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재미, 펀펀한 체험
농촌 여행 사용설명서

- 전라남도 편

글 ㅣ 김그린사진 ㅣ 농촌진흥청 웰촌·순천고인돌공원
한국에는 ‘남도’라는 이름이 붙은 행정지역이 세 군데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은 전라남도다.
산과 강, 평야가 고루 갖춰져 있어 농촌마을도 제각기 다른 특성을 자랑하는 전라남도는 각 마을마다 체험할 수 있는 내용도 다양하다.
여기에 길목마다 다채로운 맛을 자랑하는 향토음식을 접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
햇살이 따사로운 4월, 산으로 들로 나가 옛 방식대로 해보는 체험은 기계문명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신선한 감흥을 안겨다 줄 것이다.

기찻길 옆 자그마한 농촌마을,
‘곡성 가정마을’

곡성 가정마을
곡성 가정마을로 가는 길에는 기찻길의 설렘이 가득하다. 증기기관차, 레일바이크 등 철도를 테마로 한 어트랙션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km가량 달리는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약 30~40분간을 햇볕이 반짝이는 강변을 쭉 따라서 달리는 맛이 있다. 돌아올 때는 셔틀버스를 타기 때문에 다소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도 부담이 없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길이 많기로 유명한 곡성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강 건너편을 이어주는 출렁다리를 통통 밟으며 마을 초입으로 들어서면 오래 전 집성촌으로 시작했다는 고즈넉한 마을이 보인다. 가지 가()를 이름으로 쓰는 마을답게 나무들이 포근하게 안아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벚꽃과 철쭉이 맞아주고 가을철에는 단풍이 옷을 입혀주는 것은 지금도 옛날과 크게 변함이 없다.
가정마을에서 할 수 있는 체험도 나무 덕분에 사시사철 달라진다. 그중 사계절 내내 할 수 있는 체험이 있다면 두부 만들기와 인절미 만들기, 콩비지 도넛 만들기 체험이다. 단체로 체험하는 경우에는 약 40명 기준으로 진행되지만 두부 만들기나 인절미 만들기는 8만 원가량의 체험비를 내면 소규모 체험도 가능하다.
반면 봄부터 가을까지는 시기에 따라 할 수 있는 체험이 달라진다. 봄에는 배꽃 따기와 매실 수확체험, 여름에는 다슬기 잡기와 시원하게 펼쳐진 섬진강에서 래프팅을 할 수 있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는 마을을 겹겹이 감싸고 있는 나무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알밤 줍기, 감 따기와 같은 1차적인 수확 체험도 있지만 밤으로 달콤한 잼 만들기, 겨우내 쟁여두고 먹을 수 있는 곶감 만들기처럼 평소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우리 농산물 가공체험도 함께 해볼 수 있다.
주소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682-1
문의 | 061-363-1637
홈페이지 | http://www.gjvill.co.kr
주변여행지
따듯한 날 쏟아지는 별 아래에서 잠을 청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가정마을은 매력적인 목적지다. 섬진강변 근처에 마련되어 있는 청소년 야영장은 일차적으로는 청소년들에게 개방되지만 가족 단위 일반인도 사용 가능하다. 여기에 잘 조성된 섬진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시원해지곤 한다. 야영장 바로 옆에는 곡성 섬진강천문대가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밤하늘 속 이야기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곡성 가정마을
곡성 가정마을

토종의 맛을 접하는
또 다른 농촌체험,
‘순천 용오름마을’

