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르지만 더 맛있는
우리 토종 쌀

토종스토리 김도우 대표

글 ㅣ 김제림사진 ㅣ 황성규
까락에 진자색이 도는 자광도, 검은색 이삭 안에 하얀 낟알이 숨어있는 북흑조,
작은 키에 낟알이 조롱조롱 달리는 졸장벼까지, 옛사람들이 지역마다 다른 벼의 품종에 붙인 이름들이다.
품종마다 독특한 향과 맛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토종 벼를 알고 찾는 사람들이 적다 보니 시장 자체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토종스토리의 김도우 대표는 토종 쌀의 맛과 매력을 알리기 위해 꾸준하게 농사와 사업을 병행하며 토종 벼 품종을 보급하고 있다.

한식을 만드는 기본,
쌀과 콩에 관심을 가지다

토종스토리 김도우 대표
어느 정도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 근본이 되는 각종 식자재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서울에서 호텔 조리사로 10년을 근무한 뒤 광주에서 연회업체를 20년간 운영하는 등 요식업에 잔뼈가 굵은 김도우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자신의 땅과 건물에서 오롯하게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귀농에 대한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왔다. 나주로 귀농해 토종 쌀을 기반으로 한 사업체를 꾸려보자는 생각을 한 것도 좋은 식자재에 대한 관심과 사업 트렌드를 함께 좇아보자는 계획이었다.
“귀농해서 교육을 받다 보니 제가 그동안 해온 요식업과 함께 융합해 볼 수 있는 부분이 보였어요. 아무래도 저는 사업을 오래하다 보니 농업인이 아니라 사업가적인 마인드가 강해요. 그런데 제 눈으로 보기에도 미래의 트렌드는 건강한 먹거리, 토종 먹거리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015년에 귀농해서 다양한 토종 종자를 시범적으로 재배해보게 되었어요.”
오이, 고추, 배추, 호박 등 다양한 채소들도 키워 보았지만 특히 끌리는 것은 콩과 쌀이었다. 다른 농작물은 그대로 요리에 쓰이지만 콩과 쌀은 한식의 맛을 책임지는 장류와 소스를 만드는 원재료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중에서도 토종 쌀은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1,400종 정도로 맛과 향, 모양이 다양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런 토종 종자로 간장과 된장, 식초를 만들어 건강한 소스를 만들어내고 상품화할 수 있다면 시장성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간장이나 된장 등을 담그기도 하는데, 정말 관심이 있는 부분은 가공이거든요. 불고기 양념이나 갈비 양념도 간장을 베이스로 만들잖아요. 그런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스들은 재료나 만드는 방식이 전통 장류와는 많이 다르거든요. 염산으로 탈지 대두를 분해해서 만든 간장을 쓰기 때문에 전통 장류가 가진 건강적인 이점은 하나도 없어요. 그런 점에서 토종 종자로 만든 장류를 활용해 다양한 소스로 만들면 다른 나라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상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토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체 형성을 꿈꾸다

원재료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서는 여러 설비와 사람들이 필요하다. 토종스토리의 누룽지와 대용차를 제조할 때도 좋은 원물을 생산하는 생산자부터 알곡을 도정할 수 있는 정미소,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가공시설까지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서 김도우 대표가 모티브로 삼은 것은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다. 고용 창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공동체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토종스토리
토종스토리 김도우 대표
“사업을 할 때 특별한 강점이나 역량을 보유한 후 그것을 사업의 키포인트로 삼는 것이 중요해요. 토종스토리 같은 경우에는 토종 종자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라는 점이 키포인트가 되겠죠. 그런데 이를 사업화하려면 한 사람의 개인사업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어요. 여러 명이 모여서 공동체가 되고 토종 종자 소비의 외연을 넓혀야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을기업으로 등록을 한 것도 단순히 공동체 이상의 조직을 만들고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해보자는 데에서 시작했다. 지역 농민들과의 계약재배나 정미소와의 협업 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동참하면서 제품을 제작하는 것과 별개로 농업 공동체로서의 정체성도 가꿔나갔다. 학생들과 함께 손으로 모내기를 하는 행사를 열거나 수확 체험 행사를 진행한 것이 그 예다. 옛날에는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 소개하면서 토종 쌀을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다 보니 각자 개성이 뚜렷해서 이를 융화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긴 해요.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토종 쌀이 많이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농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지난해는 쌀 생산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재작년에 계약재배를 진행했는데 아직 토종 쌀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판매가 저조해 결과적으로는 손실을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지난해에는 토종 쌀을 계약재배를 하기 힘들었죠. 그러다 보니 쌀 원물로는 팔 수 있는 양이 되지 않아서 누룽지로만 가공하게 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지금 하는 활동들이 토종 쌀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활동이 되길 바라요.”
토종스토리 김도우 대표

