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6 Vol.253

September 2026 Vol.253
그린 Life > 힐링 플레이스

가을이 천천히 내려앉는 곳,
지리산 품에 기대어 쉬어가는 구례

지리산의 깊은 산세와 섬진강의 느린 물결 사이로 가을이 천천히 스며든다.
계절의 경계에 선 구례는 짙은 초록의 풍경 위로 붉은빛을 덧입으며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산길을 걷고, 예술을 만나고, 산나물을 맛보며 마주하는 구례의 가을.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글 최해진 ㆍ 사진 제공 구례군청

지리산의 바람이 한결 서늘해지는 9월, 구례에도 가을이 천천히 내려앉는다. 높고 깊은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은 골짜기를 지나 섬진강에 닿고, 강을 따라 펼쳐진 들판에는 여름과는 다른 빛이 번진다. 산과 강이 넉넉하게 품은 땅에는 오래된 절과 고택이 시간을 지키고, 산자락에 자리한 마을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와 섬진강의 유연한 물길이 빚어낸 풍경은 구례만의 고유한 얼굴이다.
구례를 여행하는 일은 이곳의 풍경을 하나씩 마주하는 일이다. 화엄사에서는 고요한 사찰의 기운을 느끼고, 운조루에서는 오래된 집에 깃든 삶의 흔적을 만난다. 노고단에 올라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다가 동물과 초원이 어우러진 목장과 예술가의 작업실을 찾아 잠시 발걸음을 늦춰볼 수 있다. 그 틈틈이 산에서 난 재료로 차린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으며 쉬어가도 좋다.
무엇을 보고 어디를 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일지도 모른다. 산길을 걷고, 야생화를 바라보고, 지리산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동안 구례는 여행자의 마음에 조금씩 스며든다. 여름의 짙은 초록 사이로 가을빛이 서서히 번지는 9월, 지리산 품에 기대어 구례의 깊어진 풍경을 만나보자.




산책플레이스


지리산 품에 깃든 천년 고찰,
화엄사


지리산 깊은 품에 자리한 천년 고찰 화엄사는 오랜 불교 문화와 아름다운 건축미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인도 승려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대승불교의 주요 경전인 『화엄경』에서 이름을 따왔다. 불이문과 금강문, 천왕문을 지나 보제루를 돌아서면 화엄사의 웅장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국보 제67호 각황전은 압도적인 규모로 위엄을 자아낸다.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사찰을 붉게 물들이고, 청아한 풍경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화엄사를 둘러보며 천년 고찰의 고즈넉함을 만끽해 보자.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ㆍ운영시간 연중무휴
ㆍ홈페이지 www.hwaeomsa.or.kr
ㆍ문의 061-783-7600

나눔의 온기를 간직한 고택,
운조루


운조루가 자리한 오미마을은 지리산과 섬진강이 빚어낸 풍요로운 터전이다. 산을 등지고 강을 품은 배산임수 지형에 위치해 예부터 명당으로 꼽혔다. 조선 영조 52년(1776년), 류이주가 이곳에 99칸 규모의 대규모 저택을 짓고 문화 류씨 집성촌을 이루었다. 운조루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타인능해(他人能解)’가 새겨진 뒤주다. 타인능해는 ‘누구든 이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으로, 배고픈 이웃이 눈치 보지 않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운조루 유물전시관에서는 이 뒤주를 포함해 고택의 역사와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150여 점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토지면 운조루길 59
ㆍ운영시간 연중무휴
ㆍ입장료 연중무휴
ㆍ홈페이지 www.unjoru.net
ㆍ문의 061-781-2644

야생화 속에서 누리는 쉼,
지리산정원


지리산정원은 지리산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리며 천천히 쉬어가기 좋은 자연 쉼터다. 전라남도 지방정원 제3호로 지정된 이곳은 계절마다 야생화가 피고 지는 야생화테마랜드를 비롯해 자생식물원, 생태숲, 자연휴양림, 수목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리산의 풍부한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인 만큼 서둘러 보고 지나가기보다 숲길을 따라 느긋이 걷는 여행에 어울린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은은한 꽃향기를 느끼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바쁜 일상에 지쳤다면, 지리산정원은 충분한 위로가 될 것이다.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광의면 온동2길124
ㆍ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오전 9시~오후 5시(11~2월)
ㆍ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ㆍ홈페이지 ecopark.gurye.go.kr
ㆍ문의 061-780-2892

사계절의 절경을 품은,
지리산 노고단


노고단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에는 철쭉이 능선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원추리가 피어나며,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눈 덮인 산세가 장관을 이룬다. ‘노고단’이라는 이름은 마고 할머니에게 제사를 지내던 터라는 뜻에서 비롯됐다. 마고는 지리산의 산신으로 여겨졌으며, 이곳에서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가 이어졌다. 노고단은 지리산 종주 산행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노고단에서 시작해 임걸령, 반야봉, 토끼봉, 벽소령을 지나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지리산의 장엄한 산세를 온전히 만날 수 있다. 노고단을 천천히 걸으며 능선을 따라 번지는 단풍을 만나보자.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산동면 노고단로 1068-321
ㆍ운영 시간 연중무휴(국립공원 입산 통제 시기 및 시간 제외)
ㆍ문의 061-780-7700




