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종닭, 우리맛닭
품질 향상을 위해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차재범 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전예영
닭과 오리는 많은 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섭취하는 단백질 공급원이다.
알을 얻기 위해 사육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고기 자체를 섭취하기 위한 사육의 비중이 적지 않다.
그런 만큼 각 나라의 종자 전쟁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가금류이기도 하다.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는 우리 토종닭 국산 종자를 개발하고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가금연구 국가기관이다.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차재범 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토종닭 개량,
우리 식문화에 맞는 종자 개발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차재범 연구사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는 두 개의 실로 구분되어 있다. 하나는 토종닭과 토종오리 종자를 개량·개발하는 가금종자개발실과 사료, 사육환경, 동물복지, ICT 등 닭·오리 생산시스템 전반을 연구하는 가금생산시스템실이다. 차재범 연구사는 가금종자개발실에서 토종닭 개량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닭고기의 경우 외국 종자회사에서 들여온 수입산 종계가 생산한 닭고기가 국내 전체 소비의 90%를 넘게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종닭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종자 다양성을 확보하고 해외 로열티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우리나라 식문화에 잘 어울리는 종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기를 삶아먹거나 푹 고아먹는 식문화가 있어요. 그런데 일반 육계는 1.5kg 무게에 도달하는데 30일 정도밖에 안 걸리지만, 토종닭은 2.2kg에 도달하는데 70~80일가량이 걸립니다. 자라는 속도가 2배가량 차이가 나요. 성장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고기가 부드러워지는데요. 그래서 육계는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치킨과 같은 음식에 적합하지만, 백숙처럼 오래 삶는 음식에서는 고기가 풀어져 버려 씹는 맛이 없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백숙, 삼계탕 같이 오래 삶는 우리나라 식문화에 최적화된 닭고기로서 토종닭을 육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금연구소에서 육종한 토종닭 실용계가 우리맛닭이다. 토종닭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 옛날부터 우리 고유의 품종으로 자리 잡았던 닭을 재래종 토종닭이라고 부른다. 재래종 토종닭은 맛은 있으나 성장이 느린 단점이 있었다. 이를 가금연구소가 보유한 다른 토종닭과 교배해서 맛을 유지하면서도 성장의 단점을 보완한 닭이 우리맛닭이다. 우리맛닭1호는 2008년에, 우리맛닭2호는 2010년에 나왔다. 우리맛닭1호는 상대적으로 성장은 느리지만 고기 맛이 더 좋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우리맛닭2호는 육질이 부드럽고 성장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우리맛닭이 나오기 전에도 토종닭 실용계가 있었어요. 한협3호라고 해서 국내 전체 토종닭 농가에서 사용했죠. 우리맛닭1호는 성장 속도가 한협보다는 늦었지만 고기 맛이 뛰어나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아직 우리맛닭의 소비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독자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종자 개량부터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노력까지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차재범 연구사
우리맛닭 개발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라면, 순계 종자 개량은 우리맛닭과 같은 실용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순계 종자에서 종계를 만들고 이 종계를 교배해 원하는 형질이 나타난 닭들인 실용계를 상품으로 판매하게 된다. 순계의 개량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종계나 실용계들의 능력이 향상된다. 따라서 순계는 육종에 있어서 기본이 되기 때문에 모든 육종기업과 국가기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가금연구소에서도 총 12계통의 토종닭 순계 유전자원을 엄격하게 유지하면서도 개량을 통해 한층 생산성 높은 종계와 실용계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종계와 실용계의 목적에 따라 두 가지 방향으로 순계를 개량하고 있습니다. 종계는 실용계 병아리 생산을 위한 많은 수의 종란을 목표로 합니다. 실용계는 같은 주령에 많은 고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죠. 가금연구소에서는 현재 토종닭 순계의 산란수와 증체량 개선을 통해 우리맛닭 종계와 실용계의 생산성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토종닭의 맛을 개량하기 위해 아미노산을 비롯한 핵산분해물질 등 맛과 관련된 육질형질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량한 토종닭이 더 많이 소비되어야 생산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백숙과 삼계탕 시장이 있기 때문에 토종닭이 살아남았지만, 토종닭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백숙 이외의 다양한 토종닭 식문화를 개발해야 한다. 이에 가금연구소는 토종닭 소비 촉진을 위한 마케팅 과제를 수행하고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토종닭 소비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조리법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비 형태를 만들어내고 여기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이다.
“사실 현재도 개발되어 있는 토종닭 제품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마케팅 부재 등으로 토종닭 소비 촉진을 위한 노력이 소비자에게까지 닿지 않았죠. 토종닭 소비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광양의 지곡산장이라는 음식점에서 처음 토종닭 구이를 먹어봤는데요. 처음으로 닭고기의 맛과 향을 느꼈습니다. 젊은 층들도 충분히 좋아할 맛이었죠. 그러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소비자들은 토종닭을 백숙 이외의 다른 조리형태로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토종닭 음식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급해 토종닭 요리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토종닭을 먹을 기회가 많아져야 소비도 가능해지니까요.”

우리맛오리·산란용 토종닭
육종 연구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차재범 연구사
육용오리 종자의 80% 이상을 외국 대형 육종회사가 독점한 상황에서 토종 실용오리를 개발한 것도 가금연구소의 성과다. 과거 농가에서 토종오리 종자를 보유했지만, 종자 보존의 경험 부족과 모집단이 작아 발생한 근친의 부작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토종오리 종자를 가금연구소로 가져와 개발한 것이 우리맛오리이다. 현재 우리맛오리는 토종종오리 농장을 통해 공급되고 있으며, 국내 토종오리 시장의 유일한 종자로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가금연구소에서는 산란용 토종닭 개발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산란수와 달걀 품질 개선을 목표로 순계를 개량하고 교배조합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기존 유정란 및 기능성 달걀과 같은 프리미엄 달걀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농가에서 가져온 토종오리 종자를 나누어 2개 계통을 조성한 후 가계별 윤환교배를 통해 근친 문제를 해결하고, 외모 균일화·능력 개량을 통해 만든 것이 우리맛오리입니다. 산란용 토종닭은 달걀을 많이 낳으면서도 무겁고 껍질이 단단한 알을 생산하도록 개량하여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처럼 가금연구소는 우리 가금 유전자원의 개량과 가금산업 활성화 연구를 통해 종자 독립국의 기반을 쌓고자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2013년 농협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10년간(’03~’13) 사골 가격이 약 90% 하락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산업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소비형태가 다양해야 하는데 사골의 단순한 소비 형태가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야 우리 유전자원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품질 좋은 토종닭, 토종오리를 개량·개발하고 소비 형태를 다양화하여 소비자들이 자주 찾으실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버섯 연구

품질 좋은 토종닭, 토종오리를
개량·개발하고 소비 형태를 다양화하여
소비자들이 자주 찾으실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