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26 Vol.252

July 2026 Vol.251
그린 Life > 농산물 팩트 체크

입안 가득 퍼지는 여름의 맛,

고추가 감춘 매콤한 비밀

늦여름 8월,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고추가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이했다.
밥상의 단골 식재료이자 매운맛의 대명사인 고추를 두고 우리는 흔히 “매운 고추가 몸에 더 좋다”고 말하곤 한다.
과연 고추는 매울수록 몸에 더 좋을까?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김지현 ㆍ 참고 자료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가표준식품성분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농업기술포털 농사로

매운맛을 만드는 캡사이신

“고추는 매울수록 영양가도 높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 자체의 효능만 보면 매운 고추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캡사이신은 체지방을 분해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엔도르핀 분비를 유도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특히 혈관을 확장해 혈액순환을 돕고 위벽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소화를 돕는 긍정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그러나 고추의 또 다른 핵심 영양소인 비타민 C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추는 ‘비타민 C의 보고’로 불리며 사과의 20~30배에 달하는 양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비타민 C 함량은 매운맛의 강도와 비례하지 않는다. 실제로 덜 매운 오이고추나 풋고추에도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고추를 통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초록 고추가 빨갛게 익기까지의 비밀

마트 채소 코너에서 흔히 보는 풋고추, 청양고추, 홍고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많은 이들이 전혀 다른 품종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란 시기와 숙성 정도에 따른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초록색의 풋고추는 완전히 익지 않은 유령기(어린 상태)의 고추다. 수분이 많고 아삭한 식감이 특징인데, 이 풋고추를 수확하지 않고 밭에 그대로 두어 완전히 익히면 붉은색을 띠는 홍고추가 된다. 고추는 익어가는 과정에서 캡사이신 함량이 미량 증가할 뿐만 아니라, 특히 눈 건강과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성분)의 함량이 풋고추보다 수십 배 이상 급증하는 극적인 영양학적 변화를 겪는다. 녹색 채소가 햇빛을 받아 숙성되면서 붉은빛의 천연 색소인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성분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청양고추는 앞선 고추들과 달리 품종 자체가 매운맛 유전자를 아주 강하게 가지고 태어난 경우다. 일반 고추에 비해 캡사이신이 수십 배 이상 들어 있어 재배 초기부터 완숙기까지 일관되게 강렬한 매운맛을 지닌다.

매운맛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고추를 먹을 때 유독 매운 부위가 있다. 흔히 고추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매운맛의 중심지는 고추씨가 붙어 있는 하얀 속살 부분인 ‘태자리(태좌)’다. 캡사이신을 분비하는 수용체가 바로 이 태자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씨에 매운맛이 나는 것은 태자리에서 분비된 캡사이신이 겉에 묻었기 때문이다. 실제 성분 분석을 해 보면 태자리의 캡사이신 농도는 고추 과육 부분보다 수십 배에서 크게는 백 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고추의 영양은 챙기면서 매운맛만 쏙 빼고 싶다면 조리법을 바꾸면 된다. 고추를 반으로 갈라 칼끝으로 하얀 태자리와 씨를 깨끗하게 긁어내면 매운맛을 최대 70~80%까지 줄일 수 있다. 조리 전 찬물이나 식초를 한 방울 떨군 얼음물에 담가두는 것도 캡사이신을 용출시켜 매운맛을 순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손끝이 타오르는 느낌, 캡사이신 화상

고추를 맨손으로 썰고 난 뒤 손이 화끈거리고 따가워 고생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는 기분 탓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화학적 화상(Chemical Burn)’에 해당한다.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피부의 통증 수용체를 강하게 자극해 뇌에 통증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피부 조직에 직접적인 열 손상이 가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뇌는 마치 뜨거운 불에 데인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켜 강한 통증과 염증 반응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캡사이신이 물에 잘 녹지 않는 지용성(기름에 녹는 성질) 성분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어도 화끈거림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때는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지용성 성분을 녹여내야 한다.




Vol.252
2026년 0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