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청년농부,
스마트한 육묘장을 꿈꾸다

괴산 청년농부 박광수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충북 괴산군의 박광수 대표는 귀농한 지 4년차인 새내기 농부다.
서양화를 전공한 미대생었던 그는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귀농을 결심했고
지금은 스마트 육묘장을 꿈꾸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농업은 블루오션이라고 말하는 박광수 대표를 만나봤다.

새로운 시작이 된
농대로의 전과

서양화와 농사는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운 분야다. 모든 귀농인의 경력이나 경험이 동일하진 않지만, 서양화 전공자의 귀농은 조금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박광수 대표는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성남예술고등학교와 충북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릴 것 같았던 미대생 박광수 대표는 대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럽게 진로를 변경했다. 농대 시설원예학과로 전과를 한 것이다.
괴산 청년농부 박광수 대표
“미대에서 농대로 전과한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놀랐었어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과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미대와 농대는 어울리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죠. 또 저는 워낙 그림을 좋아했던 터라 많이들 놀랐던 것 같아요.”
그의 결정에는 현실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했다. 미대를 다니다 보니 졸업 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많은 예술가들의 현실이 그렇듯 수입적인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화가가 되려면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평소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박광수 대표에게는 힘들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원예학과는 수학이나 생물을 공부해야 해서 힘들긴 했었어요. 하지만 공부하다 보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방학 때는 농업 관련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어요. 농업에 관심이 생긴 계기였죠.”
그는 졸업을 앞두고 대전에 소재한 비료와 영양제를 판매하는 회사에 영업직으로 취직했다. 의욕적으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영업이라는 부담감과 낯선 지역에서 혼자 생활해야 하는 외로움은 그를 점점 지치게 했다. 힘든 나날을 보내던 박광수 대표는 어느 날 아버지에게 연락을 받았다. 괴산에서 한국농약백화점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가게 일을 도와달라고 한 것이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농약 등을 판매해 오셨는데 연세가 드시면서 힘드셨던 것 같아요. 마침 저도 회사생활에 무척 지쳐 있던 터라 괴산으로 내려갔죠. 그렇게 아버지의 가게를 관리하고 농약 등을 판매하면서 2년을 보냈어요.”
괴산 청년농부 박광수 대표
청년농부

4-H 활동으로 이어진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

괴산 청년농부 박광수 대표
아버지의 가게를 돕는 일은 적응이 됐지만 박광수 대표를 힘들 게 하는 건 또래들과의 소통 부재였다. 시골이다 보니 청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그는 우연히 4-H를 알게 되면서 청년농부들과의 교류를 시작했다. 또래들과 자주 모임을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박광수 대표는 처음으로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청년농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경험과 아이디어를 갖고 농사를 짓고 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가게를 운영하는 것 외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희는 농약 판매가 주였지만, 고객 분들이 필요로 해서 육묘장을 작게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그 육묘장을 새롭게 바꿔보면 어떨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육묘장을 중심으로 해서 사업을 넓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박광수 대표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가게 주위의 땅을 정리해 육묘장을 2,644m2(800평) 규모로 확장했다. 농대에서 시설원예학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육묘장 하우스와 시설도 구축했다. 4-H 청년농부들의 도움도 컸다. 박광수 대표에게 필요한 시설이나 인력 등을 소개해주고 조언을 건네며 든든한 힘이 되어준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4-H 이준규 청년연합회장의 권유로 농촌진흥청의 ‘2021년도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에 공모해 선정된 것이다.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신기술과 청년농업인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융복합해 농산물의 고부가 가치를 이끌어내는 사업이에요. 저는 스마트 육묘장 구축과 육묘알림 서비스 앱 개발로 선정될 수 있었어요.”
박광수 대표는 올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5,000만 원을 지원받아 지역 농가 상생을 위한 스마트 육묘공급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스마트 육묘 공급소는 천장에 자동관수와 방제시설, 그리고 현재 설치한 2중 천장 연동 하우스에 스마트 팜을 설치하게 된다. 육묘장 접근성 증가와 사후관리를 위해 육묘알림 서비스 앱을 개발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스마트 육묘장과 앱 개발로
새로운 농업 이끌 것

현재 박광수 대표는 충청북도농업기술원에서 사업컨설팅 교육을 받고 있다. 스마트 팜 기술은 박광수 대표에게도 낯선 분야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육묘의 품질 향상이 가장 중요해요. 현재 고추, 배추, 옥수수, 양파, 상추, 토마토 등 6~7가지를 육묘하고 있는데 작물이 다양하다 보니 적정한 온도나 광을 맞추는 게 어렵거든요. 스마트 팜 기술을 도입하면 각 작물의 특성에 맞는 온도와 광 조절이 가능해져요. 그렇게 되면 육묘하는 작물을 더욱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요. 요즘 귀농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양한 작물을 원하시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육묘알림 서비스 앱 개발도 박광수 대표가 많은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귀농귀촌인들은 육묘 구입이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일일이 육묘장을 찾아다니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육묘를 구입한 후에도 병해충 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도, 조언을 해줄 주위 사람도 없는 귀농귀촌인들에게 육묘알림 서비스 앱은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될 거라는 게 박광수 대표의 생각이다.
청년농부
“육묘를 구입해 가신 귀농귀촌인 분들은 제대로 재배를 하고 있는 건지 불안해서 육묘장을 자주 찾아오시기도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잘 재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육묘알림 서비스 앱은 아직 구상 중이지만, 기본적으로 육묘 주문, 육묘 관리방법, 컨설팅 기능을 넣으려고 해요. 만약 괴산에 비가 많이 와서 고추에 탄저병이 생겼으면 방제방법 등을 영상이나 문자를 통해 제공할 생각입니다.”
새내기 청년농부인 박광수 대표의 최종 목표는 ‘상생하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함께 잘 되어야 지속적인 농업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초당옥수수를 4-H 청년농부들과 함께 시험재배하고 있다. 함께 농사를 짓고 정보 공유를 하며 농촌의 젊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농업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요. 무궁무진한 기회와 가능성이 있습니다. 힘든 부분도 많지만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많은 청년농부들이 새로운 목표와 아이디어로 농업에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농부

농업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요.
무궁무진한 기회와 가능성이 있습니다.
많은 청년농부들이 새로운 목표와 아이디어로
농업에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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