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화가 강화된 ‘아리흑’·‘아리진흑’, 누룩용 밀 ‘우주’ 개발로
우리 밀의 가능성을 확대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 김경훈 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현대인의 식습관이 빵과 면 등 밀가루를 중심으로 한 서구식으로 변화되면서 밀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트렌드에 맞춰 건강한 우리 밀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 김경훈 연구사는 기능성 밀 ‘아리흑’, ‘아리진흑’과
국내 최초 증류주용 밀 ‘우주’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김경훈 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현대인의 변화된 식습관에 따른
신소재 밀 개발

밀연구팀 김경훈 연구사
우리나라 밀 연간 소비량은 지난 2019년 기준으로 1인당 31.6kg으로, 제2의 주곡작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정부는 2020년 2월 「밀산업육성법」을 시행했으며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은 국민들에게 공급할 건강한 신소재 밀을 개발·보급하는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친환경 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또한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에서 밀 수출 제한을 선언했어요. 지난해 3월에는 국제 밀 가격이 15% 급등하기도 했지요. 따라서 우리나라가 밀 99% 수입국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우리 밀을 개발·생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 200톤의 밀을 수입하고 있지만, 우리 밀 자급률은 1%에 불과하다. 2만 톤이 채 안 되는 수치다. 수입 밀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밀이 중요한 이유다. 기존의 밀과 차별성이 있어야 소비자들이 우리 밀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신품종은 말 그대로 트렌드라고 해요. 소비 트렌드가 바뀌듯 빵 소비를 많이 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식습관에 맞춰 밀을 새롭게 개발해야 하죠. 예를 들어 빵이 잘 만들어지는 밀 품종을 개발하거나 소비자가 좋아하는 가공품목에 맞게 품질을 올리면 우리 밀의 사용을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밀연구팀에서는 지난 2017년 일반 소비자들과 함께 밀 연구 및 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주부, 대학생 등 50여 명이 참여해 수입 밀과 차별화된 밀 개발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고, 직접 연구소에서 함께 새로운 밀을 엄선하여 개발한 것이 바로 기능성 흑밀인 ‘아리흑’이다.
밀연구팀 김경훈 연구사

신품종은 말 그대로 트렌드라고 해요.
소비 트렌드가 바뀌듯 빵 소비를
많이 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식습관에 맞춰
밀을 새롭게 개발해야 하죠.

항산화 및 노화방지 기능을 가진
유색밀 개발

‘아리흑’은 국내 최초로 천연 색소를 함유한 기능성 밀이다. ‘아리흑’의 ‘아리’는 ‘아름답다’의 순우리말이며 ‘흑’은 흑색을 의미한다.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흑색을 내는 색소성분은 안토시아닌과 탄닌이다. 이 두 성분은 흑색을 낼 뿐만 아니라 항산화 및 노화방지 기능성을 가진 폴리페놀에 속해 ‘아리흑’의 항산화 활성은 기존 일반 밀 대비 10배에 달한다. 또한 일반 백밀가루보다 비타민 B1, B2, 철, 칼슘 등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고, 세포실험 결과 간세포 보호효과도 확인되었다.
“‘아리흑’의 기능성분 함량을 수확시기별로 분석해 색소 함량을 최대화하는 재배기술을 개발했고, 유색밀 통밀쿠키 등 가공레시피도 고안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농업인, 제과제빵 등 소상공인에게 이전되어 통밀빵, 통밀쿠키, 통밀밥 등의 제품 공동개발로 이어지는 성과를 내었습니다.”
'아리흑'을 활용하고자 하는 제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고, 기술이전을 받은 업체들은 통밀빵, 통밀쿠키, 리조또 등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에는 흑밀을 활용한 기능성 제품군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개발된 ‘아리진흑’은 ‘아리흑’의 재배문제를 개선시킨 신소재 밀이다. ‘아리흑’은 1m 정도 길이로 바람 등에 잘 쓰러져 농업인들이 재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식물체의 키(줄기)를 줄인 ‘아리진흑’을 새롭게 개발함으로써 농업인들의 재배 편리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아리진흑’을 사용해 통밀빵을 만들면 통밀가루보다도 더 흑색이 진하게 나온다. 블랙푸드가 건강에 좋다는 것이 이미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아리진흑’의 기능성 성분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리흑’과 ‘아리진흑’은 식품 조성물에 관한 가공 특허기술을 등록했습니다. 기술가치평가는 1억 원, 경제적 파급효과는 188억 원, 기술이전으로 소상공인 창업 등 취업효과는 624명에 달합니다. 또한 유색 통밀빵, 통밀쿠키, 통밀잡곡밥 개발의 재료가 되어 제빵시장에서 6.4조 원 규모, 공공급식 시장에서 7조 원 규모 중에서 기능성 재료로서 활용 부분이 높습니다. 신소재 밀을 개발함으로써 국민 건강에도 유익한 영향을 주지만,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국산 밀의 개발과 확대가 필요합니다.”

‘아리흑’과 ‘아리진흑’은
식품 조성물에 관한
가공 특허기술을 등록했습니다.
기술가치평가는 1억 원,
경제적 파급효과는 188억 원,
기술이전으로 소상공인 창업 등
취업효과는 624명에 달합니다.

밀연구팀 김경훈 연구사

우리 밀 확대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협력 필요

밀연구팀 김경훈 연구사
김경훈 연구사가 개발한 또 하나의 신소재 밀은 주류 생산용인 ‘우주’다. ‘우주’는 주정생산수량과 당화효소 활성이 높은 품종으로, 안동밀 소주 개발의 재료로 사용되어 향후 세계주류시장 중 증류주 부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밀연구팀에서는 ‘아리흑’, ‘아리진흑’, ‘우주’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성 밀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없는 ‘오프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밀인데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오메가-5-글리아딘' 물질을 유전자변형이 아닌 전통방식의 인공교배를 통해서 제거한 것이 특징입니다. 단백질 분석 및 혈청 반응 실험 결과 알레르기 반응이 현격하게 줄어들어 밀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 등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능성 밀 개발을 통해 우리 밀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 내고 있는 김경훈 연구사는 우리 밀 품종이 활용되려면 소비자 요구를 맞추는 동시에 소상공인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특산품 개발 시험사업을 연계해 청년들의 창업 및 취업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농업인과 가공업체가 협약을 체결하고 「밀산업육성법」을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면 우리 밀 산업이 보다 더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아리흑’과 ‘아리진흑’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공업체와 같이 빵을 만들고 밥도 지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우리 밀의 다양한 변신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인과 제빵사, 영양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다 보니 경험도 많아지고 우리 밀에 대한 애착도 더 커졌는데요.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요구에 따라 기능성 신소재 밀을 개발해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밀 품종에 많은 관심과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기능성 밀

농업인과 가공업체가 협약을 체결하고
「밀산업육성법」을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면 우리 밀 산업이
보다 더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