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까지 잡은
친환경 농업을 추구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심창기 박사

글 ㅣ 김희정사진 ㅣ 황성규
한국에서 현대 유기농업의 역사는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생명역동 농업이 한국으로 들어와
1976년 정농회를 필두로 다양한 민간단체가 탄생한 지 수십 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유기농업에 있어서 연구해야 할 부분은 적지 않다.
유기농업 기술체계를 정립하고 생산 기반기술을 종합화하는 것부터
유기농업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꾸준히 지속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에서는 이러한 업무를 꾸준히 수행하며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기농 자재를 개발하고 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기농업 현장의 목소리,
연구로 이어지다

심창기 박사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심창기 박사의 업무는 식물 병해충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을 탐색하고 활용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보통 병해충을 예방하는 기술이라면 살충제나 비료를 뿌리는 것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유기농업의 경우 관행농법에 쓰이는 살충제를 사용하기 어렵다. 살충제의 효과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살충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토양의 부패균을 억제해 유해가스를 없애주거나 뿌리의 발육을 좋게 해주는 등 미생물마다 효능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각 작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실용화 연구가 필요하다.
그중 최근 개발된 실용화 기술이 있다면 바로 클로렐라 활용 기술이다. 식물처럼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이산화탄소, 물, 빛, 미량원소만 있으면 자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은 건강식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유기농업에서는 작물 생육과 병해충 관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유기농업 자재이기도 하다.
“처음 클로렐라를 접하게 된 건 2012년 말, 국립농업과학원 원장님을 통해서였어요. 당시 원장님을 방문한 농업인이 클로렐라가 작물에 좋다고 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처리 방법이나 효과를 잘 모르겠다고 하셨던 것이 발단이 되었죠. 과학적으로 검증된 분석이 필요하다는 농업 현장의 목소리가 전달되면서 클로렐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시작된 클로렐라 연구는 총 4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국내에서 자생하는 클로렐라 균주를 확보하고 배양기술을 표준화하는 기술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진행되었지만 더 오래 걸렸던 과정이 클로렐라를 작물에 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검정하는 과정이었다. 보다 다양한 작물에 클로렐라 처리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전국 16개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더불어 연구를 진행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클로렐라를 농가에서 자가배양하는 기술 및 작목반 단위로 대량 배양하는 기술을 확립하고 이를 특허 출원을 통해 산업화 기반을 구축했다. 2017년부터는 전국 69개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클로렐라의 배양기술과 농업적 활용기술’을 보급해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클로렐라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졌다.
“지금은 클로렐라를 농업 외에도 축산, 환경 정화, 산업 곤충 먹이 활용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또 농업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클로렐라 전문지도 연구회를 설립하고 SNS 채널로는 '클로렐라의 농업이야기'라는 밴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클로렐라 연구

최근에 개발된 실용화 기술이 있다면
바로 클로렐라 활용 기술이다.
식물처럼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이산화탄소, 물, 빛, 미량원소만 있으면
자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클로렐라, 경제적이면서도
다방면에 영향 미쳐

클로렐라 연구
농촌진흥청에서 확보한 클로렐라 균주는 전국 9개 지역, 115개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클로렐라 불가리스, 클로렐라 푸스카 등의 4개 균주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는 실로 놀랍다. 종자 발아율 향상부터 생육 촉진, 병 발생 억제, 품질향상 등 다방면에 효과를 보인 것이다. 배추, 무, 상추 등의 종자를 클로렐라 500배 희석액에 1시간가량 불린 후 파종하였을 때는 발아율이 11% 이상 향상되었다. 클로렐라를 500배 희석한 희석액과 1,000를 희석한 희석액을 서로 교차하여 작물에 살포하였을 경우 상추 균핵병이 69%, 딸기 흰가루병이 93%까지 억제되는 결과를 보였다. 고온장애 시에는 클로렐라 농도를 250배보다 진하게 희석하여 살포하였을 때 품질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기농법에서도 다양한 시설 재배가 도입되고 있는데, 클로렐라는 이런 시설 재배에서도 무리 없이 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물이 흐르는 관에 미세한 관을 뚫어서 물방울이 작물에만 스며들게 하는 점적관수 시스템에서도 쓸 수 있죠. 클로렐라의 세포 크기가 2~10㎛에 불과하기 때문에 분무 노즐에서도 막힘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또 다른 장점은 경제성이다. 다른 유용균이나 곰팡이를 배양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균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다른 미생물과 비교해 1/4에서 1/10의 가격으로도 충분히 배양할 수 있는 만큼 온도와 빛만 잘 통제해 준다면 경제적으로 증식이 가능하다. 보통 107cell/ml를 배양원액의 적정 농도로 보는데 해당 농도로 증식시키는 데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상대적으로 배양 기간이 짧고 생산 비용이 저렴한 것에 비해 농가소득은 22% 향상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내려진 만큼 앞으로의 생산성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딸기 재배 지역에서 클로렐라를 도입했고 그 외에도 부추, 깻잎, 콩나물, 사과, 토마토, 복숭아, 감귤 등에 클로렐라가 적용되어 브랜드화한 사례가 많아졌어요. 농약 및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농가 경영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클로렐라 연구

독보적인 농업기술 성장,
꾸준한 연구와 활용으로 가능해

클로렐라 연구
클로렐라가 농업에서 쓰이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클로렐라가 건강보조식품이라 농업에 써도 안전할 것이라는 호기심으로 시작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클로렐라의 농업적 활용 연구에 있어서 농촌진흥청만큼 다양한 작물에 활용하고 상호작용기작연구 등이 이뤄진 곳도 드물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 농촌진흥청 농업과학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농업용 클로렐라 품목별 현장 활용방법’이다. 다양한 작물에 적용할 수 있는 클로렐라 처리 방법이 생육용, 병해 억제용, 수확기 관리용으로 구분되어 정리되어 있다. 블루베리나 체리, 파프리카, 적채 등 다양한 소득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를 한층 높였다. 작물에 효과가 좋은 클로렐라 균주를 원하는 농가는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무상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작물에 주기적으로 클로렐라를 처리해야 하고 배양 농도와 작물별 처리농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까다롭긴 합니다. 하지만 58개 작물에 대해 클로렐라를 활용한 연구 결과를 자세히 정리해둔 만큼 사용 전에 참고한다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본이 되는 농업기술과 함께 적절히 융합해나가는 겁니다. 기본이 튼튼할 때 클로렐라의 잠재능력을 충분히 누릴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경지에 오른 듯한 클로렐라 활용 기술이지만, 심창기 박사는 아직 진행해야 할 연구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가 클로렐라의 작물생육 촉진과 식물병 억제에 영향을 미치는 작용기작을 밝히는 공동연구다. 그 외에도 삼채의 친환경 수경재배 기술 개발에 클로렐라를 활용하는 연구, 클로렐라의 활용증진을 위한 한국형 아쿠아포닉스 개발 과제 등을 진행하는 중이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된 클로렐라 연구가 한국의 유기농업과 함께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심창기 박사는 그 잠재력에 희망을 걸고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과 환경오염 저감을 목표로 꾸준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작물에 효과가 좋은
클로렐라 균주를 원하는 농가는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무상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심창기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