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가꿔나가다
알고 쓰면 쉬운 농업용어

농업 현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나라시’라는 말이 자주 나오곤 한다. ‘나라시 작업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식으로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 단어를 순화하면 ‘고르게 만들다’, ‘평평하게 만들다’, ‘고루 놓거나 펴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잎사귀나 과실 등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각자 나타나는 무늬나 상세한 증상, 원인균 등에 차이가 있다. 한자어로만 이루어져 있어 이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었다. ‘갈문병’은 ‘갈색무늬병’으로 바꾸었는데, 잎사귀에 형태가 불분명한 갈색 무늬가 나타난다는 뜻을 담았다. 반면 ‘갈반병’은 ‘갈색점무늬병’으로 순화되었다. 초기에는 갈색의 소형 반점이 형성되다가 병이 진행되면서 담갈색의 원형, 혹은 타원형으로 확대되는 증상을 쉬운 말로 담은 것이다. ‘갈색잎마름병’은 ‘갈색엽고병’의 순화어로 제시되었다. 갈색이나 적갈색 반점이 여러 개 형성되거나 구름모양처럼 생겨나며 잎이 말라 들어가기 때문이다. 잎이 전체적으로 말라가는 모습을 ‘갈색잎마름병’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했다.

조선시대에 벼를 많이 수확하기 위해 모내기 농사를 실시할 때 이를 ‘이앙’이라 불렀다. 옮길 이(移) 자에, 모 앙(秧) 자를 써 말 그대로 모를 옮겨 심는다는 뜻이다. 이를 이용한 동음이의어로 ‘이앙기’를 들 수 있다. 이를 각각의 뜻을 담아 ‘모낼 시기’와 ‘모심개’라는 단어로 순화했다. ‘모낼 시기’는 모판에서 키운 모를 논으로 옮겨 심을 알맞은 때라는 말을 함축적으로 담아 만들었다. ‘이앙기’는 모를 논으로 심을 때 사용하는 기계라는 뜻을 담아 ‘모심개’라는 단어로 순화했다. 지우개, 베개, 따개 등 도구를 뜻하는 접미사 ‘-개’를 붙여 표현했다.

‘자웅’이라는 한자어는 여러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본래 밤과 낮을 뜻하는 단어다. 이를 음양론과 연결해 밤은 음, 낮은 양이라는 관념 하에 성별을 뜻하는 한자로도 쓰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한자가 쓰인 단어들을 ‘암수’라는 쉬운 말을 이용해 순화했다. ‘자웅감별’은 쉽게 쓸 수 있는 우리말을 이용해 ‘암수 가리기’로 표현했다. 그 외 ‘자추’, ‘웅추’ 등의 단어는 우리말인 병아리를 채택해 ‘암평아리’, ‘수평아리’로 쓸 수 있도록 제시했다.

‘추비’는 가을에 주는 거름과 작물을 심고 난 뒤 추가로 주는 거름을 한자어로 표현하다 보니 동음이의어가 되었다. 수확을 끝낸 뒤 가을에 주는 거름인 ‘추비(秋肥)’는 말 그대로 순화해‘가을거름’으로 표현했다. 반면 작물을 심은 다음에 추가로 거름을 준다는 뜻의 ‘추비(追肥)’는 ‘웃거름’이라는 말로 순화했다. 작물 뿌리에 닿지 않도록 줘야 하기 때문에 위에 거름을 준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덧거름’이다. ‘덧거름’은 농작물에 첫 거름을 준 뒤 이를 보충하기 위해 더 주는 거름을 뜻하니 거름을 주는 방식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