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농사와 6차 산업화로
새로운 삶을 가꾸다

설레임 딸기정원 하미경·김명덕 부부

글 ㅣ 하우람사진 ㅣ 황성규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치열한 삶을 살다보면 문득 이런 의문을 품기 마련이다.
지금은 부여에서 ‘설레임 딸기정원’을 운영하는 하미경·김명덕 부부도 이런 고민을 했다.
반도체·LCD 분야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김명덕 씨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계속되는 야근으로 인해 실명 위기를 경험하며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귀농, 그리고 딸기와 6차 산업이었다.
설레임 딸기정원의 하미경·김명덕 부부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산 넘어 산’
도시 부부의 귀농귀촌 정착기

설레임 딸기정원 하미경·김명덕 부부와 자녀
평택에 거주하며 반도체·LCD 분야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가장이었던 김명덕 씨의 소원은 딱 한번이라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직접 밥상을 차려주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야근은 가족과의 저녁식사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힘겨운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한 뒤에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앞섰다.
“어느날 금융관리사를 만났는데 우리 세대는 120살까지 살게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처의 퇴직한 친척이나 가족, 선배들을 봐도 퇴직 이후에는 삶이 없었어요. 그저 초조하게 퇴직금만 바라보고 있었죠. 그때쯤 밤낮없이 일하다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됐습니다. 그때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습니다.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김명덕 씨의 머릿속에서는 퇴직한 선배의 이야기가 떠돌았다. ‘직장생활은 남의 일이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손에 움켜쥘 수 있는 일을 해라.’ 오랫동안 숙고하던 김명덕 씨의 결론은 귀농이었다. 하지만 아내인 하미경 씨는 남편의 갑작스런 귀농 결정에 극렬히 반대했다.
“아내는 제가 농촌에서 과연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걸 검증해보라는 숙제를 냈어요. 그래서 무작정 농가에 찾아가 온갖 시련을 겪으며 딸기 생육 기술을 배웠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한 경우도 많았어요. 제 의지를 높게 산 아내가 나중에는 마음을 돌린 거죠.”
도시 토박이의 귀농은 쉽지 않았다. 알맞은 농토를 구매하기 위해 꼼꼼히 따지는 사이 8개월이 흘렀고, 어렵사리 구매한 땅에 시설하우스와 집을 짓기 시작하자마자 착수금을 받은 건축업자가 잠적해버렸다. 그 사이 딸기 파종 시기는 지나고, 집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머무르던 방의 월세 계약이 끝나며 온 가족이 길 위로 나앉을 위기를 겪게 됐다.
“제가 고생하는 건 상관없었지만, 아내와 어린 아들이 고생하는 건 참을 수가 없었어요. 눈 딱 감고 지금이라도 도시로 돌아갈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오히려 아내가 조금 더 해보자고 저를 위로해주더라고요. 남들이 10년 동안 겪을 일을 우리 가족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다 겪었다고 봐야죠.”

딸기 농사를 넘어
‘6차 산업’으로

최근 화제가 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융복합’이다. 하미경·김명덕 부부는 딸기 농사가 단순히 수확에서 끝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인 딸기농사에 들어선 부부는 농사와 융복합될 수 있는 요소를 논의했고, 농산물로서의 딸기 외에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딸기 체험교육장’을 운영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딸기 체험장에 가보면 10분이면 체험이 끝납니다. 딸기 몇 개 먹고 잠깐 사진 찍고 나면 모든 커리큘럼이 끝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체험장으로 오가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역시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딸기 체험장에서 이런 활동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밑그림이 있었죠.”
설레임 딸기정원에서는 딸기 수확 체험과 함께 미술교육을 함께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체험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모든 활동은 부부의 안내를 따라 이루어진다. 아이들과 함께 참관한 선생님들이 할 일은 오직 사진을 찍는 일뿐이다. 하미경 씨는 체험장 오픈을 준비하며 보육교사 자격증과 함께 혹시 모를 응급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간호조무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하미경 씨는 자격증 취득 경위를 묻자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사실 수입을 거두겠다고 체험장을 오픈한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딸기 체험장 홍보도 일절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인을 통해 우연히 체험장을 찾아온 어린이집에서 큰 호응을 받으며 입소문을 통해 어린이집에서 찾아오는 상황이에요. 지난해에는 총 30곳 정도의 어린이집에서 설레임 딸기정원 체험장을 방문했습니다.”
설레임 딸기정원의 대표는 하미경 씨다. ‘아내가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귀농이고, 나보다는 아내가 훨씬 오래 살 것’이라는 게 김명덕 씨의 말이다. 부부는 함께 힘을 합쳐 귀농과 함께 6차 산업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설레임 딸기정원 하미경·김명덕 부부

저희 역시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딸기 체험장에서 이런 활동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는
밑그림이 있었죠

정년이 없는 농사,
그야말로 ‘평생직장’

“처음에는 제가 귀농을 반대했었는데, 막상 내려와보니까 농사가 제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딸기 줄기를 솎아내고 정리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딸기가 가지런해지고 기분 좋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농업은 생명산업이잖아요. 생기 가득한 딸기를 가꾸고 있자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소소하게 즐긴다는 느낌도 들고요.”
귀농을 반대하던 하미경 씨는 남편인 김명덕 씨보다 농사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부부는 농촌에서 여유와 미래를 동시에 찾았다. 직장생활에는 정년퇴직이 있지만, 농사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 두 사람의 성공적인 귀농귀촌은 주변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미경 씨의 남동생 부부와 여동생 부부가 귀농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지난해 7월 2,000평 규모의 첨단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팜을 매입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대추방울토마토를 스마트 농법으로 키워보고 있습니다. 120세 시대를 맞아 앞으로도 농사를 ‘평생직장’으로 삼아 다양한 농법을 도입하며 진정한 베태랑 농업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매진할 계획입니다.”
귀농귀촌을 결심한 뒤, 하미경·김명덕 부부에게는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미경·김명덕 부부는 힘을 합쳐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는 도중 충청남도가 주최하는 귀농인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고, 두 사람은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차지하며 1천만 원이라는 정부 보조금을 수혜 받기도 했다. 노력하는 자에게 길은 반드시 열리는 법이다.
“‘농사나 짓겠다’고 말하며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귀농을 결심할 때는 정말 이 일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매진해야 합니다. 또, 농사를 단순한 육체노동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맞춰 농업도 꾸준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농업은 결코 쉽지 않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미경·김명덕 부부의 말이다.
설레임 딸기정원 하미경·김명덕 부부
설레임 딸기정원 내부 장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