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일상을 살게 하는 농업
해외의 치유농업

글 ㅣ 김그린
기원전 1만 년 전,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비로소 문명의 기틀을 닦아나갈 수 있었다.
다양한 산업이 발달해 왔지만 세상을 지탱할 수 있는 기반 산업으로서 농업이 가진 의미도 크다.
그러나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치유농업이라는 분야는 기존의 농업과는 그 궤를 조금 달리한다.
다양한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만큼 각 국가의 사회구조만큼이나 치유농업을 활용하는 모습도 다르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치유농업이라는 개념을 발달시키고 받아들인 나라에서는
어떻게 치유농업을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이탈리아
01. 사회협동조합 중심으로 뭉치다,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치유농업은 1978년에 법률 제180호에 따라 정신병원이 폐쇄되고 이를 대체할 서비스가 필요해지면서 부각되었다. 또한 전통적인 농업경제가 위축되고 농업 인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사회복지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농촌을 개발하고자 하는 협동조합들이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는 2015년에 사회적 농업법을 제정하고 국가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사회 적응과 진출을 도모하는데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치유농업을 실시하는 협동조합은 크게 치유재활 협동조합, 노동통합 협동조합, 지역개발 협동조합 계열로 나눌 수 있다. 그중 지역개발 협동조합은 여타의 협동조합과 다르게 사용자들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사회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과 연계한 농촌관광을 통해 지역 사회와 소통을 도모하고 윤리적인 상품을 개발·판매하며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면서 수익을 창출해 정부 보조금으로부터 독립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로마 근교의 도시 그로타페라타에 위치한 ‘Agricoltura Capodarco Grottaferrata’에서는 취약계층의 고용과 함께 사회적 치료 및 재활훈련을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면서 원예재활치료 프로그램 등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특히 신체·정신적 장애인 외에도 이민자, 사회적인 소통을 어려워하는 일반인도 함께 받아 다양한 계층이 만나고 섞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각 계층 간의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네덜란드
02. 현대 치유농업의 터줏대감,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치유농업은 국가 주도적으로 ‘케어팜’을 도입하고 케어팜 연합을 통해 지역별로 꾸준히 감독하면서 제도적으로 가장 앞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농장의 규모에 따라 치유농업의 운영방식도 달라지지만, 국가의 복지시스템과 결합해 움직인다는 것이 네덜란드 치유농업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예로 Harreveld 마을에 위치한 ‘DE Lindeboom’케어팜이 있다. 15마리의 젖소와 방사 형태로 키우는 닭을 돌보고 텃밭의 채소를 키우는 활동들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치유하는 일을 결합시켰다. 하루 3번 소젖을 짜는 일부터 치즈 만들기, 판매용 장작 만들기, 레스토랑에 납품할 무 껍질을 깎는 일 등을 케어팜의 참여자들이 맡아서 하는 식이다. 주로 중증 환자들이 찾기 때문에 사회로 돌아가는 사람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활동하는 것에 이 농장의 가치가 있다.
또한 ‘hetParadijs’케어팜의 경우, 닭과 같은 가축(동물)과 딸기와 같은 텃밭작물(식물) 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소, 허브, 과일 등 40종류 이상의 식물을 재배하는 것과 함께 치료승마가 가능한 마구간이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돌봄이 필요한 모든 연령대를 고객으로 수용하지만, 그중에서도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교 활동과 케어 활동이 마련되어 있다.
일본
03. 원예복지에서 발전한 사회적 농업, 일본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작물 재배와 마을 가꾸기 등을 통한 치료와 재활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일본의 치유농업은 취약계층의 치유와 재활부터 직업훈련과 고용의 기회로까지 연결시킨 것이 특징이다. 지적장애인과 장애아동을 위한 체험학습, 실업자를 대상으로 구직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게 하는 등의 프로그램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치유농장으로 대표적인 곳이 ‘쿄마루엔’이다. 복지관과 장애인, 기업이 다각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과 함께 능력과 급여를 일치시킨다는 방침으로 장애인의 사회활동율과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농업을 통해 장애인들의 능력 향상과 함께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도움을 주면서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들어 가는 데에도 공헌하고 있다.
다양한 농장업무에 장애인이 참여하면서 장애인 개개인의 자존감 향상도 이루어지고 있다. 복지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지적장애인들도 정확하게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업무 매뉴얼을 만든 것이 그 비결이다. 또한 장애인 직원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분석하고 희망에 따라 업무를 배치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쿄마루엔’이 지속적으로 성장해가는 비결도 숙련된 장애인 노동자를 배출할 수 있는 집약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는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