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특허 획득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다

우리화훼종묘(주) 김재서 대표

글 ㅣ 김동연사진 ㅣ 전예영
수출주도형 산업 전략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수출주도형 산업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조업이나 중화학공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화훼산업 또한 꾸준한 노력으로 해외시장으로 외연을 확장시키며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일조했다.
경기도 과천시에서 농업회사법인 우리화훼종묘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서 대표는
화훼 수출은 물론 국내 품종에 대한 해외 특허를 획득하고
로열티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화훼농업인이자 종묘연구가이다.
어떠한 과정을 통해 화훼품종 개발을 생각하게 됐고,
화훼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는지 김재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모두가 배고픈 시절
꽃에서 미래를 꿈꾸다

우리화훼종묘(주) 김재서 대표
우리화훼종묘의 김재서 대표는 올해로 화훼농업을 시작한 지 34년이 되는 베테랑 화훼농업인이다. 그가 처음 화훼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화훼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화훼 종사자 또한 수입과 관련된 무역학과나 영문과 출신이 많았다.
“저는 농업고등학교에서 축산업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원예학를 전공했습니다. 축사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분뇨를 이용해서 원예를 하려고 농업대학교를 간 거죠. 1986년에 대양화훼에 입사해서 15년 동안 일하다가 IMF 경제위기의 여파로 1999년 회사를 나와 이듬해에 우리화훼를 설립했습니다. 제가 꽃을 시작 할 때만 하더라도 부모님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꽃이라고 하는 것은 먹는 것도 아니고 꽃을 향유하는 문화가 전혀 없었죠. 꽃보다는 고기를 사가지고 가고 과일을 선물할 때였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 당시 앞으로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꽃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웠지만 분명히 성장할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했죠.”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김재서 대표가 우리화훼종묘를 운영해 온 지 벌써 20년. 국내 화훼산업 전반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변화와 노력 덕분에 우리화훼종묘는 업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일본, 중국, 네덜란드, 미국 등 해외 10개국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국화, 백합 등의 품목에서 수출액 1천 814만 달러 한화로 약 204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으로서 성장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함께해준 화훼농가에 대한 지원도 잊지 않았다. 수출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하고 품종을 시험하는 시험포를 운영해 해외에서 들여온 새로운 화훼품종 재배 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농가에 알려줬다. 지난해 김재서 대표는 이러한 수출과 육종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해외로 나간 우리 품종,
블랙금전수와
백합 우리타워

김재서 대표는 시장성 있는 품종을 직접 개발하거나 발굴하고 해외 특허를 얻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종으로 ‘블랙금전수’와 백합인 ‘우리타워’가 있다.
블랙금전수
블랙금전수
블랙금전수
블랙금전수
“블랙금전수는 화훼 농부 이혁진 씨가 개발한 품종입니다. 금전수를 기르다가 잎사귀가 까만 돌연변이 금전수가 나왔는데 이것을 품종으로 만들어낸 거죠. 블랙금전수는 국내에 도원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등록했지만 잎이 까맣다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혁진 씨가 무역업체에 찾아가 이 품종을 해외에 특허를 낼 수 없겠냐 했더니 별 반응이 없을 것이라 해서 포기하고 있었죠. 저는 블랙금전수를 보자마자 ‘이거 되겠다’ 싶었습니다. 블랙금전수 품종을 가지고 네덜란드로 가 금전수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화훼농가에 ‘이거 어떻냐?’라고 물었습니다. 그쪽 사람들이 너무나 신기하다며 상품성이 충분하다고 해서 약정 계약을 하고 네덜란드에 특허를 냈습니다. 네덜란드 특허는 많은 사람들이 출원하지만 네덜란드 측에서는 잘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요. 네덜란드에서 대량으로 직접 재배를 해서 개인적으로 생산을 하거나 네덜란드 업체를 찾아가 정식 허가를 받고 출원하는 방식만 가능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새로운 품종이라고 하더라도 대량으로 재배하여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면 특허 출원 신청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 생각합니다. 우리화훼종묘는 당당히 네덜란드 특허를 획득하고 네덜란드 현지에 만 평 규모의 유리온실을 갖추고 블랙금전수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블랙금전수는 현재 미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에 품종보호등록이 되어 있고, 2018년과 2019년에 로열티로 벌어들인 수입만 6,600만 원 정도 됩니다.”
‘블랙금전수’뿐 아니라 우리화훼종묘에서 직접 개발한 품종 백합 ‘우리타워’도 네덜란드에 특허 출원이 되어 있다.
“우리타워는 우리 회사의 매출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효자 품종입니다. 처음에 개발해서 1억 원을 받았고 네덜란드에서 생산해서 연간 100만 구 정도만 보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것은 500만 구 정도고요. 저희가 개발한 우리타워가 우리나라 롱지플로룸(longiflorum) 계통의 시장은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타워는 현재 한국과 네덜란드에 특허 출원이 되어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구근을 생산하여 현재 중국, 이스라엘, 미국, 일본 등 세계 여러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매년 로열티를 받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로열티가 몇 배는 더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저희 회사 이외에 품종으로 로열티를 이 정도 받는 곳은 없을 겁니다. 대부분 단돈 천만 원도 받기 힘들죠.”

