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 성분 개발로
고부가가치를 부여하다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이유영 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한상훈
치매는 뇌세포가 감소하거나 뇌세포의 연결이 깨지면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본인에게나 주변인에게나 큰 고통을 주는 병이다.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2019년 치료물질로 사용할 수 있는 성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와 전남대 의과대학이 공동연구를 통해 귀리에 함유된
아베난쓰라마이드-C가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의 이유영 연구사에게
국산 귀리의 소비와 기능성 성분의 활용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국산 식량작물 확대로
먹을거리의 안전과
농가소득을 함께 잡다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이유영 연구사
국립식량과학원의 중부작물부에서는 보리, 옥수수, 벼, 콩, 귀리 등 다양한 식량작물에 대해 연구하는 부서다. 크게 중부작물과, 수확후이용과, 재배환경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수확후이용과는 작물을 수확한 다음부터의 일을 연구하는 곳이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등을 비롯해 식품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가공과정을 연구하고 유효성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도 함께 다룬다.
한국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키울 수 있는 작물들이 보다 건강에 좋고 소비자가 섭취하기 좋은 방향으로 부가가치를 더하는 부서라 볼 수 있겠다. 특히 귀리는 작물을 수확한 뒤 저장 관리를 잘해야 하는 작물이다. 다른 곡물에는 지방이 3%가량 함유되어 있지만, 귀리는 7~9%가량 함유되어 있어 산패의 위험성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효성분 흡수율을 높일 수 있는 수확 후 가공 과정도 연구가 필요한 작물이다.
“귀리는 곡물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베난쓰라마이드를 함유한 슈퍼푸드로서도 유명해요. 그렇지만 겉에 붙은 겨를 제거하는 것을 비롯해 퍼핑 과정이나 로스팅에 필요한 조건 등을 확립하는 과정도 필요했어요.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던 작물은 아니기 때문에 기능성 성분을 밝혀내고 우리 음식에 적용할 수 있는 레시피 등도 작업이 필요하지요.”
농가에서 귀리 재배를 확대하는 데에도 중부작물부의 연구가 필요하다. 귀리는 해외에서는 오트밀로 자주 섭취하는 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귀리쌀이나 선식 등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가공을 위해서는 겨를 없애야 하는데, 쌀이나 보리를 도정하는 기계를 쓸 수 없다. 규모가 큰 곳에서는 자체적으로 도정 시설을 만들지만 중소형 농가에서는 귀리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급 가능한 도정 기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다.
“귀리 재배 확대를 위해선 도정 시설 등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사실 재배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작물이에요. 보통 10월에 파종해 6월에 수확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을 보낸 뒤에는 겨가 알곡을 병충해로부터 보호하지요. 다만 숙기가 빠른 것을 농가들이 선호하는 편이긴 해요. 귀리를 수확한 다음에 다른 작물을 심는 식으로 돌려짓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숙기가 빠르면 돌려짓기에 유리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농가 소득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지요.”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이유영 연구사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던
작물은 아니기 때문에
기능성 성분을 밝혀내고
우리 음식에 적용할 수 있는
레시피 등도 작업이 필요하지요.

