에 올랐습니다.
  • "자, 이렇게 하면 콩이 두 배로 빨리 으깨지겠지?"
  • "푸욱, 푸욱, 푸욱!
  • 아빠 품에 안겨 빛나는 자루 속 메주콩이 얼마큼 으깨질까 내려다 봅니다.
  • "빛나야, 내려오너라 잘못 하다가 아빠가 자루에서 미끄러지면 모두 다친다. 콩도 너무 모지라지면 좋지 않아요."
  • 할머니 말씀에 빛나가 내려서서 아빠의 모습을 흉내 내며 따라 합니다.
  • 꾸욱, 꾸욱, 찌딱, 찌딱, 푸욱! 쑤욱, 쑤욱!
이웃들이 모여 메주를 빚는 모습
  • "어이차, 되었다. 이 메주, 아주 잘 생겼지? 노마네 메주는 어떻게 생겼나? 어디 새댁 메주 빚는 솜씨 좀 봄세."
  • 할머니가 날씬하고 매꾼하게 메주를 빚어내며 주위를 살핍니다.
  • "새댁 솜씨를 보니, 글쎄 예쁜 딸 낳을 수 있을까? 메주를 예쁘게 빚는 사람이 예쁜 딸 낳는다는데... 그렇죠 할머니?"
  • 메주를 연신 손으로 문지르며 옆집 노마 엄마가 메주모양을 다듬었습니다.
  • "그럼. 빛나 엄마 메주 보게나. 저렇게빚으니 우리 빛나가 조렇게 예쁜 게야."
  •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 이웃들이 함께 모여 벽돌 찍듯 반듯반듯 메주를 만들어 갑니다.
  • 빛나는 평상 위에 하나하나 늘어가는 메주를 봅니다.
  • 할머니와 엄마가 만든 메주가 네모난 듯 동글동글 예쁘게 생겼습니다.
  • "엄마가 메주를 예쁘게 만들어서 내가 예쁘다고? 나도 이 다음에 예쁜 메주 만들 수 있을까?"
  • 빛나는 두 손을 요리조리 돌려봅니다.
처마 밑에 메주를 매달고 있는 아빠의 모습
  • "아버님, 제게도 볏짚 좀 주세요."
  • 메주를 매어달 새끼를 꼬고 계신 할아버지옆에 아빠가 볏짚을 끌어당기며 앉았습니다.
  • "빛나야, 잘 봐. 왼쪽으로 비비고, 오른쪽으로 비비고, 우웃! 아니다. 그러면 새끼가 꼬아지질 않는다. 그치?"
  • 할아버지 양 손바닥이 한 번씩 밀릴 때마다 새끼줄이 착착착착 꼬아집니다.
  • 아빠 손에서도 날리던 짚풀이 날씬한 새끼줄로 변신합니다.
  • "자, 하나씩, 저 처마 밑에 가져다 매달아 주렴."
  • 할머니가 꾸덕꾸덕 마른 메주를 하나씩 새끼줄에 엮어서 아빠에게 건넵니다. 갸름하고 날씬한 메주들이 새끼줄에 엮이어 조롱조롱 정답게 매달렸습니다.
  • "고 녀석들, 참 예쁘게도 생겼다. 이제 예쁘게 꽃 피워서 맛있는 장 담그자!"
  • 할머니는 빛나 손을 잡고 메주들이 사랑스러운 듯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빠가 밥을 먹으면서 메주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있는 모습
  • "우웩! 이게 무슨 냄새지? 메주야. 너 똥 쌌지! 그치?"
  • 논바닥에서 썰매 타고 돌아와 방으로 들어선 오빠가 코를 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습니다.
  • "아니야. 나 똥 안 쌌어. 왜 그래. 나 똥 안 쌌단 말이야!"
  • "그럼 방귀 뀌었니, 맞지? 구린내 나잖아."
  • "아니라니까. 엄마 나 방귀 안 뀌었지?"
  • 빛나가 약이 올라서 엄마에게 응원을 청했습니다.
  • "메주 뜨느라고 그래. 조금만 참아. 잠깐이면 곧 괜찮아진다."
  • 엄마가 점심상을 들이며 말했습니다.
  • "에이, 꼭 이렇게 메주를 방에서 띄워야 돼요? 냄새 나잖아요."
  •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한 밥 위에 절인 콩잎을 싸서 먹으며 오빠가 궁시렁거렸습니다.
  • "네가 먹고 있는 그 콩잎은 간장에 절였고, 이 고추는 된장에 박아 두었던 거야. 여기 멸치는 고추장에 볶은 것이고. 간장, 된장, 고추장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 지 알아? 모두 이런 메주를 띄워서 만드는 거야. 얼마나 귀한 메주라고! 메주꽃이 하얗게 예쁘게 피라고 기도를 잘 해야 올해도 맛있는 장맛을 볼 수 있어."
  • 오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밥 한 그릇을 다 먹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메주에 핀 꽃을 살펴보는 빛나
  • "메주꽃이 아주 예쁘게 피었구나. 이제 장 담가도 되겠다."
  • 할머니는 방 한 쪽에 놓여 있던 메주를 안팎으로 살피며, 냄새도 맡아 보았습니다.
  • "메주꽃이 피었다구요? 어디 봐요. 에게게. 무슨 꽃이 이래요? 썪은 거 아니예요?"
  • 빛나가 할머니와 엄마 얼굴을 번갈아 보며 코를 씰룩거렸습니다.
  • "이건 하얀 곰팡이인데, 작은 미생물이 생겨서 발효한 거야. 이 메주꽃이 어떻게 피었는가에 따라 각 집마다 장맛이 달라진단다. 우리 집은 해매다 할머니가 메주를 예쁘게 빚으시고 메주꽃을 예쁘게 잘 피워서 장맛이 최고인 거야."
  • 빛나가 메주꽃을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 저만큼 달콤한 냄새도 숨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처마 밑에 메주를 매달고 있는 아빠의 모습
  • 엄마는 하얗게 핀 메주꽃을 깨끗이 씻어 내고 장독에 메주를 넣은 후 소금물을 가득 부었습니다. 메주가 동동 떠올랐습니다.
  • 할머니가 장독에 붉은 고추를 띄우고 빨갛게 달군 숯도 넣었습니다.
  • "자 이제 장이 탈나지 말라고 버선도 뒤집어 붙였고 햇볕도 좋으니, 우리 집 장이 맛있게 익을 게다. 빛나도 간장에 비벼서 밥 많이 먹고 쑥쑥 자라거라."
  • 할머니는 예쁜 장독을 얼굴이 비치도록 반들반들 닦고 또 닦았습니다.
  • 그때 앞마당 텃밭에서 오빠가 소리칩니다.
  • "소 눈 닮은 메주야. 여기 지렁이 무지무지 길다. 지렁이가 메주 너 하고 놀고 싶다."
  • "할머니, 오빠가 또 놀려요, 소 눈 닮은 메주래요."
  • 입을 삐쭉 내민 빛나 얼굴에 웬일인지 미소가 가득합니다.
  • 엄마가 메주를 예쁘게 빚어서 빛나가 예쁘니까.
  • 크고 맑은 순한 눈을 가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