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편의성을
두루 갖춘 최첨단 기술,
디지털농업 연구·개발

글 ㅣ 김주희 자료 ㅣ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스마트팜개발과
아부다비와 두바이 사이를 잇는 사막에서도, 설풍이 부는 남극 세종기지에서도 신선한 채소를 키워낼 수 있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바로 스마트팜 농업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까지 7,000ha 규모로 스마트팜을 확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팜이 성공적으로 우리 농가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현장밀착형 스마트팜 개발이 꼭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 주도적으로 한국형 스마트팜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농업,
농업의 새로운 솔루션이 되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농업은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통적인 농업으로는 생산량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각국에서 식량 안보를 추구하면서 주요 농산물 수출을 제한할 경우, 식량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디지털농업에 눈을 돌리게 되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척박하고 수자원이 부족한 나라의 경우 디지털농업을 도입하면 식량의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인 예다. 건조한 날씨와 부족한 수자원으로 농업에 불리한 환경이지만, ‘적은 비용, 더 많은 생산’을 목표로 농업기술 시스템을 개발했다. 식량 생산 효율성도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약 4배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고, 디지털농업의 스마트팜 기술 수출을 통해 4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창출한 것도 특징이다.
CO2 센서
네덜란드도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지만 자연적인 환경은 농업 친화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40% 수준이고, 그중 1/3은 간척지라 비옥한 땅은 아니다. 여기에 농촌의 노동 인구가 적고 인건비는 높아 대규모 경작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를 만회한 것이 디지털농업이다. 다양한 과학기술을 접목하면서 농산물 생산의 효율성을 높였다. 3.3m2에서 양송이 800kg이 생산되고 토마토 주산지인 스페인을 따돌리고 세계 1위 토마토 생산국으로 도약한 것이 그 예다. 세계 디지털농업을 주도하는 기업들도 여럿 배출했다. 온실 환경제어시스템회사로 인지도가 높은 Priva, 한국의 파프리카 온실에 보급되기도 한 Hortimax 등 쟁쟁한 회사들이 네덜란드 출신이다.
이러한 선도국가들의 특징은 대규모 농가, 식물공장, 기업형 영농의 형태로 디지털농업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농업의 사이즈도 대형이라 소농들이 도입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소농들이 기반이 되는 한국의 농업환경에서 디지털농업의 도입이 늦어진 이유다. 규모가 작아 기계화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농업인구가 고령화되는 추세에서 농민들의 노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 디지털농업, 즉 한국형 스마트팜이다. 비닐하우스 1동에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면서도 농축산물의 생육환경을 최적 상태로 관리하는 것이 당면과제였다. 2016년 1세대 한국형 스마트팜이 개발되면서 기본형과 선택형으로 스마트팜 모델을 개발하며 소농들도 스마트팜을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한국형 스마트팜의 청출어람,
1세대와 2세대의 차이점

현재 한국형 스마트팜은 2016년 1세대, 2020년 2세대가 출시되며 농업인들에게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1세대 스마트팜은 환기, 보온, 영상감시, 정전 시 통보 등의 기본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기에 선택형이 3가지 마련되어 자동 관수, 난방, 안전기능을 부가적으로 설치하는 방식이었다. 경험 많은 농업인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현장에 없어도 농장을 돌볼 수 있도록 편의성이 강조된 형태다. 다만 농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 그리고 스마트팜에 대한 지식이 없어 정보 해석이 어려운 사람들은 그 편리함을 실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되었다.
고령화로 농사 지식이 단절되기 쉬운 상황을 대비해 개발된 것이 2세대 스마트팜이다. 2세대 스마트팜의 가장 큰 특징은 작물의 상태를 구별하는 센싱 기술과 이 데이터를 구축해나가는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토양과 작물의 생육 상태를 판단해 비료 투입이 필요하다고 알려주거나, 병해충의 피해를 보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어떤 병인지 진단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현재 개발된 것은 토마토 생육 정보 측정시스템이다. 꽃과 열매 같은 생육 정보 인지는 정확도가 90%에 이르고 생장점 길이와 줄기, 굵기 등을 측정하는 정확도는 97%에 이른다.
토마토 병해 5종을 진단하는 웹 UI도 개발되어 현장 실증 단계에 접어들었다. 딸기, 파프리카 등으로 진단작목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2세대 스마트팜의 강점은 농업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도 인공지능이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생산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보들을 해석해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만큼 비용 대비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노지 디지털농업 구축?
로봇이 거든다

