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초당옥수수
맛을 그대로

달콘 이신영 대표

글 ㅣ 김희정사진 ㅣ 강태규
생활 터전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대도시의 생활에 익숙해졌던 사람이 농촌으로 가려면 공동체적인 사회문화에 다시 길들여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귀농을 했다면 어떤 작물을 어떻게 재배하고 판로 개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이신영 대표는 이런 어려움을 딛고 성공적으로 귀농을 한 청년창업농 1기다.
해남에서 초당옥수수 전문 브랜드를 꾸려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한 번에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은 낯선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게 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감동이 농사로 이어져

달콘 이신영 대표
현대만큼 한 사람이 다양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있을까. 세계 각지의 특산물이 마트에 놓여있고, 관심만 있다면 인터넷으로도 이런 특산물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때로는 예약구매를 통해서까지 산지의 신선한 먹거리를 직거래로 살 수 있으니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시대다. 이러한 상황은 종자 도입에서도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 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품종이 우리나라의 풍토와 잘 맞아떨어져 새로운 특산물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초당옥수수가 그렇다.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개발되었던 것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고, 지금은 제주도를 비롯해 호남 남부에서 신품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1997년에 한번 보급화 사업을 했었지만, 저장시설이나 유통 인프라가 전무했던 그 당시와는 다른 결과다. 특히 해남에서는 초당옥수수의 재배 면적이 660,000㎡가 넘어갈 정도로 대규모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바탕에는 이신영 대표의 초당옥수수로 성공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자리하고 있다.
“2014년에 종자회사를 다니던 친구가 먹어보라면서 초당옥수수 2개를 줬어요. 그 때 먹어보고 이걸 유통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9,917㎡에서 나오는 초당옥수수를 매입해서 온라인으로 판매해봤는데 완판이 된 거에요. 그런데 초당옥수수가 워낙 달콤해서 벌레도 잘 먹고 온도에도 민감해서 상품가치가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원래는 유통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품질을 보장받으려면 직접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남으로 귀농한 것이 2017년이었지만 바로 성공이 따르지는 않았다. 초당옥수수 농사를 지었을 때 3.3㎡에서 나오는 이삭은 12개가 될까 말까였다. 유통할만한 개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광작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 해 여름은 폭염이었고, 이신영 대표는 떨어져 있는 밭마다 물을 대느라 발로 뛰어야 했다. 농기계도, 관수시설을 설치할 돈도 없이 땅을 빌린 만큼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었다.

초당옥수수
전진기지가 되다

기본적으로 옥수수는 재배 적응력이 높다. 온대지역이라면 지역의 기후에 따라 품질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디에서나 자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초당옥수수는 찰옥수수에 비해 매우 민감하다. 장마나 가뭄은 알곡이 맺히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고, 병충해에도 저항성이 약하다. 꽃가루가 날리는 철에 바람이 사람 쪽으로 향하면 초당옥수수 특유의 달콤한 냄새를 그대로 맡을 수 있을 정도니 벌레들에게는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초당옥수수는 재배된 지 얼마 안 된 품종이라 홍천 옥수수연구소나 농촌진흥청에서 자료를 찾기도 어려웠다. 해외 사례를 검색해도 관행에 가까운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
“2018년에 충북대에서 옥수수를 연구하는 소윤섭 교수님과 통화를 할 수 있었어요. 교수님께 왜 농사가 잘 안되고 어떻게 해야 잘 키울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초당옥수수 품종을 선발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현재 3세대까지 품종이 나왔는데, 이 품종은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에서 육종했거든요. 적응력이 좋다고는 해도 우리나라에서 정말 잘 자라는지 확인해봐야 해요. 특히 뜨거운 여름을 버틸 수 있는 품종들을 주로 선발하고 그중에서도 괜찮다고 평가된 것을 관내 농가에 보급하는 중이죠. 그와 별개로 해외 자원을 모두 모아서 교배하고 전개시키면서 국내산 품종을 테스트하는 것도 진행 중이에요. 운이 좋다면 한 6년 뒤에는 국내산 품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초당옥수수
초당옥수수
2019년까지는 해남 초당옥수수 연구회 회장을 맡기도 했지만, 지금은 재배법 관련 매뉴얼을 공유하고 재배관리와 상품개발 쪽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해남의 초당옥수수 물량 중 80%를 달콘에서 소화하는 만큼 더 다양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그 전에 비해 초당옥수수 재배에 노하우가 생긴 농가가 늘어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계약재배 단가가 다른 지역보다 비싸지만, 농가들이 투자에 적극적인 만큼 고품질의 초당옥수수를 확보하기에도 좋다.
“달콘을 설립했을 때보다 초당옥수수가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경쟁사도 많아졌어요. 그래도 초기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루었죠. 달콘의 대표 상품인 진공포장을 한 초당옥수수는 작년에는 멸균기계를 가진 업체에 의뢰했는데, 올해부터는 기계를 설치해서 직접 멸균할 예정이에요. 또 학교 급식이나 편의점에 납품할 수 있도록 진공파우치에 넣은 낟알이나 콘밀크 상품들을 출시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잘 되면 올해 중으로 결과가 나올 예정이고요. 장기 프로젝트로는 해남 지역특성화 단지 조성과 함께 2기작 가능 품종을 선발해서 해남을 초당옥수수 특산지로 만들고 싶어요.”
달콘 이신영 대표

초당옥수수가 워낙
달콤해서 벌레도
잘 먹고 온도에도
민감해서 상품가치가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지역과 함께 가는
농촌 기업

초당옥수수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과 잘 맞는 작물을 선택한 것 그리고 지역민과 잘 융화되었던 것이 기반이 되었다. 해남에는 원래 배추가 유명한데 배추를 심기 전 봄철 밭에 심을 작물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땅을 놀리지 않을 수 있는 옥수수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호응이 높았다. 물론 지역민이 호응한 데에는 몇 년간 옥수수에 미쳐 지냈던 이신영 대표가 쌓은 신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귀농을 선택한 지역의 어르신들을 잘 공경하고 친화적으로 다가선다면 농사를 지을 때 도움을 얻기도 쉽다고 생각해요. 농사에는 땅이 중요한데 본인이 살아온 터전인 만큼 좋은 땅은 잘 파시지 않거든요. 그래도 마을에 잘 보이면 소개로 쓸 만한 땅을 임차 받는 경우도 있죠. 목적이 확실하고 신념이 있다면 빨리 와서 정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소래영농조합
한편 한국산 초당옥수수의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일교차가 없는 열대기후에서는 초당옥수수라도 단맛을 생성해낼 수가 없는데, 홋카이도 산 초당옥수수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떨어지지 않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해남에서는 매뉴얼대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한층 수월하게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도 그 자신감의 이유다. 가락동에서 1년간 쌓은 도매 경험, 그리고 초당옥수수의 단맛을 소비자에게 최대한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보관 기술까지 어우러졌다. 달콘에서 만들어내는 초당옥수수의 또 다른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