미식플레이스


지리산 산나물로 차린 밥상,
고향산장


지리산 산행을 마친 뒤라면 따뜻한 밥 한 끼가 더욱 반갑다. 고향산장은 지리산에서 직접 캔 산나물과 버섯, 더덕 등으로 정갈한 한 상을 차려내는 한식당이다. 대표 메뉴인 산채버섯전골은 표고버섯과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등 다양한 버섯이 어우러져 칼칼하고 깊은 국물 맛을 낸다. 산채더덕정식은 매콤한 양념을 입힌 더덕구이에 된장찌개와 다채로운 반찬이 푸짐하게 곁들여진다. 갓 지은 솥밥까지 싹싹 긁어먹다 보면 산길을 걷느라 지친 몸에 다시 힘이 차오른다. 지리산의 맛을 한 상 가득 만나보자.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광의면 노고단로 3
ㆍ운영 시간 오전 8시~오후 8시(매주 화요일 휴무)
ㆍ문의 061-781-6556

피아골에서 만나는 진한 국물,
산아래첫집


지리산 피아골을 찾았다면 산 아래에서 여행자를 맞이하는 소박한 식당, 산아래첫집을 들려보자. 이곳은 지리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과 버섯으로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는 곳이다. 산나물밥상에는 10여 가지의 정갈한 반찬이 나오며, 나물 본연의 향과 맛을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여럿이 함께라면 부드러운 닭고기와 진한 국물이 일품인 능이백숙도 좋은 선택이다. 산채 음식에 빠질 수 없는 도토리묵도 별미다. 산길을 걷고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산이 내어준 음식을 천천히 맛보는 것, 구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토지면 직전길 76
ㆍ운영시간 전화 문의 후 방문
ㆍ문의 061-782-7460

숯불에 구운 닭구이,
당동솔밭가든


구례를 부지런히 둘러본 뒤라면 숯불 앞에 앉아 잠시 쉬어가자. 당동솔밭가든은 40년 전통을 자랑하며 건강한 닭구이를 선보이는 곳이다. 숯불 위에 닭고기를 올리면 노릇하게 익어가며 고소한 향이 허기를 자극한다. 첫 점은 소금에 살짝 찍어 담백한 맛 그대로 즐겨 보자. 깻잎장아찌와 양파장아찌를 곁들이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닭구이를 맛본 뒤에는 삼삼한 닭죽으로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고기를 앞에 두고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행길의 피로도 어느새 말끔히 사라진다.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산동면 당골길 86-3
ㆍ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ㆍ문의 0507-1472-1929





관광플레이스


예술가의 일상이 머무는 곳,
구례예술인마을


구례예술인마을은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독특한 마을이다. 2008년부터 화가, 도예가, 조각가, 건축가 등 전국의 예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마을이 형성됐다. 산 중턱을 따라 자리한 개성 있는 건축물마다 작업실과 생활공간이 함께 들어서 있어 마을 전체가 하나의 예술 공간처럼 느껴진다. 갤러리, 카페 등이 마련되어 있어 작품을 감상하며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매주 토요일에는 예술가의 작업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갤러리 오픈데이’가 열린다. 방문 전 갤러리 운영 여부를 확인하고 예술가들의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자.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광의면 예술인길 46
ㆍ문의 061-781-0688

하늘을 가르는 짜릿한 활강,
지리산 스카이런


잔잔한 여행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지는 날, 지리산에서 여행의 속도를 한껏 높여보자. 역동적인 활동을 즐기고 싶다면 지리산 스카이런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스카이런 탑승장까지 편하게 이동한 뒤, 해발 568m에서 빠르게 활강하는 집라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바람을 가르며 내려오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지리산 풍경은 지상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다만 신장 140cm 이상, 체중 40~150kg 이하인 경우에만 체험할 수 있으니, 방문 전 이용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광의면 난동길 79-80
ㆍ운영 시간 09:00~18:00(매주 수요일 휴무)
ㆍ입장료 성인 35,000원, 청소년 31,000원, 어린이 28,000원
ㆍ홈페이지 www.guryezipwire.co.kr
ㆍ문의 070-8877-2567

목장에서 만나는 여유,
지리산 치즈랜드


지리산치즈랜드는 약 1만m2 규모의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목장이다. 건초를 손에 쥐고 양에게 먹여주거나 송아지와 토끼를 가까이서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목장에서 직접 만든 플레인·딸기 요거트를 맛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탁 트인 초원 위에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기거나 초록빛 목초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는 아이들에게는 마음껏 뛰어노는 시간이, 어른들에게는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이 된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날, 초원에 앉아 느긋한 한때를 즐겨보자.

ㆍ위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례군 산동면 산업로 1590-62
ㆍ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ㆍ입장료 성인 5,000원, 어린이(5~13세) 3,000원
ㆍ문의 0507-1318-2587



Vol.253
2026년 09월호