자신에게 맞는 쌀 품종을 찾아
직접 가정에서 도정해서
먹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우리 토종 쌀들이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먹거리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확대되기를

토종스토리 김도우 대표
현재 토종스토리에서 주로 심는 품종은 졸장벼와 자광도다. 다른 품종들도 소규모로 재배하고 있지만, 상품화가 가능한 규모로 심는 것은 이 두 가지뿐이다. 그런데 이 두 쌀이 자라는 논에 가보면 관행농법과는 다른 특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풀과 함께 자라나는 벼다. 일부러 척박한 땅에 물을 대어 논으로 만든 뒤에는 물 조절만 해가면서 벼를 키우기 때문에 다른 논처럼 김을 매서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제초제나 농약을 뿌리지 않고 키우는데도 꾸준히 소출이 나오는 것이 관행농법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신기한 부분이다. 김도우 대표가 처음 농지를 구했을 때는 화학 비료가 밴 표토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포크레인으로 땅을 다 뒤집기까지 했었다.
“토종 벼와 개량종 벼의 차이점으로 비료의 필요 유무를 들 수 있어요. 토종 벼는 땅에 비료와 거름을 많이 주면 웃자라서 쓰러지기 쉬워요. 그래서 척박한 땅에서 키우는 거죠. 또 토종 벼는 까락이 있기 때문에 새나 병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능력이 있어요. 다만 수확할 때는 까락 때문에 도정하는 것이 어려워요. 그래서 개량종 벼는 이 까락을 없애는 쪽으로 개량시켰죠. 그러다 보니 병충해를 피할 수 없어서 농약으로 방제를 하게 되고, 논밭에서 풀을 먹이로 삼는 우렁이들도 죽게 되어 제초도 필요해진 거고요. 하지만 저희는 풀이 많이 생겨도 우렁이가 먹기 때문에 제초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김도우 대표는 건강한 토종 쌀을 공급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큰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현장과 밀착된 농업컨설팅을 받고 싶어도 쉽지 않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토종 농사에 대한 특수성을 이해하고 꾸준히 현장 밀착형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귀하죠. 귀농을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졌고 토종 농사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도 늘어났는데 컨설팅을 받기 힘들다는 게 아쉬워요. 토종 농사는 일반 농사와는 다르기 때문에 컨설팅이 진행된다면 방향을 잡고 가기가 훨씬 쉬울 것 같아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토종 종자에 대해 점차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희망적인 부분이다. 백미 대신 건강한 현미를 소비한다거나 최근에 도정한 쌀을 찾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모습도 토종스토리의 성장을 점쳐 보게 하는 희망적인 신호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경향은 결국 토종 종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현재 토종스토리에서 지역 특산물인 나주막걸리와 졸장벼를 이용한 콜라보 상품을 계획 중인 것도 이러한 시장에서 분명 토종 종자의 가치를 알아봐 줄 소비자들이 있는 거라는 생각에서다.
“개인적으로 희망하는 것은 일본처럼 가정용 도정기로 직접 쌀을 도정해 먹는 거예요. 요즘은 쌀 포장지에 도정한 날짜를 적거나 아예 마트에서 쌀을 구입하면 바로 도정해주는 경우도 있잖아요.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쌀 품종을 먹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쌀 품종을 찾아 직접 가정에서 도정해서 먹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우리 토종 쌀들이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토종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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