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빛깔의 달콤하고 아삭한,
노랑상추 이야기

글 ㅣ 김제림사진 ㅣ 수원씨앗도서관 박영재 제공
상추는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계절채소였다.
하지만 현재는 비닐하우스 재배 등으로 인해 상추를 사시사철 쉽게 먹을 수 있다.
자연히 많은 사람들은 양보다 맛이 좋고 색다른 식감의 상추를 찾게 되었다.
지금 토종상추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다.

봉화군에서 찾은 노랑상추

노랑상추는 경북 봉화군 명호면 삼동리에 거주하는 유은옥 할머니가 오래토록 재배해온 토종상추다. 토종씨앗을 발굴·수집하는 일을 해온 안완식 박사가 봉화군으로 수집활동을 하던 중 방문한 유은옥 할머니 댁 층계 밑에서 키우고 있는 노랑상추를 찾았다. 전부터 대물림해서 심어오던 곡식이나 채소가 있느냐는 물음에 노랑상추를 알려준 것이다.
층계 밑에서 햇볕을 받으며 앙증맞게 자라고 있던 노랑상추는 유은옥 할머니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잎의 색이 어려서는 연한 노랑색에 가까운 연한 녹두 빛으로 자라다가 꽃필 무렵이 되면 연한 붉은 빛을 약간 띠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잎이 동글어 쌈을 싸기에 적합하고 잎에 주름이 조금 있는 치마상추의 한 종류다.
유은옥 할머니가 5대째 심어오고 있는 노랑상추는 달콤하고 아삭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자녀들이 여름에 할머니 댁에 놀러오면 넓은 노랑상추에 밥을 한 술 떠놓고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만든 쌈장을 위에 올려 먹어왔다.
노랑상추의 씨는 일반적인 상추 씨앗과 다르다는 것도 특징이다. 일반 상추의 씨앗은 은백색이거나 짙은 흑갈색인데 노랑상추는 갈색이면서 씨가 큰 편이다. 또한 꽃이 늦게 피는 편이어서 오랫동안 따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식탁과 가까워지는 토종상추

노랑상추
현재 노랑상추는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에서 운영하는 토종씨앗도서관 등을 통해 씨앗 나눔 및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작은 텃밭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 상추에 비해 재배가 특별히 어렵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텃밭에 작게나마 재배하기 좋다.
현재 노랑상추를 비롯해 다양한 토종상추들이 점차 우리의 식탁과 가까워지고 있다. 담배잎처럼 널찍하고 억세게 생겼지만 맛이 뛰어난 ‘담배상추’, 모양과 질감이 배추와 흡사한 ‘배추상추’와 함께 토종상추에서 개량된 종인 ‘흑하랑’도 소비자들에게 점차 사랑 받고 있다. 이 중 ‘흑하랑’은 일반 상추에 비해 수면 유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주목 받고 있는 품종이다. 지금은 노랑상추를 아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하지만 점차 다양한 맛과 모양, 크기를 가진 작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랑상추는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토종품종이다. 우리 식탁에서 달콤하고 아삭한 노랑상추를 맛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