귀리 재배, 고부가가치
축산업부터 식용까지
활용도 다양해

우리나라에서 심는 귀리는 유전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겨가 두꺼운 겉귀리 종류와 겨가 상대적으로 쉽게 떨어지는 쌀귀리 종류다. 둘 다 도정하면 식용으로 쓸 수 있지만, 식용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쌀귀리 쪽이다.
“현재 많이 심는 쌀귀리 종류로는 조양과 대양 품종을 들 수 있어요. 조양 품종은 숙기가 빠르기 때문에 재배적으로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죠. 6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에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농작물을 지으려는 농민들이 많이 심는 편이에요. 반면 대양은 수확시기가 늦는 편이라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최근에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2016년도까지는 거의 심지 않다가 요새는 50ha까지 재배 면적이 늘어났지요.”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이유영 연구사
대양의 재배 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한 데에는 국립식량과학원의 홍보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귀리에 들어있는 아베난쓰라마이드-C라는 성분이 대양 품종에 특히 함유량이 높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알린 것이다. 아베난쓰라마이드-C는 항산화, 항염증에 큰 효과가 있는데, 그 함량이 높은 귀리 품종은 극히 한정적이다. 보통 국산 귀리의 경우 아베난쓰라마이드-C 함량이 외국산 귀리의 2배가량 많은 편이지만 대양 품종은 해당 성분의 함량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다른 국산 귀리에 비교해서도 7배 이상 높아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 원료로 사용하기에 좋은 특성을 갖춘 것이다. 식량작물에서 나온 성분인 만큼 안정성이 높고 고부가가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재배를 시도하는 농가도 늘어났다.
한편 겉귀리 종류는 축산업에서 사료작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각광받는 분야는 말 산업 분야다. 겉껍질 부분이 전체 낱알 무게의 20~30%를 차지하기 때문에 섬유소가 많고 말의 기호도가 높다. 또한 수입하는 것보다 저장시간이 짧아 더 신선한 상태로 급여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말산업이 고부가산업으로 떠오르면서 함께 성장한 분야이기도 하다.
“수입산이 대세이긴 하지만 국산 귀리의 점유율도 10% 정도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수입산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데 외국에서는 광작을 하는 만큼 가격경쟁력으로는 싸우기가 어렵거든요. 하지만 국내 품종이 수입산에 비해 성분적인 장점이 있고,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하면서 찾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항치매 효과,
국산 귀리의
다양한 활용으로 이어지길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이유영 연구사
지난해 12월,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와 전남대 의과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동물실험에서 귀리의 가능성이 새롭게 밝혀졌다. 국산 품종인 대양에 많이 함유된 아베난쓰라마이드-C라는 물질을 알츠하이머를 유도한 쥐에게 섭취시켰을 때 정상 수준의 기억력을 유지하고 공격적인 행동도 완화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치매 대사과정이 염증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기존에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아베난쓰라마이드-C 성분을 치매 연구에 활용한 성과다.
“현재 전 세계에서 치매를 앓는 사람들 중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는 비율이 최소 70%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면서 기억 형성을 방해하는 식이죠. 글로벌 제약회사에서도 치매 치료제를 만들려고 하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곳은 없어요. 그런데 치매에 걸린 쥐에게 아베난쓰라마이드-C를 2주간 복용시킨 결과, 수중 미로에서 길을 찾는 능력이나 물체를 인식하는 능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학습과 기억을 형성하는 기작인 장기강화를 아베난쓰라마이드-C가 유도하면서 기억형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죠.”
2020년 1월 국제학술지인 <분자신경생물학>에 관련 연구결과를 게재하고, 현재 국내 특허등록과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특허를 출원하면서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멀다. 독성평가와 대사체 규명을 비롯해 임상시험도 진행해야 의약품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관련 기능성 식품이나 제약품으로 개발되는 데에도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치매 치료제로서 귀리가 활약하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섭취할 수 있는 가공식품으로서의 진행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 베타글루칸을 비롯해 비타민 E의 일종인 토코트리에놀 등이 귀리에 담겨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면서 가공식품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귀리의 영양소를 간편하게 섭취하고 싶어 하는 시장의 요구로 발아귀리선식, 귀리두유 등이 개발되어 판매 중이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산 귀리는 식품이나 의학의 소재로 쓰일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특히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 식품업체와 협력해서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꾀할 수 있는 만큼 국내 농가의 귀리 재배가 한층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유효성분이 강화된 귀리의 다양한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여러분도 국산 귀리에 많은 사랑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연구실험

치매 치료제로서
귀리가 활약하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섭취할 수 있는
가공식품으로서의 진행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