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기능성 유제품·육제품 개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

글 ㅣ 김희정사진 ㅣ 황성규
현미경이 없던 시대에도, 발효를 이용한 유제품과 육제품은 만들어졌다.
버섯이나 가죽 주머니를 이용하든, 혹은 동굴에서 숙성시키든 귀중한 식량원이었던
동물의 젖을 보존해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동아시아를 제외하면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졌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유와 고기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우유 소비를 위해 유익균을 미리 골라내어 배양하고 기능성 유제품,
육제품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우리 축산제품 소비 확대 위한
기술개발 연구 중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는 우리나라 낙농업과 축산업의 소비 확대를 위해 다양한 유제품과 육제품을 개발하는 부서이다. 말 그대로 가축으로부터 얻어낸 고기와 유제품, 알까지 축산물에 포함되다 보니 같은 과에 속해있더라도 각자 주력으로 맡은 분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중 유가공연구실장을 맡은 함준상 연구관의 직무는 우유 소비 확대를 위한 기능성 유산균과 유제품 개발이다.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이 등장하면서 유산균도 소비자들에게 많이 친숙해졌지만, 유산균도 각 종균별로 제각기 다른 효능을 가지고 있다. 피부 아토피에 효과가 있는 종균도 있고, 유당불내증에 효과가 있는 종균도 있다. 그런 만큼 국민 식생활에 적합한 유산균을 선정해 다양한 방식으로 섭취하게 하는 것이 함준상 연구관의 꾸준한 숙제인 셈이다.
특히 유산균 중에서도 비피더스균은 까다로운 존재이다. 원래 비피더스균 자체는 유산간균인 락토바실리우스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모유를 먹는 유아의 장에서는 장내세균의 최대 90%를 차지할 정도지만, 나이가 들면 점점 감소하기 때문에 노인층에서는 장내 세포의 5% 이하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비피더스균에는 락토바실리우스와는 다른 특징적인 효소가 있지만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유산균이라고 통칭한다. 유산균에는 락토코커스, 스트렙토코커스, 페디오코커스, 류코노스탁 등 10여 개 속이 있는데, 비피더스균은 다른 유산균에 비해 배양이 까다로운 것도 특징이다.
“비피더스균은 절대혐기성입니다. 자라나는 환경 자체에 산소가 전혀 없어야 합니다. 실험실에서는 액체 배지에 미네랄 오일을 덮어서 산소를 차단하는 식으로 배양하고 있습니다.”

토종 유산균 배양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하기

함준상 연구관은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 2019년 농촌진흥청 농업기술대상을 받았다. 산화 스트레스에 저항성이 높은 토종 비피더스균을 선발하고 제품 개발을 통해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한 공이다. 여기에 일조한 균은 바로 비피도박테리움 롱검이라는 종류로 우리나라 신생아의 장에 빨리 정착하는 종이다. 이를 이용한 기술실시도 이미 진행되었는데 직접 먹어서 섭취할 수 있는 유산균 제품은 대학 병원의 환자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피부에 바를 수 있는 화장품으로도 나왔는데, 이는 비피도박테리움 롱검의 아토피 피부염 완화효과 때문이다.
“아토피도 면역 과잉으로 인해 피부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피도박테리움 롱검이 생산하는 단백질은 항원과 결합해 활성화된 면역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를 보였는데요. 실제 아토피 유발 실험동물에도 해당 균을 급여하였을 때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를 이용하여 민감한 피부의 면역 과잉 현상을 줄여주는 화장품이 기술 이전을 받은 셀비온에서 나왔습니다.”
한편 이를 이용한 반려견용 유제품도 개발되었다. 비피도박테리움 롱검과 락토바실러스 루테리가 포함된 제품으로 장내 유해 세균인 푸소박테리움과 콜린셀라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강아지의 피부염으로 자주 관찰되는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는 증상과 가려움증도 줄어들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유제품 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알레르기 환자를 위한 유제품 개발 관련 시험도 진행 중이다. 해당 비피더스균이 우유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식품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균을 활용한 발효유, 치즈, 분유 등의 제품을 통해 알레르기 저감 효과를 볼 수 있게 하는 만큼 식생활의 제한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반가운 상품이다. 분유회사와도 기술 이전 협의 중인 만큼 곧 어린 아이들의 알레르기 예방에도 좋은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산 우유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이 등장하면서
유산균도 소비자들에게
많이 친숙해졌지만,
유산균도 각 종균별로
제각기 다른 효능을
가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법의 제한,
예상치 못한 더 좋은 제품으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
유산균을 활용해 소시지를 만든다고 하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식생활이 서구화되었다 해도 아직까지는 훈제 소시지가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발효소세지의 대표적인 예는 이탈리아의 살라미다. 백곰팡이와 유산균을 배양시킨 고기를 건조시킬수록 감칠맛이 응축되는 효과가 난다. 해당 제품을 통해 유산균을 섭취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외국에서는 발효소시지를 즐겨 먹는데, 이때 사용하는 균주가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법상 고시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가 아닙니다. 그래서 건강기능식품법상 프로바이오틱스로 지정되어 있는 균주 중 L.plantarum으로 소시지를 발효시켜 보았는데요. 외국에서 수입되는 스타터로 만든 것보다 식감과 맛이 더 좋았지요. 5g만 섭취해도 유산균 약 1억 개가량을 섭취할 수 있어 소량으로도 건강 유지에 충분한 양을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술 개발이 완료된 후에는 영세 농가나 업체 등에 기술과 스타터 등을 이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유산균을 활용한 발효소시지는 현재 국산 돼지고기를 이용한 육가공품을 만드는 애돈인이라는 회사에 기술이 이전된 상태이다. 이 외에도 토종 유산균을 이용한 육가공품 조제 실험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어 독특하면서도 몸에 좋은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한층 다양한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유산균 전문가인 함준상 연구관의 유산균 섭취는 어떤 식일까? 평범하지만 가성비가 좋은 요구르트를 디저트로 먹는 편이다. 그램(g)당 프로바이오틱스가 1억 개 이상 함유되어 있어 경제적이다. 또한 유당을 비롯한 다양한 성분들이 유산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체내에서 유산균이 살아남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디저트로 먹으면 미리 먹었던 음식물이 위산을 중화해주는 만큼 위장에서 유산균이 죽을 우려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함준상 연구관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코팅스의 특별판, ‘식품산업에서 식용 필름·코팅 사용의 최신 발전’ 편집장으로 선정되어 국내외 훌륭한 연구논문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또 다른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이 균형 있게 함유된 완전식품인 우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소비자들, 특히 고령층의 영양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
“우유는 장내 균총 개선에 크게 도움을 주는 식품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은 외국인과 식습관이 달라 결과도 다를 것으로 예상되어 우유 섭취에 의한 마이크로바이옴 변화 구명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우유를 섭취하지 않아 우유 소화 장애가 생긴 분들은 발효유나 치즈를 드시면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유제품을 열심히 섭취해 단백질, 칼슘 등과 같은 영양소 부족을 방지하셨으면 합니다. 저도 앞으로 더욱 연구에 매진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