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팥 종자 개발
농가와 식문화를 풍요롭게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 송석보 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전예영
짭짤 달콤한 맛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팥시루떡, 푸덕푸덕 소리를 내며 끓는 팥죽에 넣어먹는 칼국수,
쫄깃한 빵 맛에 밀리지 않게 팥앙금을 듬뿍 넣은 안흥찐빵까지. 팥은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식문화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팥 종자를 개발해 온 사람이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 송석보 연구사는 다양한 팥 종자를 개발하며 국산 팥 농가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왔다.

향과 맛이 강한
국산 팥

농촌진흥청 국립과학식량원 밭작물개발과 송석보 연구사
국립식량과학원의 밭작물개발과는 말 그대로 밭에서 나는 작물을 전반적으로 개발하는 곳이다. 땅콩, 들깨, 참깨처럼 기름을 짤 수 있는 작물들은 유지작물연구실에서 맡고, 그 외 조, 기장, 팥 등은 잡곡연구실에서 맡는다. 연구원 한 명당 작물을 하나씩 맡아서 육성하는 만큼 국산 팥 종자 개량에서 송석보 연구사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팥은 기상재해에 민감하고 습기에 약해서 재배하기 쉬운 작물은 아니에요. 기후차가 많이 나는 곳에서 향과 맛이 강하고 품질이 좋은 팥이 나옵니다. 우리 국산 팥도 위도가 높거나 산골에서 자란 팥이 특히 맛있는 편이죠. 생산량이 연 5,000톤 정도로 많지 않아요. 그나마도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팥 소비량은 약 3만 톤가량으로 부족한 공급량은 수입산으로 충당한다. 국내 팥은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약 2.5~3배에 달해 가격경쟁력이 약한데다 재배하기가 까다롭다는 어려움이 있다. 바람이나 비가 거센 경우에는 팥의 줄기가 쓰러지는 경우도 많아 기계 수확을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지난 2011년 개발한 품종이 줄기가 잘 쓰러지지 않고 기계 수확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품종이 ‘아라리’다. 일반 농가에서 재래종의 수확량이 110~150kg가량이었다면, ‘아라리’는 시험장에서 재배할 때 205kg, 일반 농가에서 재배했을 때도 170kg의 수확 성적을 거두었다. 국산 팥을 쓰는 곳은 ‘아라리’ 품종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판로 확보에도 성공했다. 품종을 개발하는데 멈추지 않고 가공업체에서 사용했을 때의 품질까지 테스트 한 결과다.
“‘아라리’는 팥에서 우러나오는 팥 향이 좋아요. 앙금으로 만들었을 때 맛과 향도 우수합니다. 경주 황남빵 업체에 가서 테스트를 받고 직접 시식을 하면서 확인을 받았는데 맛이 우수하더군요. 농가 입장에서는 수확량도 많고 기계수확까지 가능하니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컸어요.”
2014년 황남빵 업체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아라리’ 재배 단지를 구축하면서 지역별로 ‘아라리’를 사용하는 특산물 업체들이 많아졌다. 경주 황남빵은 황남팥영농조합법인에서, 안흥찐빵은 지역 농협에서, 천안 호두과자는 황금들녘영농조합법인에서 각각 ‘아라리’를 계약재배하게 되었다.

용도별 팥 종자 개발로
팥 산업 활성화 희망

농촌진흥청 국립과학식량원 밭작물개발과 송석보 연구사
‘아라리’가 국내산 팥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 외에도 송석보 연구사가 개발한 팥 품종은 다양하다. ‘금실’과 ‘연두채’, ‘흰나래’, ‘흰구슬’, ‘홍언’과 ‘검구슬’ 등 색상도 다양하다. 건강과 가공적 측면에서도 각자 다른 장점을 지녔다. 그중 녹색을 띈 ‘연두채’는 아직 생소한 나물용 품종으로 개발되었다. 숙주나물이나 콩나물처럼 무쳐서 먹는데, 조선시대만 해도 숙주나물 다음으로 인기 있었던 나물로 쌉싸래한 맛이 특징이다. 반면 ‘흰나래’는 흰 앙금이나 떡 고물을 만드는데 특화된 황백색의 껍질을 지닌 팥이다. 흰 팥앙금을 만들 때 붉은색 껍질을 제거하는 가공단계를 줄여 가공업체의 비용과 수고를 줄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검구슬’과 ‘홍언’은 항산화성분이 많이 함유된 기능성 품종이다. 그중에서도 ‘홍언’은 빙수와 팥 디저트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홍언은 밝은 색 팥을 원하는 수요에 맞춰 개발된 것이다. 반면 ‘검구슬’은 폴리페놀, 탄닌,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성분도 많지만 당도도 높은 검은 팥 품종이라 앙금용으로도 좋다는 이점이 있다.
이처럼 팥은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쉽게 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팥에 설탕을 넣지 않고 물과 끓여낸 팥물은 팥의 항산화성분을 섭취하기 좋지만, 쉽게 쉬어버린다는 유통상 단점이 있다. 이에 유통하기 좋게 만들어 진 상품이 ‘팥차’다.
“팥차 티백은 팥을 덖었기 때문에 상하지 않고 유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홍다’나 ‘아라리’ 품종 등이 이용되는데 ‘홍다’는 알맹이가 크지 않고 항산화 효과도 있어서 팥차로 섭취했을 때 장점이 큽니다. 팥차는 현재 다어어트용으로 인기가 있고 섭취도 간편하고요. 판매량도 성장하고 있어서 앞으로 좋은 상품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팥 품종은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많다. 팥나물인 ‘연두채’는 가공업체와 협업을 하는 한편 마케팅을 통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흰나래’는 아직 재배면적이 많지는 않지만 3년 내에 ‘흰나래’로 만든 상품이 소비자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다각도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또한 기상 이변이 잦은 환경 변화,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기상재해에도 강하면서 기능성이 강화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국산 팥의 수요 창출,
가공업체와 소비자들에게 달려

다양한 팥 종자가 공급되고 있지만 시장에 빠르게 안착시키는 길은 소비자가 즐겨 먹음으로써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국산 팥이 가격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외면 받을수록 팥 재배 농가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팥은 계약재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이 올라가면 그 계약을 파기하는 일도 발생한다. 다른 농산물은 가공업체에서 국산 농산물을 쓰면 지자체에서 수입산과 국산품 간의 가격 차이를 보전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팥은 아직 그 대상이 아니라 더욱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팥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라는 중국인데요. 최근 팥을 재배하는 면적이 많이 줄었습니다. 수요는 꾸준한데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수입산 팥도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가공업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국산 팥을 사용하면 팥 농가가 늘어나면서 공급도 안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분들도 국산 팥을 이용하는 가게를 많이 찾아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집에서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팥차 등의 가공식품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의 팥 자급률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67.4%에 달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해 10%대까지 떨어졌다. 쌀이나 밀처럼 자주 먹는 작물은 아니지만 팥이 우리나라 식문화에 꾸준히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아쉬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산 팥의 선전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송석보 연구사는 오늘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과학식량원 밭작물개발과 송석보 연구사

국산 팥의 선전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송석보 연구사는
오늘도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