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법’ 시행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치유농업으로
한층 발전해 나갈 것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도시농업과 유은하 연구관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에서 지난 2013년 유럽의 복지·농업 선진국의 녹색치유농업 사례 및
효과분석 연구를 진행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의를 통해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개념이다.
농업·농촌 활동을 통해 심리·정서적 안정효과와 스트레스 완화, 신체적 활성강화 효과 등을 가져오는 치유농업은
2021년 3월 25일 ‘치유농업법’이 시행되면서 더욱 확대·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도시농업과 유은하 연구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도시민들이 겪는
정서·신체적 문제를 치유하다

유은하 연구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도시농업과는 지난 2010년 도시농업팀으로 시작되었다. 도시농업은 생산자 중심의 농업기술에서 소비자 관점으로 농업 활동이나 농업 소재의 활용 확대로 범위를 확장시켰고, 이러한 농업의 치유적 효과까지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되면서 산업으로서의 치유농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도시민들이 겪고 있는 아토피, 천식 등의 환경성 질환,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높아지던 시기였다.
“치유농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이전인 1990년대부터 원예치료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시작했었습니다. 원예식물을 매개로 한 활동으로 사람의 심리·정서적 안정, 스트레스 완화, 신체적 활성 강화 등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측정을 설문으로 진행하다 보니 과학적으로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10년도에 들어서면서 치유농업 확대 요구와 맞물려 연구의 폭을 넓히게 되었습니다. 뇌파 측정, 근육 활성도 등 사람의 생리 활성을 측정하여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죠.”
현재 도시농업과에서는 치유농업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농업소재를 이용한 활동 효과를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하고자 의학계와 협업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 노인 등 생애주기별로 주요 문제점을 파악하여 대상자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 복지 전문가들과도 협업하며 융합연구로 나아가고 있다.
“치유농업이 정착되고 활성화되려면 효과 측정 및 검증에 대한 연구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농촌진흥청에서 갖고 있는 농업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의학, 교육, 복지 등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융합연구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농업소재 기반 스마트헬스케어기술개발 사업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치유농업의 효과를 표준화시키고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직업재활, 신체적 치유농업 지원 도구들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치유농업의 효과를 표준화시키고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직업재활,
신체적 치유농업 지원 도구들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유은하 연구관

대상별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
부처 협업 필요

치유농업 연구 중 대표적인 것은 대상자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 검증 연구다. 현재 청소년, 노인, 소방관, 대사성 만성질환자 등 생애주기별로 대상자를 구분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현장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질환 중에 특히 치매는 가장 큰 문제인데요. 이를 위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과 개선을 위한 텃밭 가꾸기, 공동체 밥상 차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습니다. 주 1회, 2시간씩 24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우울감은 60%, 총 콜레스테롤은 5%, 체지방률은 2%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현재는 인지건강 증진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은 평상시의 생활습관 및 식습관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대사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운영은 질병 진행을 완화하거나 관련된 질병 발생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아동, 청소년의 주의집중력 결핍, 소방관들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개선에도 효과를 보여 향후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 소방서 실내 치유정원을 조성하고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총 13회 진행한 결과 사후스트레스호르몬인 타액코르티솔이 27.1% 감소되는 효과를 보였다.
유은하 연구관
“소방관들은 즉각 출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치유농장으로 가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어렵지만, 근무공간에 치유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스트레스 해소 및 심신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노인 분들의 경우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을 유도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손의 소근육을 자극할 수 있는 씨앗 만지기, 허브식물을 위한 족욕 등의 감각자극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치유농업이 정착되려면 다양한 사회목적형서비스와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은하 연구관의 생각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치매안심센터에서, 청소년 폭력성 완화는 학교나 청소년 관련 단체 등에서, 소방관을 대상으로는 소방청과 협업해야만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실질적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러 부처와 협업해서 계속 과제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목적에 맞는 대상자에 대한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산업화시키는 데 어떤 것이 필요한지, 치유농장에는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유형화하는 작업들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지역 단위, 농장 단위에서 치유농업 성공사례를 발굴해 알리고, 확대·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유농업법 시행으로
치유농업 활성 및 발전 기대

유은하 연구관
치유농업 선진국이라고 하는 네덜란드는 1990년대 치유농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고, 이후 국민건강보험 등과 연계되면서 크게 활성화되었다. 독일과 프랑스 등도 보험 연계와 예산 지원 등으로 치유농업이 점차 정착하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25일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치유농업법’)」이 시행되면서 치유농업의 정착 및 발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치유농업법’이 시행되면서 연구개발 부분이 강화될 예정입니다. 향후 5년 동안 치유농업 육성을 위해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정책들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이 주도적으로 하는 기술보급을 통해서도 치유농업 관련 사업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치유농업에 관심이 있으며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상황입니다. 특히 ‘치유농업법’이 제정되었다는 것 자체가 치유농업 활성화에 국가적인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치유농업법’이 시행되면서 농촌진흥청에서는 ‘치유농업사 자격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치유농업사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등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전문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1급과 2급으로 구분된다.
“치유농업사는 치유농업 서비스 이용자인 고객의 안전과 건강한 활동을 돕고 고품질의 치유농업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계획·실행·관리하는 전문적 역량을 갖춘 사람입니다. 치유농업사 자격증을 갖춰야만 치유농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자격증 취득을 위한 양성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치유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계획·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습니다. 특히, 2급 치유농업사는 전공분야, 학력과 상관없이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니 치유농업에 관심 있는 농업인 분들이 많이 참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을 간직한 농촌이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건강한 환경 속에서 사는 것은 인간의 권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과 농촌의 소중함과 이로움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농촌이라는 자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일상화되면 좋겠습니다. ‘치유농업법’도 시행되었으니 일생을 건강하게 보낸다는 측면에서 치유농장 등 치유농업을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단번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발전해 나갈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향후 5년 동안 치유농업 육성을 위해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정책들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특히 ‘치유농업법’이 제정되었다는 것
자체가 치유농업 활성화에
국가적인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유은하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