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26 Vol.252

July 2026 Vol.251
그린 Poeple > 셀럽의 식탁

산지에서 찾은
제철의 맛

식탁 위에 피어나는
셰프의 진심

“요리는 업이고 음식은 나눔입니다.”
한식을 시작으로 양식과 중식까지 섭렵하며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쌓아온 김호윤 셰프는 여전히 요리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그에게 요리란 좋은 생산자를 만나는 일이고, 제철 식재료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며, 한 끼의 식사로 상대와 진심을 나누는 일이다.

최해진 ㆍ 사진 이준우

김호윤 셰프

좋은 요리는 좋은 식재료에서 시작한다고 믿는 김호윤 셰프는 산지를 직접 찾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날 저녁 식탁에 올릴 매생이를 캐기 위해 새벽부터 전남 신안의 섬으로 향하고, 원추리나물을 구하러 강원도 평창의 해발 700미터 산을 오른다. 계절을 담은 그의 요리 한 그릇에는 맛의 본질을 좇는 셰프의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Q.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셰프이자 요리사, 사업가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김호윤입니다. 현재 숙성 한우 전문점 ‘호시우보’,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이탈리안 클럽’,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아이스크림 소사이어티’를 비롯해 외식 기업 코어소사이어티의 대표로서 10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한식을 시작으로 양식과 중식까지 경험하셨는데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요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떤 장르의 요리를 하느냐보다 요리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호텔에서 근무할 당시 한식을 중심으로 일했지만, 틈만 나면 양식과 중식, 정육 부서를 찾아다니며 요리를 배웠어요. 퇴근 후에도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일을 배울 정도였죠. 프랑스 요리 대회에 출전할 만큼 다양한 요리에 욕심이 있었고요. 한식은 셰프마다 쌓아온 노하우를 배우는 재미가 있었고, 중식은 불과 중식 팬(웍)을 다루는 감각적인 조리 과정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렇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배우려 했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요리는 제게 평생의 업(業)이자,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Q. 세계적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한식만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식은 채소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이에요. 특히 그 독창성은 계절과 역사 속에서 빚어졌다는 데 있어요. 전쟁으로 궁핍했던 시절,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속에서 채소를 오래 보관하고 먹어야 했던 시대적 배경이 저장 식문화를 발달시켰어요. 장과 발효 음식, 각종 나물과 절임 문화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죠. 김치와 장류 같은 발효 식문화가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점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한식만의 강점이에요.

Q. 해외에 소개하고 싶은 우리나라 음식이 있나요?

잡채와 김밥을 소개하고 싶어요. 한 입 안에서 다양한 식감과 풍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채소를 풍부하게 써서 영양 균형도 좋아요. 기름을 많이 쓰는 중식이나 버터를 많이 사용하는 프랑스 요리와 비교하면, 외국인들에게 한식은 건강한 음식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어요. 물론 한식만 건강한 건 아니지만, 건강한 요리 문화를 가진 것만은 분명해요. 그런 점에서 세계 미식 시장에서 한식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요. 된장을 ‘소이빈 페이스트(Soybean paste)’가 아니라 ‘된장(Doenjang)’이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한식이 세계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생각해요.

Q. 2021년부터 6년 연속 ‘한우 명예홍보대사’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한우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와규가 극강의 부드러움을, 블랙앵거스가 육질과 씹는 맛을 대표한다면, 한우는 그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춘 고기예요. 부드러우면서 풍미가 깊고, 숙성했을 때 더욱 매력적인 향을 냅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온 셰프들에게 꼭 한우를 맛보라고 권하고 있어요. 지금 ‘호시우보’에서는 숙성을 거친 다양한 한우 부위를 제철 식재료와 함께 선보이고 있는데요. 쇠고기는 숙성 과정에서 단백질 분해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육질이 한층 연해지고 풍미도 깊어져요.

Q. 일반 소비자가 시장이나 마트에서 한우를 고를 때, 알아두면 좋을 팁이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믿을 수 있는 정육점 한 곳을 정해 꾸준히 거래하는 거예요. 어떤 고기가 좋은지는 정육점 사장님이 가장 잘 아시니까요. 직접 고른다면 지나치게 진한 적색을 띠는 고기보다는 지방이 고르게 분포된 것을 추천해요. 또 보섭살처럼 덜 알려진 부위도 담백하면서 적당한 지방이 있어 스테이크나 육회로 즐기기에 좋으니 한 번쯤 시도해 보세요.

Q. 셰프님께서 식재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흙이 묻어 있는 식재료를 좋아해요. 세척된 채소보다 향이 훨씬 살아있거든요. 그리고 특정 지역보다 좋은 생산자를 더 중요하게 봐요. 제가 제주도산 초당 옥수수를 사용하는 것도 제주도가 초당 옥수수로 유명해서가 아니라 가장 좋은 생산자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좋은 식재료를 만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생산자를 찾는 일입니다.

Q. 여러 산지를 다니며 다양한 식재료를 접하셨는데요. 더 많은 소비자가 알았으면 하는 농산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순무를 추천하고 싶어요. 무조림이나 무생채로 활용하기 좋은데, 무생채를 만들 때 유자청으로 간하면 향이 훨씬 풍부해져요. 개인적으로는 원추리나물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김치명인 박광희 선생님을 뵈러 평창에 갔다가 원추리나물을 처음 맛봤는데, 채소가 이렇게 달 수 있구나 싶어 놀랐어요. 소금만 넣어 무쳤는데도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Q. 셰프님께 음식은 어떤 존재인가요?

음식은 제게 나눔이에요. 결국 요리사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그 안에는 진심과 배려, 이타심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셰프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셰프’보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요리를 잘하는 건 셰프에게 당연한 일이지만, 좋은 공간을 만드는 건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고 좋은 음식을 즐긴 뒤, 집에 돌아가 잠들기 전 “오늘 그곳 참 좋았어” 하고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Vol.252
2026년 0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