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26 Vol.252

July 2026 Vol.251
그린 Life > 힐링 플레이스

찬란했던
백제의 기억,
부여에서 만나는
천 년의 시간

백제의 옛 수도 부여에서의 여정은 천년의 시간을 천천히 거니는 일이다.
찬란했던 백제의 기억은 돌과 꽃, 나무 사이에 스며들어 고요히 여행자를 맞이한다.
걸을수록 풍경은 깊어지고 머물수록 백제의 시간은 선명해진다.

최해진 ㆍ 사진 제공 부여군청

한낮의 뙤약볕도 부여에서는 조금 다르게 내려앉는다. 궁남지 수면 위로 연꽃이 하나둘 피어오를 때면 도시는 천년의 시간을 천천히 깨운다. 538년, 백제 성왕은 중흥을 꿈꾸며 수도를 공주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이후 123년 동안 부여는 정치와 문화, 예술이 꽃핀 백제의 마지막 왕도로 번영했다. 찬란했던 만큼 끝은 비극적이었지만, 그 시간은 왕릉의 능선을 따라, 산성의 돌 틈 사이로, 연못의 피고 지는 꽃 속에 여전히 고요히 남아 있다.
부소산을 걷다 보면 발끝에 닿는 것은 흙과 나무뿌리만이 아니다. 이 길을 먼저 걸었던 선조들의 숨결과 낙화암 아래로 흘러갔을 수많은 이야기가 공기처럼 스며 있다. 계절이 몇 번을 바뀌어도 부여는 늘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그래서 이 도시를 걷는 일은 백제의 시간 속에 잠시 머물다 나오는 일에 가깝다. 연꽃이 절정을 이루는 8월, 부여는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내민다. 궁남지의 연꽃은 여름을 가득 품고, 왕릉을 감싼 짙은 녹음은 걷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잊게 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걸음마다 스치는 천년의 숨결을 느끼며, 느긋하게 부여의 시간을 따라가 보자.




산책플레이스


여름을 가장 아름답게 품은 곳,
궁남지


여름의 궁남지는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흐드러지게 핀 색색의 연꽃이 연못을 가득 메우며 더위마저 우아하게 물들인다. 궁남지는 634년 백제 무왕이 궁궐 남쪽에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이다. 『삼국사기』에는 20여 리나 되는 긴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이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연못 가운데에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곳의 조경 기술은 바다 건너 전해지며 일본 정원의 원류가 되었다. 해가 저물면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ㆍ운영시간 연중무휴
ㆍ입장료 무료
ㆍ문의 041-830-2880

석탑에 새겨진 백제의 품격,
정림사지


뜨거운 햇살 아래 가장 단정한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정림사지를 찾아가 보자. 부여의 중심부를 지키던 대표 사찰이었던 정림사는 지금은 절터와 석탑 하나만 남았지만, 오히려 그 여백에서 백제의 시간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세련된 형식미가 돋보이는 정림사지 5층석탑을 마주 보고 서면, 이 석탑이 지나온 오랜 세월에 절로 경애하는 마음이 든다. 바로 옆 정림사지박물관에서는 백제의 불교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 산책과 역사 여행을 함께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ㆍ운영시간 연중무휴
ㆍ문의 041-830-6836

고요한 봉분 위 흐르는 역사,
부여 왕릉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여 왕릉원은 능산리산 남쪽 경사면에 자리한 백제 왕들의 안식처다. 7기의 거대한 고분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무덤들이 늘어서 있어 찬란했던 왕실의 영광과 비극이 함께 전해진다. 부여가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시대에 재위한 왕은 총 6명인데, 아쉽게도 모두 도굴되어 무덤의 주인은 알 수 없다. 산책을 마친 뒤 지난해 12월 개관한 국립부여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왕릉원 서쪽 절터에서 출토된 백제금동대향로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다.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388-1
ㆍ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오전 9시~오후 5시(11~2월)
ㆍ입장료 성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400원
ㆍ문의 041-830-2890

삼천궁녀의 슬픔을 만나는 절벽,
낙화암


짙은 녹음이 우거진 부소산성은 무더운 8월에도 천천히 걷기 좋은 곳이다. 완만한 산책길을 따라 산성을 오르면 백제의 슬픈 이야기를 품은 낙화암을 만날 수 있다. 백제가 멸망하자 삼천 명의 궁녀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 실제 역사 기록이 아닌 후대 문학에서 등장한 설화지만, 낙화암의 애틋한 분위기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낙화암 아래로 내려가면 백제 여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절, 고란사가 나온다. 여름 산의 내음을 만끽하며 고란사까지 함께 둘러보자.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ㆍ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오전 9시~오후 5시(11~2월)
ㆍ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1,000원
ㆍ문의 041-830-2884