스마트농기계
현재 디지털농업이라고 하면 유리 온실, 비닐하우스, 식물공장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한국의 농경지에서 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이른다. 노지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농업 ICT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농작물 재배 환경이 기후에 따라 변화무쌍해지는 만큼 이를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분석해 대응할 수 있는 정밀 농업 솔루션이 필요하다. 시설농업에 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디지털농업의 강점은 현장에 사람이 없어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지에서도 사람 없이 작물관리를 할 수 있는 디지털농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로봇 농기계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노지 활용 스마트 농기계들이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미국 존디어의 로봇 콤바인, 일본 쿠보타의 트랙터와 이앙기 등이 자율주행, 지능형 농작업 등의 기능을 갖춘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 2020년 10월에는 국립농업과학원과 대동공업(주), LS엠트론(주), 동양물산기업(주), 국제종합기계(주) 등이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국산 스마트 농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친환경 농업에서도 디지털농업 구축 기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2015년부터 다양한 기계가 생산되기도 했다. 2015년에 나온 친환경 벼농사 제초로봇이 그 시작점이다. 자율주행과 수동운전 모두 가능하고, 잡초제거율이 80% 수준에 달한다. 특히 1시간 동안 10a의 잡초 제거를 할 수 있어 사람이 잡초를 제거하는 것에 비해 16배 능률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병충해 방제작업에서도 스마트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8년 개발된 전주기 무인 농작업 과원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방제가 필요한 나무가 있는지 측정해 효율적으로 방제를 할 수 있는 스마트 로봇이 나온 것이다. 기존에 인력이나 자동기계로 진행하던 방제 방식에 비해 농약과 노동력을 아껴 생산비를 줄이는 데에도 일조하는 양상을 보였다.
노지 디지털농업을 구축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영상 기반 무인 농작업을 위한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을 비롯해 각자 다른 기종 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 연구, 인공지능 기술 적용 등 연구해야 할 분야도 산더미다. 특히 노지 농업은 노면이 비정형인 데다 비가 오면 땅 상태가 연약지반으로 변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동작하는 로봇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디지털농업,
협업을 바탕으로 통합 제어와 에너지 절감을 노린다

디지털농업이 확산되면서 새롭게 제기된 것이 부품 표준화의 필요성이다. 각 업체별로 디지털농업의 스마트팜 기자재의 핵심 부품이 다르기 때문에 새롭게 디지털농업을 확장하거나 유지보수를 하는 등의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고 한국형 스마트팜의 원활한 수출 관리를 위해 산업체, 협회, 학계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스마트팜 ICT 융합 산업화 포럼을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함께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포럼에서 제기된 기술 조율의 결과로 2015년부터는 시설 온실에 사용되는 ICT 장비류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단체표준으로 등록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단체표준을 국가표준으로 고도화하는 연구가 진행된 것도 특기할만한 점이다. 2018년 12월 스마트팜 ICT 기자재 국가표준이 제정되면서 국내 스마트팜이 국가 표준을 적용할 수 있게끔 지원사업도 2020년부터 진행 중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디지털농업이 지향하는 목표다. 관행 농법에 비해 물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제초제와 같은 화학 약품을 최소화함으로써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 작물에 대한 생장 시기를 기반으로 구체화된 빅데이터 솔루션이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농축산업과의 협업도 필수다. 네덜란드의 Warm CO2 프로젝트에서는 인공 비료 생산 공장에서 부가로 발생되는 열과 이산화탄소를 주변 온실로 분배하는 난방사업을 통해 화석연료 사용을 90%까지 줄였다.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발전한 디지털농업도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경제적이고 다음 세대를 넘어서까지 지속할 수 있는 농업의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디지털농업
디지털농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