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 품종의 다양화로 365일이 성수기

사계절농장 강의준 대표

글 ㅣ 김동연사진 ㅣ 황성규
‘남이 장에 가니 거름지고 나선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걸 하면 좋다더라,
저걸 하면 많이 번다더라 하는 남의 말만 듣고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를 보고 하는 말이다.
농사를 지을 때에도 이 속담의 뜻을 잘 새겨야 한다.
남들이 다하는 농작물이라고 해서 그대로 따라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여기 남다르게 품종을 선택하고 과감하게 수확 시기를 바꿔서 남들과는 다른 수익을 올리는 청년 농부가 있다.
충남 태안의 사계절농장 강의준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강대표를 만나 화훼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들어보자.

이른 나이에 선택한
농부의 길

사계절농장 강의준 대표
사계절농장 강의준 대표는 요즘에 보기 드문 젊은 영농후계자이다. 부모님 대부터 태안에서 쌀농사와 축산업 그리고 화훼농업을 해왔다. 1980년대부터 화훼농업을 시작한 그의 부모님은 그 지역 작목반에서 선구자로 정평이 날 정도로 농사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셨다. 어릴 때부터 농사짓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왔던 터라 강의준 대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농부로 직업을 바꾸는 데 큰 부담이 없었다. 친구들이 그의 선택을 보고 의아해했을 때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에 내려온 지 10년 됐네요. 지금 나이는 서른일곱, 어려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광고대행사에 2년 다녔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시다보니 자주 편찮으셨어요. 그래서 생각했던 시기보다 좀 일찍 내려왔죠. 그때 제 친구들이 대학교 졸업하고 막 회사생활을 시작할 때였어요.”
스물일곱 살 청년이 고향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자 농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부모님 때보다 쌀농사와 화훼의 규모를 키우고 수익을 증가시켰다. 한 가지 품종에 주력하지 않고 수확 시기가 다른 다양한 화훼 품종들을 재배해서 일 년 내내 꽃을 수확한 것이다. 현재 사계절농장은 화훼규모 6,000평, 수도작 25,000평에 연매출은 4억 원이다. 또래의 직장인과 비교할 수 없는 연간 수익이다.

다품종 재배로
실패의 위험성을 줄이다

그런데 화훼농사가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농가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사계절농장도 피할 수 없었다. 한때 장미 붐이 일어 농가에서 너도나도 장미를 재배한 적이 있다. 강의준 대표의 농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재배할수록 타산이 맞지 않았다.
"화훼재배 방향을 바꿔야 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원래 사계절농장은 장미꽃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농장이었습니다. 장미꽃 한 품종을 잘 키워 출하를 하다 보니 시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어요. 꽃 소비가 많은 졸업, 결혼, 행사 시즌에 맞춰 출하를 하는데 대다수의 화훼농가들도 같은 시기에 꽃을 출하하다보니 최상품이 아니면 꽃 가격도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다품종 재배입니다. 품종을 다양화해서 1년 365일 어느 때고 꽃이 출하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배 기술이 쉽고 관리하기 편한 품종을 선택해서 재배하기 시작했죠. 여러 품종의 꽃을 출하하면서 단일 품종을 재배할 때보다 위험성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가격도 안정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다른 농가들보다 타격을 적게 받은 것 같습니다.”
품종을 선택하기 전에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지만 늘 성공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품종을 선택하다보면 거기에 따르는 위험도 존재한다. 종묘회사의 테스트를 거친 품종이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고 잘 될 것 같아서 심었는데 가격이 맞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없애고 다른 품종으로 다시 시작한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이 과정은 계속될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재배 품종을 수없이 바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준 대표가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품종들이 있다. 수량이 많이 나오거나 한 번 심어놓고 2~3년 관리가 쉽거나 가격이 높은 품종이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꽃들이 스타티스와 카라, 옥시페탈륨이다. 수익이 가장 많이 나는 품종이기도 하다.
“스타티스는 9월에 심어요. 그러면 10월 말부터 그 다음해 6월까지 수확하는데 스타티스는 꽃을 잘라도 계속 나와요. 병충해도 적고 수량도 많이 나와서 쉽게 재배할 수 있죠. 카라는 고급 품종이에요. 다섯 송이에 2만 원입니다. 소매가 아니라 도매 가격이 그래요. 지금 시기에는 저희 농장에서밖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원래 강원도에서 많이 재배하는 꽃인데 저온성 꽃이라 강원도에서는 12월 초면 재배가 끝나요. 그 후에는 카라가 나오는 데가 별로 없어요. 만약 같은 시기에 심어서 같이 출하하면 2만 원대 가격이 5천 원밖에 안하는 거죠. 똑같은 사이즈의 상품이어도 말이죠. 저희는 그 시기를 비켜가는 겁니다.”
이렇게 강의준 대표가 고른 꽃들은 대부분 저온성 품종이라서 키울 때 온도를 많이 가하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겨울에 화훼 하우스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서 경유를 떼서 보일러를 가동시켰다. 천 평짜리 하우스 한 동의 한 달 난방비만 천만 원이 나왔다. 그런데 저온성 품목으로 바꾸고 나서는 전등으로 꽃에 열을 가한다. 한 달 전기세 300만 원으로 충분하다보니 난방비가 확 줄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도 절감하고 경영비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사계절농장 강의준 대표

여러 품종의
꽃을 출하하면서
단일 품종을 재배할 때보다
위험성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가격도 안정됐습니다

청년 농업인들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하다

강의준 대표는 이제 태안의 화훼 농업을 대표하는 농업인으로서 후진을 양성하고 새로운 기술을 농업에 접목시키는 노력에 힘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은 4-H 활동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4-H 활동은 농촌의 생활 향상과 기술 개량을 도모하고 청소년들을 고무하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다.
“농사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각 도·시·군 4-H 회원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고,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의 지도직 선생님들께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4-H 활동을 하면서 배운 부분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농촌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강의준 대표는 태안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태안군 벼 병충해 공동방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드론이나 무인헬기를 이용해서 논·밭작물에 농약살포를 대행하는 사업인데 그는 이 사업을 위해 3년 전 원이항공방제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태안에 있는 젊은 농업인 20여 명과 벼 병충해 공동방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젊은 인력들이 농사 소득 외에도 부수적인 소득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강의준 대표는 최근 화훼산업에 닥친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어 화훼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꽃들이 점점 많아지고 예전처럼 졸업시즌, 결혼시즌, 행사시즌들이 점점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꽃 소비가 줄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럴 때 정부에서 꽃을 생활화 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꽃을 즐기는 것이 아니고 어릴 때부터 꽃을 즐기는 문화가 생활화된다면 지금보다 화훼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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