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도 괜찮아

- 영화 <리틀 포레스트>

글 ㅣ 김주희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직 등 매일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지친 주인공 ‘혜원’이
고향집이 있는 농촌으로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혜원은 농촌의 고향집에서 백구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잠시 머물다 가려고 했지만 오랜 친구인 재하, 은숙과 정서적 교류를 해 나가며 점차 성장해 나간다.

자연이 알려주는 삶의 교훈

영화 리틀 포레스트
혜원이 농촌에서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지만, 농촌이기에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나간다. 그중 농촌에서 지내는 그녀의 삶 대부분 채우는 것은 스스로 키운 농작물들로 직접 제철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다.
새하얗게 쌓인 눈을 사박사박 밟으며 고향집으로 돌아온 날에는 하얀 눈 속에 묻힌 배추를 뽑아 따뜻한 배춧국을 완성한다. 쌀을 곱게 갈아 찜기에서 고소한 떡을 만들어내고, 누룩을 만들어 막걸리를 빚는다. 아카시아 꽃과 쑥갓으로는 바삭한 튀김을 만들고, 파스타 위에는 고운 빛깔의 식용꽃을 올려 면과 함께 돌돌 말아 먹는다. 샌드위치에는 마요네즈에 무친 양배추를 가득 넣어서 채소의 맛을 듬뿍 느낀다.
영화는 대부분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재하와 은숙과의 교류, 혜원이 수능을 보고 온 날 편지만 남겨둔 채 집을 나간 엄마와의 기억들도 중간중간 나오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에서 배우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다.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내는 일

영화 리틀 포레스트
농촌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담하게 담아낸 영화는 혜원이 그동안 읽지 않았던 엄마의 편지를 읽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빠가 영영 떠났을 때에도 엄마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란 걸 엄마는 믿어.”
엄마에게 서운함과 원망, 그리움 등 복잡적인 감정을 갖고 있던 혜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농촌의 고향집에서 보낸 후 이렇게 다짐한다.
“그동안 엄마에게는 자연과 요리,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이 그만의 작은 숲이었다.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아름다운 농촌의 풍경과 정감 있는 음식들,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혜원을 통해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는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리틀 포레스트>, 우리도 잠시 바쁘게 지내온 자신을 내려두고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