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동하우스 스마트팜’으로
시설재배 농가에 여유를 선물하다

전남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김희열 과장

글 ㅣ 김희정사진 ㅣ 강태규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농사에 사람 손이 많이 가고, 밭에서 집으로 돌아온 잠깐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자주 들여다보는 것이 상책인 것을 에둘러 하는 말이다.
이는 하우스와 같은 시설농업에도 여전히 해당되는 말이다.
현지의 갑작스런 기상 변화에 맞춰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려니 그만큼 자주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전남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에서 진행하는 ‘단동하우스 보급형 스마트팜 시범사업’은
시설농가에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를 선물하고 있다.

소규모 하우스 농가를 위한
보급형 스마트팜

전남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김희열 과장
스마트팜은 시설재배를 하는 많은 농민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끌어내는 분야다. 본인이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거나 커튼을 쳐 작물들이 뜨거운 햇살을 피하게 해줄 수 있다. 원격 조작이 가능해 노동력을 덜 들이면서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스마트팜을 보급하는데 커다란 장애물이 있으니 바로 높은 비용과 복잡한 조작 방법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팜이 외국에서 기술을 들여온 만큼 대단위 시설하우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다가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잡할 정도로 기능이 다양하다. 또한 대단위 시설에 맞춰져있다 보니 소형화를 하려고 해도 단위당 투자하는 금액이 커 소규모 농가에게는 부담이 크다. 이러한 부분에 착안해 한 동짜리 하우스에도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단동하우스 보급형 스마트팜’이다.
“우리나라의 시설농가는 0.5ha 미만의 소규모 하우스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대규모 작목을 할 수 없다면, 소규모로 재배하더라도 농업의 단수를 높여서 고품질로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죠. ‘단동하우스 보급형 스마트팜’은 소형 하우스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설치하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술보급에 비해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은 농가의 만족도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만족도가 높은 부분은 일명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즉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기가 수월해졌다는 부분이다. 가족들끼리 모여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함께 외식이나 여행을 다니는 것도 가능해졌다는 점이 스마트팜 도입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농산물을 출하하러 경매에 나갈 때에도 하우스에 남아있는 작물이 걱정되어 빨리 팔고 돌아오기 바쁘던 예전과는 달리, 찬찬히 경매낙찰가를 보면서 거래할 수 있다. 경매에 참여하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작물을 정밀하게 관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팜 안의 온도나 습도 등의 정보는 설치 농가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앱에도 기록이 남지만, 전남농업기술원의 클라우드 저장소에도 차곡차곡 빅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전남농업기술원에서는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작목 재배법 등을 교육할 때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스마트팜
스마트팜

농가와 전남농업기술원의
동반 성장 도모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에는 3개 모델이 있다. 온도와 습도, 감우 등만 제어할 수 있는 단동 단순형, 토양수분과 하우스 내 CO₂ 비율을 감지하는 단동 복합형, 줄지어 있는 비닐하우스를 함께 관리하고 풍향, 풍속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단동 묶음형 모델이다. 현재 전남 지역에는 다양한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이 설치되고 있는데, 성공적인 안착에는 이상상황 발생 시 현장지원센터를 통해 바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컸다.
현장지원센터의 컨설팅은 각 시군별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단동하우스 스마트팜’ 설치 농가 현황이 각 시군 농업기술원으로 보내지면 평균적인 작목 환경에서 벗어난 스마트팜의 정보가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그러면 해당 담당자가 농가와 연락해 스마트팜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방식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작물의 수준을 끌어올려 군내 최초로 수출까지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전남에서 재배하는 작목 중 고흥군의 딸기는 특히 효과를 많이 본 작목이다. 스마트팜의 정밀관리를 통해 쉽게 무르지 않는 딸기를 재배해 수출 기간이 한 달가량 연장되는 성과를 보였다.
“해당 농가는 5월 중순이 넘어서도 딸기를 출하하고 있는데요. 출하 단가가 평균 2배에 달합니다. 이 시기까지 딸기 작목을 하는 것은 관리비가 많이 들지만, 특별하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목을 유지 중입니다. 지금 많이 홍보하면 내년 판매량에도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농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스마트팜이 가져온 변화지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작물의 수준을 끌어올려
군내 최초로 수출까지 성공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농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스마트팜이 가져온 변화지요.

소규모 농가를 위한 기술 개발에
꾸준히 매진할 것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
‘단동하우스 스마트팜’ 설치가 꾸준한 성과를 보이면서 도내 기업들과의 상생도 이루어지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과 함께 스마트팜을 개발한 업체는 지역 내 기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과가 나오면서 전남으로 기업을 이전하는 결단을 내렸다. ‘단동하우스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할 때 개발 기업과의 소통이 한층 원활해진 것은 물론 지역의 고용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여기에 추가로 2개 업체를 선발해 ‘단동하우스 스마트팜’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과 시군에서 설치비를 60%까지 지원하고, 농가 자부담 중 30%는 농협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10%는 농가의 몫인 만큼, 전남농업기술원은 농가가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을 설치해 최대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기술 이전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은 3가지에요. 도내 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전남에 있는 기업을 선정하는 것,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의 설계 변경 없이 설치 가능할 것, 즉각적인 A/S가 가능할 것 등이었죠. 작년과 올해 모두 작물을 재배하기 전에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추가로 2개 업체를 선정한 것이죠. 같은 비용을 내고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을 설치하는데 농가마다 설치 기간이 달라서 재배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되니까요.”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에 적용할 수 있는 관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목표다. 초기에는 보급형이다 보니 단순화에 초점을 뒀지만, ‘단동하우스 스마트팜’을 설치한 후 더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하는 농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환경에 따라 창문의 각도를 조절하거나 부분적으로 창문을 닫을 수 있는 환경연동형 기능은 대규모 스마트팜에서는 현실화되었지만, 보급형에서는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노지스마트팜,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 등을 보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 농가에서는 이러한 신기술을 도입하기 어려운 만큼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선제적으로 적용해 농가에 적합한 방식으로 보급해나갈 계획이다.
“농촌은 언제나 일손이 부족합니다. 농가에 삶의 여유를 찾아줄 수 있는 스마트팜을 보급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농가에서도 스마트팜을 어려워하지 말고 적극 도입하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부분은 저희가 언제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함준상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