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고온
스트레스·생산 효율성 연구 성과로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박종은 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극심한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는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고온기 가축 폐사라는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가금류는 전신이 깃털로 덮여 있고 돼지는 땀샘이 없어 더위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여름철 폭염기에 폐사하는 가금류는 267만 수에 이를 정도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박종은 연구사는 가축의 고온 스트레스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굴 등 고온 저항성 계통을 육성하기 위한 기초연구 성과로 주목 받고 있다.

가축 고온
특이 유전자·경제형질 관련
표지인자 개발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는 가축 및 반려동물의 방대한 유전체 정보를 생산·해독해 동물의 활용성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문연구실로 유전체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유전체실과 이를 전산학적으로 분석하는 생물정보실이 운영되고 있다. 박종은 연구사는 동물의 유전체, 전사체, 미생물체 등 다양한 오믹스(Omics)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후변화 등에 잘 적응하고, 생산성 높은 육성하기 위한 유전자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여름철 고온 일수가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가축 폐사와 생산성 감소 현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온에 따른 유전자의 발현량에 대한 프로파일과 고온특이유전자의 연구는 고온적응계통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에 필수로 수행해야 할 분야입니다.”
박종은 연구사는 아프리카 국제축산연구소와 공동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아프리카에서 ‘닭의 고온 스트레스 연구’를 수행했다. 현지 가축 수집과 시료를 확보하고, 간이 고온실험시설을 제작·설치하여 고온 스트레스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의 고도가 높은 지역 및 낮은 지역의 닭에서 고온실험을 통해 체온변화를 비교했을 때, 5시간의 급성 고온이 3일간의 지속적인 고온에 비하여 급격한 체온 증가를 가져왔다. 또한 고도가 높은 지역의 닭에서 체온이 더 많이 증가했다.
박종은 연구사
“가슴근육과 심장 조직의 리보핵산(RNA)을 추출하여,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을 한 결과, 급성의 고온 조건이 더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더 많은 유전자들이 다르게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급성 고온 스트레스 노출 시 DNA 손상을 막거나 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p53경로가 활성화 되었으며, 만성 고온 스트레스 노출 시 에너지 대사 조절과 산화 스트레스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PPAR 신호경로가 활성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저지대 닭은 세포주기와 DNA 손상을 막는 적응 기작이 주로 일어나는 반면, 고지대 닭은 세포사멸과 산화-스트레스 반응 기작이 일어나 열 스트레스 적응력이 낮음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가축 고온 스트레스 저감 연구는 사양이나 축사 환경 등 외부요인의 조절을 통해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는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다면, 이번에 수행한 연구는 가축 자체에서 고온 특이적으로 기능하는 유전자를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들 유전자가 고온 적응 기작에 관여한다고 예측해 고온 환경에 잘 적응하는 계통을 개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이라는 근본적 해결방안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박종은 연구사

기존의 가축 고온 스트레스 저감 연구는
사양이나 축사 환경 등 외부요인의
조절을 통해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는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다면,
이번에 수행한 연구는 가축 자체에서
고온 특이적으로 기능하는
유전자를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가축 고온 적응성 및
생산효율성 제고로 산업 경쟁력 확보

우수성과 상패
이번 연구에서 박종은 연구사는 스트레스에 특이적으로 발현이 나타나는 유전자 3종을 발굴해 2건의 특허까지 출원하였다. 이들 유전자는 세포보호기능(HSPH1), 세포사멸 조절(SRGN), 스트레스 염증 반응(MT4)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발굴된 유전자는 고온 스트레스 노출진단 및 향후 고온 적응성 개선을 위한 분자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고도가 높고 낮은 지역의 닭의 조직별 일주기(Circadian)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을 구축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였으며, 저·고지대, 시점 등 비교 조합에 따른 차등발현 유전자를 대량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기존의 가축 유전능력평가와 주요 유전자 기반의 개량을 접목함으로써 가축의 고온 적응력과 생산 효율성 개선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닭의 일주기 유전자 발현정보에 대한 프로파일은 개별 고온 실험의 케이스 연구와 함께 닭의 고온 스트레스 연구를 위한 기초 정보로써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온에 특이 반응하는 유전자 정보는 가축의 고온 적응성을 높이는데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닭의 고온기 폐사 및 생산성 저하현상을 막음으로써 농가소득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국내 여름철 닭의 폐사를 10% 감소 시 연간 약 13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와 함께 여름철 폐사를 감소시킴으로써 소비자에게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즉, 축산물의 소비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것이죠. 현재 전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기후체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이번 연구가 축산업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관련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닭 고온 적응 연구는 2019년 기후변화대응 대표기술 10선과 2020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해외 유전자원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축산분야의 우수 연구사례로서 국가위상을 높이고 국제협력을 활성화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가축 유전능력평가와
주요 유전자 기반의 개량을 접목함으로써
가축의 고온 적응력과 생산 효율성 개선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종은 연구사

기초 분야·축산 현장에
활용성 높은 연구 수행할 것

박종은 연구사
닭 고온 스트레스 연구와 함께 박종은 연구사는 돼지 자돈 수 및 육질과 연관성을 가진 변이 표지인자를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우리나라의 어미돼지당 자돈의 출하두수는 17.6마리로, 2016년 기준으로 미국 23.2마리, 캐나다 26.3마리, 덴마크 28.3마리 등 축산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한 육질 개선을 통한 돈육의 품질향상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 돼지의 경우 자돈의 수는 농가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형질과 유전자 마커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분석 기법을 사용해 자돈의 수와 관련된 포유 자돈 수, 생존 자돈 수, 이유 자돈 수, 유두 수 등의 형질과 연관성을 보이는 단일염기다형성(SNP) 표지인자 15종을 발굴했습니다.”
이와 함께 번식주기에 따라 발현이 변하는 유전자 6종(SGPP1/2, FXYD4 등)을 발굴하여 및 번식주기 탐지기술을 개발하였으며, 성장에 따른 후성요전요인과 장내마이크로바이옴 비교를 통해 군집 특성의 차이를 확인하는 성과도 냈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전사체, 미생물체, 표현체 등 오믹스 데이터베이스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제축산연구소, 와게닝겐대학연구소와의 국제협력 체계를 마련해 향후 관련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돼지의 자돈 출하두수는 유전 요인뿐 아니라 사료 및 사양 조건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복잡형질입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관 마커 개발 성과는 자돈 수를 높이고, 육질을 개선하기 위한 개체를 선발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박종은 연구사는 숙주 동물의 유전체, 전사체 뿐만 아니라 대사체, 장내 미생물체 등의 다양한 오믹스 자료를 생산해 이를 통합 분석하는 다중 오믹스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축적하고, 후속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활용·관리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를 수행하면서 국립축산과학원 내 현업부서와 국내외 많은 연구자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를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기초 분야와 더불어 축산 현장에서 활용성 높은 연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