순천 용오름마을
산과 물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곳에는 심심치 않게 용과 관련된 지명이 붙어온다. 용오름마을도 마찬가지다. 본래 용이 누워있는 듯한 자세라 하여 운와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풍수를 다시 따져보니 용이 구름을 안고 하늘로 날아갈 자세라 하여 운룡리, 즉 용오름이라는 이름으로 이 일대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암 IC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 근방에 모후지맥이 갈라져 나와 산촌과 농촌의 성격을 모두 갖춘 정취 있는 마을이다.
용오름마을은 농촌체험 마을답게 각종 수확체험이나 요리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양봉을 이용한 체험활동이다. 마을에서 대규모로 토종벌을 치기 때문에 특산물에도 벌꿀고추장이 있을 정도이다. 가까이에서 토종벌을 관찰하고 벌들이 벌집을 만들면서 남겨놓은 밀랍을 이용해 밀랍초를 만드는 것은 용오름마을만의 특색 있는 체험이다. 한편 술을 즐기는 어른들이라면 눈이 반짝할 만한 체험도 있다. 바로 아황주 담그기 체험이다. 고려시대 왕실로부터 전해진 술로, 까마귀의 검정색조차 술에 비추면 노랗게 보일 정도로 술의 빛깔이 노랗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여러 체험활동을 갖추고 있지만 밀랍초 만들기나 손두부 만들기, 전통술 담그기 등의 체험은 최소 인원 제한이 있다. 손두부 만들기는 20여 명부터 가능하지만, 다른 만들기 체험은 10명부터 체험 가능하니 비수기에는 다른 사람들을 모아 농촌에서의 하룻밤 휴가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당일형 체험은 5시간에서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반면 숙박형은 점심때부터 시작해 그 다음날 오전까지 이어지는 일정으로 별을 관찰하고 캠프파이어를 하는 등의 1박 캠프로 진행된다. 이 경우에는 단체MT를 진행할 수 있는 용오름 체험관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이 하는 민박집 등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
주소 | 전남 순천시 주암면 운룡1길 120
문의 | 010-6483-1223 (대표 강순구)
홈페이지 | https://oreum1004.modoo.at
주변여행지
용오름마을이 위치한 순천은 그 자체로도 돌아볼만한 명소가 많은 관광도시 중 한 곳이다. 정원박람회로 인해 한층 유명해진 순천만 일대는 습지 생태계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는 좋은 예다. 또한 낙안민속촌에서는 그 옛날 낙안읍성에서 서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복원해 짤막하게나마 시간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해놨다. 특히 이 곳은 안동 하회마을, 경주시 양동마을과 함께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면서도 전통적인 촌락 형태가 잘 남아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순천 용오름마을
순천 용오름마을

수수께끼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곳,
‘화순 모산고인돌마을’

화순 모산고인돌마을
산에 띠풀이 많아 띠메라고 불리던 곳. 그곳이 한자어로 이름을 바꾸면서 지금의 모산마을이 되었다. 그 옛날에도 살기 좋았던 장소였을까, 모산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유적들을 대거 볼 수 있는 장소다. 계곡을 따라 약 10km에 걸쳐 펼쳐진 유적지는 고창이나 강화보다도 규모가 큰데, 인위적으로 조성된 세계 최대 무게를 자랑하는 핑매바위도 바로 이 모산에 있다.
옛날 사람들이 보기에도 커다란 바위가 떡하니 박혀있는 것이 신기했을까, 유독 이 핑매바위에는 마고할미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운주사 천불천탑을 쌓기 위해 모두 울력을 나선다는 소리를 듣고 마고할미도 커다란 돌을 들고 길을 나섰는데, 운주에 도착하기 바로 전 공사가 끝났다는 소리를 듣고 바위를 그 자리에 떨어트려버린 게 핑매바위라는 이야기다. 헌데 이 핑매바위는 조금 다른 의미로도 인기가 많다. 왼손으로 돌을 던져 그 구멍에 돌이 들어가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이 전해져 오는데 그 말에 도전한 사람이 적지 않은지 바위 위에 돌멩이들이 놓여있는 것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보검재에 걸쳐 조성된 고인돌을 걸으며 보는 것보다 조금 더 활동적인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순천고인돌공원을 찾는 것도 좋겠다. 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사람들은 어떻게 도구를 만들고 살았는지, 농경문화는 어떻게 이루었는지 추정해 볼 수 있는 여러 체험이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주소 |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 산 301
문의 | 061-374-1642
홈페이지 | http://www.dolmen.or.kr (화순고인돌유적지)
주변여행지
국내여행을 생각할 때 모든 사람들이 화순을 바로 떠올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화순은 고인돌과 더불어 수수께끼가 숨어있는 운주사의 천불천탑이나 삼국지의 적벽만큼 절경을 자랑한다 하여 이름이 붙은 화순적벽 등 역사적으로나 자연적으로나 흥미로운 장소들이 가득하다. 비록 세월의 풍파로 인해 운주사의 불탑은 21기, 석불은 93구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투박하게 새겨진 조각들은 그 당시 서민들의 염원이 무엇이었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또한 화순적벽은 화순군에서 운영하는 버스투어로 둘러볼 수 있는데, 방랑자 김삿갓조차도 발길을 멈추게 만든 장소로 천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화순 모산고인돌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