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과 도전으로
물고추냉이 근경 재배
가능성을 열다

강원도 청년 강소농 농업법인 ‘흥’ 차대로·김현구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우리가 생선회나 고기를 먹을 때 곁들이는 물고추냉이(일명 와사비)는
일본에서 매운맛을 즐기기 위해 흔히 먹는 식재료다. 물고추냉이는 춥고 물이 흐르는 곳에서 자란다.
국내에서는 사실 물고추냉이를 키우는 여건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주로 물고추냉이의 잎 정도만 키워 섭취하거나 물고추냉이 향을 입힌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농법으로 물고추냉이를 재배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강원도 청년 강소농으로 선정된 농업법인 ‘흥’이다. 차대로, 김현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귀농의 꿈을 안고
강원도에 정착하다

차대로·김현구 대표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에 위치한 물고추냉이 농장 ‘흥’은 차대로, 김현구 대표가 지난 2018년 귀농하면서 세운 농업법인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각자 대기업 웹디자이너로, 마케팅 회사 대표로 일하던 두 사람은 귀농의 꿈을 안고 연고도 없던 강원도에 터를 잡았다.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던 두 사람이 택한 건 바로 농사였다.
“제 주위만 해도 40대에 직장을 그만두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지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차대로 대표도 마침 새로운 일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서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의기투합하게 된 거죠.”
마케팅 업계에서 일하던 차대로 대표는 제조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가 1차 산업인 농업이었다. 하지만 농사를 오래 지어온 농민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작물이어야 했다.
“오랜 기간 조사하고 고민하다가 물고추냉이를 찾았습니다. 물고추냉이는 달면서도 매콤한 맛이 셉니다. 하지만 재배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재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고추냉이는 10~13℃의 물이 흐르는 곳에서 뿌리를 돌로 누르고 차광을 시켜 재배한 후 근경이 굵어지면 수확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온이 낮고 용천수가 흐르는 지역이어야만 물고추냉이 재배를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지역을 찾기란 쉽지 않아 강원도 철원지역 4개 농가가 재배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차대로 대표는 먼저 물고추냉이 재배를 배우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하지만 너무 폐쇄적이었다. 농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물고추냉이 농장주는 입을 닫았다. 종자를 파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렇게 차대로 대표는 대만, 캐나다, 미국, 체코 등 다양한 나라를 찾아갔지만 잡상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노력 끝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토양재배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물재배는 일본에서만 가능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밭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신 물고추냉이의 맛이 무척 씁쓸합니다. 그래서 주로 약제로 사용하죠. 하지만 저희는 요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물고추냉이를 밭에서 재배하려는 목표가 있었기에 부단한 연구와 실험을 해야 했습니다.”
와사비
와사비

새로운 기술로
물고추냉이 토양재배 실현

물고추냉이 재배법을 배우고 모종을 우리나라에 들여온 차대로 대표와 김현구 대표는 강원도 평창, 그것도 고랭지 농촌마을에서 물고추냉이 재배실험에 들어갔다. 평창군의 낮은 연중 기온은 물고추냉이 재배에 가장 적합했다. 두 사람은 국내 최초로 밭에서 물고추냉이 근경을 생산할 목적으로 양액과 LED 등을 이용한 새로운 재배법을 시도했다.
“실험을 하면서 다양한 양액을 써봤는데, 양액이 정확하게 들어가지 않으면 분열이라고 해서 근경이 활짝 펴집니다. 하지만 양액이 제대로 들어가면 근경이 곧게 자라요. 또한 물고추냉이는 온도에 무척 예민하기 때문에 냉난방 설비를 갖추고 햇빛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LED를 통해 광합성을 해주고요. 적절한 양액과 온도, 광() 등을 맞추기 위해 물고추냉이 몇 만 수를 죽인 것 같아요.”
차대로·김현구 대표
차대로·김현구 대표
그렇게 수없이 실험재배를 반복하면서 물고추냉이 밭재배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모종은 미국에서 가져왔지만 우리나라 토양에서, 그리고 새로운 재배법을 통해 일본산과 같은 달고 매운 맛이 강한 물고추냉이를 재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받아 강원도 청년 강소농으로 선정되었고, 7억 원의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지원 받은 국비와 자부담 12억 원을 들여 1,983m2 규모의 3중 비닐하우스를 설치했습니다. 와사비 1만 주를 재배하고 있는데요. 강원도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전문위원이신 변학수 박사님의 조언과 도움으로 더욱 안정적인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이 지나면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물고추냉이는 근경이 든든하게 나온 상태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자라면 원하는 크기의 물고추냉이 근경을 수확할 수 있게 된다. 물고추냉이는 근경을 생산하기까지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고추냉이의 특성 때문에 농업법인 ‘흥’에서는 농가소득을 위해 딸기도 재배하고 있다. 같은 비닐하우스에서 아래에는 물고추냉이를, 위에는 딸기를 다단계로 동시에 재배해 인근 하나로마트 등에 납품하고 있다.
차대로·김현구 대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든 준비를 다 마친 후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도전하길

올해 물고추냉이 근경 수확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는 두 사람은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물고추냉이 근경에는 항암, 항노화 성분이 풍부하고 살균효과가 있기 때문에 화장품과 약제, 페이스마스크, 손소독제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활용이 가능하다.
“정부와 함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물고추냉이를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 송어축제나 더위축제와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물고추냉이에는 살균효과가 있어서 송어회와 함께 먹으면 좋거든요. 그리고 체험과 숙박이 가능한 관광농원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차대로 대표와 김현구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할 거라고 여겼던 물고추냉이 재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새로움’과 ‘도전’은 귀농한 젊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덕목 아닐까. 몇 해 전부터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만큼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다른 사람들의 말만 믿지 말고 자신만의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면서 조언을 구하는 건 좋지만, 들은 이야기들을 그대로 믿고 실행하면 큰 문제가 생깁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든 준비를 다 마친 후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딸기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은
다른 사람들의 말만 믿지 말고
자신만의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