저희가 개발한 우리타워가
우리나라 롱지플로룸
계통의 시장은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화훼종묘(주) 김재서 대표

품종 개발의 어려움과
화훼산업에 드리운 그림자

우리타워
우리타워
민간 기업에서 화훼품종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김재서 대표가 처음 화훼산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품종 특허를 통해 품종 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식물보호법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육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더라도 품종개발에 대한 이득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품종 개발을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02년에 국제 식물 신품종 보호 연맹에 가입하면서 국제식물보호법이 생겼다. 그 즈음 김 대표도 품종 개발에 도전했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품종 개발과 연구는 대다수의 화훼 산업 종사자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김 대표는 그 이유를 여러 기관들이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을 한다는 점과 품종을 개발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독점권을 주지 않아 품종 개발 시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화훼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꽃 문화를 정서적으로 교육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꽃을 주느니 돈을 달라거나 버릴 때 돈이 든다는 이유로 꽃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요. 너무나 안타깝죠. 각 가정에서 보고 즐기기 위해 꽃을 사지 않습니다. 졸업식이나 행사 같은 때에만 목적성을 가지고 꽃을 사죠. 제 생각에는 먹고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꽃에 대한 인식이 남에게 보여주는 용도로 자리 잡은 데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합니다.”
현재 국내 화훼 산업이 쇠락하는 이유가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꽃을 향유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김 대표의 이야기이다. 분명히 경제가 성장하면 꽃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꽃이 먹을 것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특별한 날에만 꽃을 산다는 이벤트 중심의 꽃 소비 성향을 이용한 대책도 제시했다. 각종 지역 축제에 꽃을 제공하는 것이다.
“저희가 전남 신안군의 수선화 축제, 충남 태안의 튤립 축제에 꽃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신안군은 1,004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데 많은 섬이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입니다. 신안군은 섬 내 건물 같은 것에 투자하기보다 동백섬, 작약섬, 수국섬, 수선화섬, 히야신스섬, 라일락섬처럼 꽃섬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꽃을 소비하는 패턴이 이벤트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이용한 방안이죠. 어떤 섬에 간다고 하면 그 섬에서 뭔가 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수선화 섬이 있다면 수선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 섬에 가보고 싶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원, 농원, 펜션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꽃을 심고 싶은데 판매처를 모르거나 품종에 따른 알맞은 구입 시기를 모르는 펜션 운영자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게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꽃이 일상인
대한민국을 꿈꾸다

김재서 대표는 우수 화훼 품종을 개발하고 해외로 수출하여 국내 화훼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제24회 농업인의 날’에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그의 수상 소감에는 꽃을 향한 애정과 앞으로의 화훼산업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저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상이었습니다. 저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품종 개발을 해서 국내에 보급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수출로 연계하는 것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한 꽃을 좋아할 겁니다. 이 일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좀 더 새로운 곳에 꽃을 보급하고, 제가 알고 있는 기술적인 노하우와 경험들을 농가들과 나눠 화훼농가들의 소득을 높이는 일들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화훼 기업으로서 장사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농가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터전을 만들고 싶습니다. 농가들에게 돈이 될 수 있는 품목 개발을 해서 소득 창출도 더 해주고 싶고요. 꽃의 문화가 있는 유럽과 러시아 등지는 꽃 선물이 너무도 생활화 되어 있고, 일상에서도 꽃이 당연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꽃을 한 송이라도 더 선물하는 꽃과 함께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김 대표에게 꽃은 생활이자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꽃은 눈을 즐겁게 하고 코를 향기롭게 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꽃을 즐기는 문화가 우리 생활에 정착된다면 그 영향력이 개개인의 즐거움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화훼산업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꽃을 가까이 하게 되는 날까지 김재서 대표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화훼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