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터 취향까지 고려한
버섯 종자를 개발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오연이 연구사

글 ㅣ 김주희·김희정사진 ㅣ 황성규
특용작물에 있어서 국내산 종자를 개발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문제다.
종자를 사들일 때마다 해외에 지불하는 로열티도 로열티거니와 각 종자의 생육 조건이
한국과 꼭 맞는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재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섯류도 다르지 않다.
느타리버섯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들에서 수입된 종자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버섯의 면역증강 효과와 균형 잡힌 영양성분으로 인해 국내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산 종자를 개발하는 것은 장바구니 물가에 기여하는 동시에 농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
이러한 현장에서 직접 양송이와 느티만가닥버섯을 개발하는 등 버섯 품종 연구에 힘쓰는 오연이 연구사를 만나
버섯 종자 육성의 중요성과 버섯 산업의 지향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4%에서 65%까지,
양송이 국산화를 시작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오연이 연구사
양송이는 향이 강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버섯 중 하나다. 하지만 다른 버섯보다 가격이 높고 보관 기간이 짧아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구입하기는 어려운 버섯이기도 하다. 또한 10년 전만 해도 양송이 농장에서 대부분 외산 품종을 재배하면서 국산 품종이 설 자리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였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수입대체형 양송이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품종을 개발한다면 시장성이 높고 관리하기 쉬운 특성을 반영해야 시장에 전파도 빨리 되는 법이다. 양송이 품종에서는 균 배양이 잘 되고, 갓 색이 우수한 특성과 높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그리고 수확 후 갈변이 안 되는 특성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게 개발된 양송이가 총 7건(새도·새연·새한·호감·하이·도담·하담)으로, 그중 가장 많이 보급된 것은 ‘새한’ 품종이다.
“2012년도에 육성한 양송이가 ‘새도’인데, 품질이 낮은 퇴비 배지에서도 배양이 잘 되기 때문에 2015년에 약 32%가량 농가에 보급이 되었어요. 반면 ‘새연’ 품종은 품질은 우수하지만 갓이 미색이라 크게 보급은 안 되었는데, 이를 보완해 밝은 흰색에 수량이 많은 ‘새한’ 품종을 2018년에 약 40%가량 보급하였습니다. 요새는 2017년에 육성한 ‘도담’ 품종이 단단하고 외형이 좋아 인기리에 보급되고 있고요.”
국내 농산물 시장은 외형에 따라 가격차이가 많이 난다. 양송이도 마찬가지다. 버섯 갓이 밝은 백색일수록 높은 가격에 판매가 되고 갈변이 적을수록 인정받는다. 양송이는 손에 닿으면 내부 효소 반응으로 인해 멍이 든 것처럼 갈색으로 변한다. 겉면에 반응이 바로 나타나는 만큼 생산자로서는 민감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양송이는 기본적으로 저온에서 길러져야 한다. 외국의 양송이 재배실이 내외실로 외부 기온의 영향을 덜 받는 것에 비해 한국의 양송이 재배실은 여름의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외국 환경에 맞춰 개발된 품종으로는 여름 작황이 부진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하이’와 ‘하담’은 일반 양송이 재배 온도뿐만 아니라 높은 온도에서도 자랄 수 있도록 육종하였다. 그중에서도 ‘하담’ 품종은 일반 양송이에서 육성한 고온성 양송이 품종으로 여름 양송이의 단점인 재배기간을 단축하였다. 이처럼 몇 년간에 걸쳐 여러 품종을 개발한 결과, 국산 양송이 품종 보급률은 2010년 4%에서 2018년 65%까지 높아졌다. 연구진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수입품종은 로열티로 인해 kg당 5,000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던 상황에 농가의 로열티 부담을 줄였다는 것도 큰 성과였다. 국내 종균은 kg당 2,600원 정도로 수입품종 가격의 절반에 불과했다.

국내 생산 과잉,
또 다른 판로 개척 필요해

버섯 종류는 다른 작물에 비해 육종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생산량 증가 추이도 보기 쉬운 편이다. 양송이를 우리나라 환경에 맞도록 개량하고 대량생산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양질의 상품을 안정적으로 출하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됐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내수시장이 이 물량을 소화할 만큼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버섯의 해외 수출 개척은 양송이 재배 업계에도 지향할만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현재 수출 주력 버섯은 큰느타리(새송이)와 팽이버섯입니다. 2019년 신선농축산물 수출에서 큰느타리는 2,600만 달러, 팽이버섯은 2,200만 달러 수출되었죠. 베트남이나 호주, 미국 등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양송이는 내수용이 아닌 수출 효자 품목이었다. 특히 1976년부터 1978년 사이에는 수출액이 5,130만 달러에 이르러 농산물 수출 품목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다만 중동의 석유파동과 중국산 양송이 수출에 의해 채산성이 낮아지면서 양송이 재배 규모가 줄어들고, 내수시장 중심의 재배로 전환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능성 농산물 소비가 증가하는 유럽, 미국 시장에 수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오연이 연구사
버섯 연구
다른 하나는 내수시장 확대다. 보통 양송이는 원물을 사 조리하는 방식으로 소비되지만,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버섯 가공품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예로 영비천을 들 수 있다. 1985년 출시된 영비천은 영지버섯 추출물을 주재료로 삼아 손쉽게 영지버섯을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995년에는 러시아 국립과학 우주비행사 연구센터의 공식 음료로 지정되는 등 영지버섯의 수요를 대중화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이처럼 양송이도 음료나 가공식품의 재료로 들어가는 방식으로써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버섯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죠. 특히 대부분의 버섯이 함유하고 있는 베타글루칸은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 만큼 버섯이 들어간 차나 음료 등을 통해 간편하게 건강에 좋은 버섯 소비를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가의 소득안정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육종기간 짧아
보람도 빨리 느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오연이 연구사
육종기간이 다른 작물보다 짧기 때문에 현장의 피드백을 듣기도 좋은 것이 버섯이다. 보통 양송이 육종은 5년 정도 소요가 되며, 2012년 ‘새도’ 품종은 균사 배양기간이 단축되는 장점으로 3년 만에 농가에 널리 보급되면서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결실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이 보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짧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실에서 선발된 우량계통을 가지고 농가에서 실증하는 과정이다. 재배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있는 만큼 초기에는 이를 실증해주는 농가를 바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육종학을 하면서 보람 있는 순간이라면 현장에서 제가 개발한 품종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들었을 때예요. ‘새도’ 품종은 2015년 현장에 보급되면서 농가로부터 ‘좋은 품종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첫 품종 보급이 잘 되어서 그럴까요. 지금은 주산지별로 여러 농가사장님들이 잘 도와주시는 편이에요.”
사실 품종개량은 끝없는 과정의 연속이다. 새로운 품종이 보급되어도 단점은 나오기 마련이고, 각 시기마다 해당 작물의 트렌드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옛날 경제가 어려웠을 당시 벼의 개량이 많은 수확량에 치중해 있었다면, 이후에는 밥의 맛이나 찰기 등에 중점을 두고 개발이 이루어진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그런 만큼 농가와 소비자에게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품종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쩌면 목표이되 계속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목표일지도 모른다.
“조금씩 개선된 품종을 개발하다 보면 이를 모본 삼아서 우수한 품종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품종을 확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우리 몸에 좋은 버섯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입맛에 맞고 생산자가 찾는 품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버섯 연구

보람 있는 순간이라면
현장에서 제가 개발한
품종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들었을 때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