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기회의 사과’
자라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이동혁 소장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사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 중 하나다.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며 연구하고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특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는 사과 품종과 재배에 대해 연구해오며 농가 소득 향상과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해왔다.
우리 사과 산업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의 이동혁 소장을 만나보았다.

환경은 지키고 노동력은 줄이는
사과연구소의 결실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이동혁 소장
사과연구소는 총 세 개의 전문연구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품종개발연구실은 시장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의 개발·보급을 담당하고 있다. 친환경생산자동화연구실은 친환경적인 병해충 방제와 스마트 생산체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과 열매의 생리작용을 규명하고 현장에서 사과를 재배할 때 겪는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유전생육정보연구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세 개의 전문연구실은 1991년 경북 군위에 연구소가 설립된 이래 품종 개량과 방제기술, 재배기술 개발 등을 꾸준히 지속하며 사과연구소의 발전을 이루어왔다.
“사과연구소의 대표적인 성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새로운 품종을 육성·보급한 것, 한국형 밀식재배기술 개발, 병해충 친환경 방제기술 개발이 그 성과입니다. 사과연구소에서 육성한 품종이 37품종에 달하는데, 그중 29품종이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과 농사에 있어서 1년에 약 1,040억을 아낄 수 있는 방제기술도 개발되었습니다. 방제 횟수를 연 16.5회에서 10~12회로 줄이면서도 병해충 피해를 막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농약 비용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형 밀식재배 방식은 현재 사과재배 면적의 약 52%가량 보급되었는데, 관리 시간을 절감시키면서도 양질의 과일이 나오는 비율을 높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과연구소가 노동력은 줄이면서도 상품의 과일을 생산하는데 집중하는 데에는 농촌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노동력을 빈번하게 투입하기에는 사람이 적은 만큼 자동화 재배에 적합한 기술 개발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여기에 양질의 사과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맛이 좋고 각자의 생활패턴에 따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사과 상품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품종개발은 그 전과 많이 달라진 소비시장을 타깃으로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율이 많이 늘어난 지금은 크고 여러 명이 먹을 수 있는 사과는 오히려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트렌드에 따라 개발된 품종이 ‘피크닉’과 ‘황옥’이다. 중형 크기의 품종으로 맛과 저장성이 뛰어나고 고온기 재배가 쉬워 예천, 김천 등지에서 전문재배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탁구공 크기의 소과인 ‘루비에스’도 일본 품종에 비해 월등한 품질과 혼자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컵과일, 어린이 급식용, 관광농원 등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과
사과

사과 신품종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
미래에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이동혁 소장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사과 품종은 1890년대 일본 나가노 사과시험장에서 선발된 ‘후지’가 36.8%, ‘후지’의 변이 품종이 36.7%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의 좋은 품종이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게 만든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사과 품종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오랜 기간 사랑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좋은 품종이 가지는 가치는 매우 큽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우리 품종을 소개하고 즐기도록 할 수 있습니다. 사과연구소 건물 벽면에는 ‘인류 역사를 바꾼 네 개의 사과’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창조’의 사과, 빌헬름텔의 ‘자유’의 사과, 뉴턴의 ‘과학’의 사과, 그리고 우리나라 사과 재배 농업인의 ‘기회’의 사과입니다. 같은 사과를 재배하더라도 더욱 다양하고 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사과연구소와 농업인들이 함께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우리 사과 품종은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감홍’은 재배가 까다로운 부분이 있지만 맛이 좋은 사과로 알려지면서 문경과 포항 등지에서 특산품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리수’는 추석용 신품종으로 식감과 병해 저항성이 좋아 묘목을 심는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루비에스’, ‘피크닉’ 등과 같은 중소과 사과 품종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현장에서 묘목을 보급하는 단계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7년에서 10년까지도 걸려요. 아직 농업인들이 우리 품종을 재배하기엔 헤쳐 나가야 할 난관과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우리 품종을 재배하고 소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꼭 필요한 일입니다.”
사과연구소는 품질이 뛰어난 사과 품종을 개발하는 일과 함께 이상기후에 대비한 품종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이상고온 현상은 기존에 비해 7배 정도 늘었다. 특히 2018년은 사과를 재배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피해가 컸던 해라고 기억할 정도다. 사과꽃이 필 무렵인 4월 초순에 영하 8도의 한파가 찾아와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꽃봉오리가 90% 이상 얼어 죽은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름의 사우나 같은 더위와 가뭄은 제대로 된 과실을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었고 살아남은 열매들은 우박과 태풍으로 다시 한 번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기후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 병해충 발생 양상도 사과 품종 연구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사과를 지을 때 병해충은 약 12종이었지만 지금은 탄저병이나 노린재 같은 병해충 등 총 18개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던 꽃매미충이나 미국선녀벌레, 총채벌레 등이 들어와 여러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기도 하고요. 결국 기후가 변화하면 그와 연결된 다양한 요소가 사과에 총체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재배 기술, 그리고 농가의 일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스마트 사과원 개발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과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농업인 분들도 함께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과수화상병 박멸을 위한 최선의 수단은 예방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공적방제 매뉴얼을 지켜서 예방을 꼭 하셨으면 합니다.”

건강에도 좋은 믿고 먹는 사과,
신선하게 즐기기

사과연구소
현재 우리나라 사과의 소비량은 2019년 기준 10.3kg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 수출되는 것도 2644t, 636만 달러를 기록했다. 대만과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지로 수출되고 있는데 특히 베트남은 한류 열풍으로 인해 사과 수출량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과 산업 경쟁력은 주요 사과 생산국 33개국 중 8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재배품종 구성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지요. 뛰어난 맛과 식감을 가진 우리 사과는 앞으로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해서 귀하다고 여겨지는 과일은 아니지만,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과일이 바로 사과입니다.”
사과가 인류와 친숙한 과일이니 만큼 효능에 대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으로도 몸에 좋은 과일이라고 여겨져 왔고 현재도 동맥경화와 고혈압, 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보통 사과를 ‘아침에 먹으면 금, 점심에는 은, 저녁에는 동’ 이라는 말로 많이 표현합니다. 하지만 하루의 때를 가리지 않고 사과를 섭취하는 것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제철에 나온 사과를 물에 씻어 껍질째 바로 먹는 것이 몸에도 좋습니다.”
사과를 껍질째 먹으면 기능성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또한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농약잔류 분석을 하는 만큼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기만 하면 잔류농약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사과 크기가 큰 품종은 혼자서 먹기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과연구소에서 개발한 탁구공보다 조금 큰 사과, 루비에스 품종이 어린이들의 급식판에 한 알씩 올라가기를 소망해요. 입맛 없는 아침 식탁 위에도 루비에스가 올라가서 가족들이 모두 부담 없이 한 알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사과가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과일로 남기 위해서 사과연구소의 일원들은 오늘도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침 가을은 다양한 사과 품종이 출하되는 사과의 제철이기도 하다. 아삭하고 상큼한 사과를 하루 한 알 섭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가을의 맛을 듬뿍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강삼석 소장

1991년 경북 군위에 연구소가 설립된 이래
품종 개량과 방제기술, 재배기술 개발 등을
꾸준히 지속하며 사과연구소의
발전을 이루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