미식플레이스


솔향 가득 담은 떡갈비 한 상,
솔내음레스토랑


부소산 인근에 있어 낙화암을 둘러본 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좋은 떡갈비 전문점이다. 1,500여 그루의 통 소나무로 지은 건물에 들어서면 이름처럼 은은한 솔향이 먼저 반긴다. 대표 메뉴는 연잎 떡갈비 정식. 육즙이 좔좔 흐르는 한우·한돈 떡갈비와 향긋한 연잎밥, 제철 식재료로 만든 계절 반찬과 된장찌개가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식사 시간이면 긴 대기 줄이 생기지만, 기다림마저 여행의 일부로 느껴질 만큼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 39
ㆍ운영 시간 오전 11시 10분~오후 8시
(오후 2시~5시 10분 휴식, 매주 화요일 휴무 )
ㆍ문의 0507-1487-0344

한옥에서 즐기는 한우,
구드래황토정


부여에서 진짜 한우를 맛보고 싶다면 구드래황토정을 추천한다. 우리 땅에서 자란 암소 한우는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을 자랑한다. 셋 이상이 모였다면 팔팔 끓여 나오는 갈비찜도 놓칠 수 없다. 연꽃과 연근의 주산지인 부여의 음식점답게 갈비찜에는 연근이 아낌없이 들어가고, 은행과 연근, 단호박을 품은 연잎밥이 곁들여진다.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와 정갈한 상차림이 어우러져 무더운 여름날에도 마음이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30
ㆍ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오후 3시~5시 휴식, 매주 월요일 휴무)
ㆍ문의 055-643-3902

허기를 달래는 든든한 버섯전골,
백제가든


여행 중 진한 국물 한 그릇이 생각난다면 백제가든이 제격이다. 새송이, 목이, 팽이 등 다양한 버섯이 듬뿍 들어간 버섯전골은 깊고 시원한 국물 맛으로 더위에 잃은 입맛을 되살린다. 상다리가 휘어질 듯 차려지는 각종 김치와 반찬에서는 이곳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배가 부르더라도 뜨끈한 누룽지 한 사발로 식사의 대미를 장식해 보자. 무더위에 지친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며 다음 여행지로 향할 힘을 채워준다.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삼충로 97
ㆍ운영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30분
(오후 2시~5시 휴식, 매주 일요일 휴무)
ㆍ문의 041-836-0306





관광플레이스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백제 왕궁,
서동요테마파크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정을 통하고 서동 도련님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백제 무왕이 신라 선화공주와 혼인하기 위해 지었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향가 「서동요」. 2005년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위해 조성된 이 촬영장은 이후 여러 사극의 촬영지로 사랑받아 왔다. 약 1만 평 대지 위에 생생히 재현된 백제 왕궁과 건축물 사이를 걷다 보면, 드라마에서 보던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며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가 많아 여행의 추억을 남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충화면 충신로 616
ㆍ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매주 월요일 휴무)
오전 9시~오후 5시(11~2월, 매주 월요일 휴무)
ㆍ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ㆍ문의 041-832-9913

가장 생생하게 만나는 백제,
백제문화단지


찬란했던 백제 문화를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백제문화단지는 백제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이다. 가족 여행은 물론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에게도 만족도가 높다. 단지는 백제역사박물관, 사비궁, 생활문화마을, 능사, 위례성, 고분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첨단 영상을 활용해 백제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백제역사박물관은 아이와 함께 둘러보기 좋다. 넓은 단지를 모두 돌아보기 어렵다면 높이 38미터에 이르는 능사 5층 목탑만큼은 꼭 둘러보길 권한다.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 백제문화단지
ㆍ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ㆍ입장료 성인 6,000원, 청소년 4,500원, 어린이 3,000원
ㆍ문의 0507-1369-7290

사랑을 품은 느티나무,
성흥산 사랑나무(가림성)


성흥산에서는 조금만 땀을 흘리면 오래 기억될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백제 시대 산성인 가림성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면 400년 넘는 세월을 지켜온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느티나무의 몸통과 오른쪽 가지가 하트를 절반으로 쪼개놓은 듯 독특한 형태를 이루어 ‘성흥산 사랑나무’라 불린다. 이 나뭇가지 아래에서 사진을 찍은 뒤 대칭으로 합성하면 완벽한 하트가 완성된다. 노을을 배경 삼아 인생 사진을 남겨 보자.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전망이다.

ㆍ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 성흥로97번길 167
ㆍ운영 시간 연중무휴
ㆍ문의 041-830-2880



Vol.252
2026년 0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