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제는 단백질 대신 식이섬유를 더할 차례다.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을 최대한 늘리는 파이버맥싱이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잡곡밥과 채소, 과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값비싼 보충제 없이도 매일의 밥상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한때 냉장고 한 칸을 차지한 건 단백질 음료였다. 과자 봉지에도 어김없이 ‘단백질 함유’란 문구가 붙었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단백질만은 챙기는 것이 하나의 건강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 식탁의 화두는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 겉이 아니라 속, 즉 근육이 아니라 장(腸)을 주목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유행이 ‘파이버맥싱(Fiber-maxxing)’이다.
파이버맥싱은 말 그대로 ‘식이섬유 극대화’를 뜻한다. 용어는 낯설어도 방법은 단순하다.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고, 식단의 절반을 채소로 채우며, 사과 한 알과 견과류 한 줌을 챙기는 것이다.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을 최대한 늘려보자는 이 작은 실천이 최근 전 세계 SNS를 달구고 있다. 식이섬유 식단과 조리법을 공유하는 게시물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며 건강한 식습관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식품업계의 반응은 더 빠르다. 일본에서는 이미 식이섬유를 첨가한 코카콜라가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음료와 시리얼, 간편식 곳곳에 식이섬유 강화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한동안 단백질과 저당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제 경쟁력의 축은 식이섬유로 옮겨가고 있다.
파이버맥싱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저속노화와 건강수명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나이 드는 삶이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식이섬유는 거창한 결심 없이도 오늘 저녁 밥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손쉬운 건강관리법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대인의 식탁은 식이섬유가 부족하기 쉽다. 정제된 곡류와 가공식품, 배달음식이 일상을 채우는 사이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의 자리는 조금씩 밀려났다. 보건복지부가 권장하는 성인의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은 20~30g이지만, 실제 섭취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부족해진 식이섬유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채우려는 움직임이 바로 파이버맥싱이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식재료를 먹으려는 ‘클린 이팅(Clean Eating)’ 현상과도 맞물리며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제6의 영양소라 불리는 식이섬유는 탄수화물의 한 종류이면서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다. 소화되지 않은 채 장까지 이동해 다양한 생리 기능을 수행하는 조금은 특이한 영양소다.
식이섬유는 크게 수용성과 불용성으로 나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녹아 젤처럼 변하면서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완화하고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관여한다. 사과와 바나나, 귀리, 보리, 당근, 버섯에 풍부하다. 반면 불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녹지 않는 대신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배변 활동을 돕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과식을 막아준다. 현미, 고구마, 감자, 브로콜리, 양배추, 시금치, 옥수수에 많이 들어 있다. 두 종류의 식이섬유는 기능이 서로 다른 만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식이섬유를 한꺼번에 몰아 먹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식이섬유는 갑자기 섭취량을 늘리면 속이 더부룩해지거나 가스가 차기 쉬워 조금씩,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는 물과 함께 일하는 영양소이니, 충분한 수분 섭취도 잊지 말아야 한다.
파이버맥싱은 반짝 유행하는 식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식습관을 바꾸는 데 의미가 있다. 몸에 좋다는 것을 무작정 더하기보다, 몸이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식탁을 바꾸는 일이다. 통곡물로 지은 밥에 제철 채소 한 접시, 과일 한 조각을 더하는 작은 변화가 쌓여 건강한 일상을 만든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가기 위한 선택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 매일 마주하는 식탁 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