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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나라 반려동물에게 맞는 영양과 사료의 기준을 연구한다.
동시에 동물을 이용한 실험은 줄이면서도 안전성과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방법을 찾고 있다.
익숙한 방법에 머무르기보다 더 나은 비행을 꿈꾼 『갈매기의 꿈』의 조나단처럼, 오늘도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간다.
천주란 농업연구사가 몸담은 동물복지과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한다. 반려동물 분야에서는 개와 고양이에게 필요한 사료 영양기준을 마련하고, 기능성 사료를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여기에 동물을 이용한 시험을 줄일 수 있는 대체평가기술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반려동물에게 사료를 먹이는 데 연구까지 필요할까’라는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면서 ‘좋은 사료’의 기준도 달라졌다. 영양성분을 충분히 갖췄는지를 넘어 어떤 원료가 들어갔는지, 안전성과 기능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됐는지, 평가 과정에서 동물복지까지 고려했는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천주란 농업연구사에게 이러한 변화는 연구실 밖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두 마리의 고양이와 긴 시간을 함께했다. 첫 고양이가 폐암을 앓았을 때는 아픈 반려동물에게 마땅히 먹일 사료를 찾기가 쉽지 않은 사회였다. 그 경험은 ‘이런 동물을 위한 사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후 다시 만난 다른 고양이는 심장병을 앓다 최근 세상을 떠났다. 두 번의 이별을 겪으며 그는 더욱 분명하게 깨달았다. 건강할 때부터 잘 먹이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평범한 바람을 뒷받침하려면 반려동물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국내 펫푸드 산업의 역사는 해외에 비해 짧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제품을 만들고 평가하는 과학적 기반은 미국과 유럽의 자료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국내 기업이 사료를 개발해도 개와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제대로 갖췄는지를 판단하려면 해외에서 만들어진 기준을 참고해야 했다. 천주란 농업연구사는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우리 연구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국립축산과학원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의 연구를 토대로 마련한 것이 ‘반려동물 사료 영양표준’이다. 개와 고양이의 생애주기별 필수 영양소 권장량과 에너지 요구량을 국내 환경에 맞춰 제시한 것으로, 국내 펫푸드의 영양학적 적정성을 판단할 과학적 근거를 세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연구실에 머물지 않았다. 2025년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 고시에 반영됐으며, 2028년부터 본격 시행될 ‘반려동물 완전사료 표시제’의 핵심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앞으로 반려인은 사료 포장의 ‘완전사료’ 표시를 통해 단독 급여만으로 필요한 영양을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천주란 농업연구사는 이것을 국내 펫푸드 산업이 내디딘 ‘첫걸음’이라고 했다. 외국의 연구 결과를 가져와 적용하는 데 머물렀던 산업이 우리 연구와 데이터로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발전시켜 나갈 출발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천주란 농업연구사는 이제 또 하나의 새로운 영역을 향하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법이다. 새로운 사료나 기능성 원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려면 실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연구 과정에서 동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더욱이 펫푸드 산업이 성장해 새로운 원료와 기능성 제품이 쏟아질수록 검증해야 할 대상 역시 늘어난다. 산업의 성장이 곧 동물을 이용하는 시험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
천주란 농업연구사는 반려동물의 세포와 생체 정보를 활용하거나 동물의 몸속 환경을 실험실에 비슷하게 구현해 사료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평가 방법을 곧바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실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는 여전히 필요한 역할이 있다. 먼저 기존 연구 결과와 새로운 방법으로 얻은 결과를 비교하고, 실제 반려동물의 반응을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 하나씩 검증하며 신뢰성을 높여가야 한다. 아직 쌓인 연구와 정보가 많지 않은 만큼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천주란 농업연구사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속 조나단을 떠올렸다.
사실 이 책은 그에게 처음부터 특별한 책은 아니었다. 오래전 처음 읽었을 때는 비행 속도와 방법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조나단의 모습이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읽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연구자가 되어 다시 펼쳐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가 보였다. 조나단은 속도를 달리하고 방법을 바꿔가며 비행하고, 실패하면 이유를 찾아 다시 시도한다. 그 모습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결과를 기록하며 또 다른 방법을 찾는 연구자의 일과 닮아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은 것은 조나단이 다른 갈매기들의 삶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갈매기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비행은 포기하지 않았다.
동물대체시험법 연구를 시작하면서 그 역시 비슷한 벽을 만났다. ‘반려동물 분야에서 굳이 이런 연구까지 지금 해야 할까’라는 시선이었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다면 ‘굳이’ 낯선 분야에서 더 많은 노력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했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조금 더 가보고 싶었다.

천주란 농업연구사가 『갈매기의 꿈』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조나단이 가장 빠르게 나는 순간이 아니다. 무리에서 쫓겨나 홀로 비행을 익힌 조나단이 자신이 배운 것을 다른 갈매기들에게 다시 가르쳐주는 장면이다. 자신처럼 더 잘 날고 싶어 하는 갈매기들이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조나단의 비행은 혼자만의 도전에서 모두의 가능성으로 넓어진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데서 끝난다면 연구의 가치는 제한적이다. 연구자가 개발한 방법이 다음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기업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고, 마침내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높일 때 연구의 의미도 커진다.
그래서 국립축산과학원이 추구하는 펫푸드 산업의 성장과 동물복지는 서로 반대편에 있지 않다. 한쪽에서는 우리나라 개와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 기준을 만들고 국내 원료의 가치를 밝히며 기능성 소재를 평가한다.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그 제품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동물을 이용하는 시험을 줄일 방법을 찾는다. 좋은 펫푸드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더 나은 방법으로 평가하는 일은 결국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천주란 농업연구사가 그리고 있는 비행 역시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동물대체시험법 연구의 중심이 되어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고, 해외 연구기관과도 기술과 성과를 나누는 것이다. 아직 국내외적으로 충분히 확립되지 않은 분야인 만큼 지금부터 기술을 축적한다면 국내 펫푸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기술이 해외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갈매기의 꿈』은 얼마나 멀리 날았느냐보다 왜 날고자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천주란 농업연구사에게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믿고 먹일 수 있는 사료를 만들고,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인하면서도 다른 동물에게 주는 부담은 줄이는 것. 그 결과 반려동물은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반려인은 그 곁에서 안심하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그가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