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종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난축맛돈

양성룡 대표는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난축맛돈 전문가다. 현재 난축맛돈을 출하하는 농장도 삼호농장 한 곳인 데다, 회원 농가를 늘리는 데에도 그의 노력이 적지 않게 들어갔다. 농진청에서 근무하며 약 10년간 양돈 종돈 업무를 했던 경험도 삼호농장을 운영하는 데 한 몫했다. 어릴 적부터 축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퇴직을 하면서 돼지농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축산을 하고 싶어서 축산 관련 대학에 갔어요. 직장을 퇴직하고 농장을 할 때도 처음부터 난축맛돈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지요. 그런데 당시에는 난축맛돈을 바로 사육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었어요. 일반돼지를 키우다가 여건이 갖춰졌을 때 난축맛돈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일반돼지를 키우면서 양돈에 손이 익었지만, 난축맛돈은 난축맛돈만의 어려움이 있었다. 종돈 자체가 한정되어 있어 인공수정에 필요한 정액도 자체 생산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제주도 재래돼지를 기반으로 품종 개량을 했기 때문에 어미돼지에서 나는 새끼돼지의 마릿수도 일반돼지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난축맛돈의 마릿수를 늘리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시장에서 프리미엄, 웰빙 상품을 요구하는 만큼 농장에서 사육할 때도 다양한 환경 개선이 필요했다. 항생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봉침, 비타민제를 이용해 돼지 자체의 자연 면역력을 키워준 것도 그중 하나다. 특히 시장에 출하하기 전 단계인 육성단계에서는 아예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돼지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자연 면역력을 해치지 않는 온도제어 기술도 개발했다.

”막 태어났을 때의 돼지와 젖을 떼고 난 뒤의 돼지에게 적정한 온도가 달라요. 어미돼지와 새끼돼지에게 필요한 온도도 다르고요. 어릴수록 따듯한 온도에서 키워주다가 성돈이 될수록 시원한 온도에서 키워줘야 해요. 특히 새끼돼지가 어미젖을 먹을 때의 온도관리가 까다로워요. 난방 자체는 새끼돼지에게 필요한 만큼 따뜻하게 하면서도 지하 공동의 시원한 공기를 파이프로 실어와 어미돼지에게만 쏘아주는 방식으로 세심하게 냉난방을 관리하고 있지요.”

제주도 재래종 흑돼지의 맛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 가면 한번은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흑돼지 전문 식당도 꾸준히 성업 중이다. 그러나 생산자 입장에서 흑돼지는 키우기 까다로운 종류다. 병의 저항성은 강한 편이지만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배에 나오는 새끼돼지의 수가 약 7마리 정도라 일반돼지에 비해 번식력이 떨어지고, 100kg까지 나가게 키우는 데에도 꼬박 1년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난축맛돈은 일반돼지에 비해서도 육질과 맛이 좋고, 재래종 흑돼지에 비해 경제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난축맛돈은 일반돼지에 비해서 새끼돼지 수가 적게 나오는 편이지만, 흑돼지와 비교했을 때는 2마리가 더 태어나요. 또한 같은 무게로 키우는 데 드는 기간도 일반 흑돼지는 210일 정도 걸리는데, 난축맛돈은 180일 정도가 걸려요. 한 달 정도가 빠르니 사육농가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매우 유리하죠. 성체가 된 뒤에는 사료 급여량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배설물도 늘어나니 분료 처리비용도 더 들거든요. 그런 점에서 한 달이라도 빨리 키울 수 있다는 건 경제적으로도 크게 유리하죠.”

경제성과 함께 유통체계가 단순한 것도 장점이다. 현재 난축맛돈은 제주드림포크에서 100% 유통하고 있다. 난축맛돈을 취급하는 식당도 100% 난축맛돈만 사용하거나, 난축맛돈과 재래종 흑돼지만 판매하는 등 일반 돼지고기를 다루는 식당과는 차별화된 노선을 걷고 있다. 또한 난축맛돈을 키워서 출하하는 농장이 현재는 삼호농장밖에 없지만, 3번째 농장까지 종돈들이 분양된 상태라 난축맛돈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처음 농장을 시작할 때 대기업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대기업과 유통 계약을 맺으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통하는 것이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고민하던 중 제주드림포크에서 연락이 왔어요. 난축맛돈을 제품화해서 투명하게 유통할 수 있는 업체라는 믿음이 가서 협업을 결정했지요.”

현재 삼호농장의 난축맛돈 출하두수는 연간 2,800두 정도다. 여기에 난축맛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육하려는 농장들 중 2곳에 종돈을 분양한 만큼 내년부터는 출하두수가 보다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는 난축맛돈의 인기로 인해 소비자들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확대하는 것만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양성룡 대표가 올해 난축맛돈 연구회를 설립했을 때 농가, 난지축산연구소, 수의사, 육가공업체, 셰프 등 다양한 사람들을 참여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난지축산연구소에서는 재래종 돼지의 육질을 기준으로 육질 향상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다.

“난축맛돈을 처음 사육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저 혼자서 시작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난지축산연구소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외로운 싸움이라고 느낄 때도 많았거든요. 돌이켜보면 난축맛돈이 우리 종돈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난축맛돈 전용 농장 2호, 3호가 곧 생겨나는 만큼 ‘난축맛돈 인증농장’이라는 국가 인증을 받는 것이 그의 희망 중 하나다. 난축맛돈이 삼호농장에서만 사육되고, 제주드림포크를 통해서만 출하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난축맛돈 사용권이 도용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증제를 통해 도용을 막으면서도 생산 농가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선 인증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양성룡 대표의 설명이다.

“사육농가 입장에서는 우리가 인증 받은 난축맛돈을 생산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중요하거든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뢰를 할 수 있고요. 한 번은 청주에서 난축맛돈이 사육되는 걸 보고 싶다며 찾아왔는데, 아무런 인증마크가 없으니 정말 난축맛돈을 사육하는 게 맞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난축맛돈 인증제도가 도입된다면 사육농가나 식당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난축맛돈 활성화에 전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성룡 대표는 전지, 후지 등 전통적인 비선호 부위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 육가공에 대해서도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난축맛돈의 전 부위가 구이로 가능한 품종으로 개발되었지만 육질이 좋은 만큼 소비 가능한 다른 방식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하몽 같은 숙성 육제품도 시도해보고 싶다는 양성룡 대표의 열정은 난축맛돈을 대중화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